본문 바로가기

축구

허정무호는 박지성의 팀? 박주영이 있다!

 

불과 지난 2월 A매치 이란 원정까지만 하더라도 ´박 선생´ 박주영(24, AS 모나코)은 허정무호의 주전이 아니었습니다. 대표팀의 교체 멤버로 뛰거나 혹은 대표팀 부진 여파로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한국 축구의 메시아로 등장했던 그때의 모습은 온대간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의 가치와 위상은 그때와 지금과 다릅니다. 지금의 박주영은 대표팀 공격에 없어선 안될 선수로서 등번호 10번 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지난 봄 부터 대표팀의 선발 공격수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허정무 감독의 신뢰를 얻더니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주역으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허정무호의 또 다른 에이스로 거듭날 조짐입니다.

박주영은 A매치 파라과이와의 친선 경기에서 후반 38분 한국의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이승현의 슈팅을 파라과이 골키퍼가 손으로 쳐내자, 박주영이 문전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상대 골키퍼가 흘린 공을 골문으로 정확하게 밀어 넣으며 한국의 승리를 견인 했습니다. 한국은 83분 동안 파라과이와의 치열한 공방전 끝에 박주영의 골로 막판에 웃으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득을 얻은 것은 '산소탱크' 박지성의 공백을 확실하게 메웠다는 점입니다.

박지성 공백 걱정하던 허정무호, 박주영 있어 든든하다

허정무호의 에이스는 박지성입니다. 박지성이 있음으로해서 한국 공격의 구심점이 튼튼해진 것이며 특히 젊은 선수들이 박지성의 공격력에 힘입어 상대를 거침없이 몰아 붙였습니다. 박지성은 지난해 10월 부터 대표팀 주장을 맡으면서 팀 전력에 적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했고,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한 공격력을 앞세워 팀 공격을 주도하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골 까지 넣으며 대표팀의 운명을 좌우하는 존재로 거듭났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2004년 아시안컵을 시작으로 한국 공격을 이끄는 에이스로 자리잡았지만 그 효과는 허정무호에서 무르익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허정무호를 가리켜 '박지성의 팀'으로 지칭합니다. 나쁜 뜻으로 쓰이는 말은 아닙니다. 박지성이라는 확실한 구심점이 있기 때문에, 동료 선수들이 박지성의 활약을 믿고 부지런히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이며 그로 인한 전술적인 변화 또한 유기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지난 시즌 유럽 축구 트레블의 주인공인 FC 바르셀로나가 리오넬 메시라는 에이스를 보유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AC밀란이 불과 얼마전까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카라는 팀 공격의 절대적인 존재가 있었던 것 처럼, 박지성의 대표팀 위치는 굳건하고 독보적 이었습니다.

그러나 박지성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때로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각적인 공격 전술보다 박지성에 의존하는 공격을 계속 밀어붙이면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에게 전술적으로 읽히는 역효과로 이어져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박지성 같은 에이스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미 한국 축구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서 황선홍의 부상으로 공격의 구심점을 잃어 고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박지성의 존재 유무에 좌우되지 않는 전력을 갖추거나, 박지성의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또 다른 에이스의 등장이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박주영의 파라과이전 결승골이 반가울 수 밖에 없습니다. 박주영도 박지성처럼 팀의 승리가 필요한 결정적인 상황에서 상대의 골망을 흔들 수 있는 해결사 기질을 지닌데다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공격수이기 때문에 팀 공격을 좌우할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합니다. 더욱이, 박주영은 박지성과 더불어 '양박'을 형성하는 한국 축구의 보물입니다. 두 선수 모두 한국 축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보배들이기 때문에 에이스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박지성이 에이스 몫을 해냈다면 박주영은 이제 꽃을 피울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박주영은 지난해 11월 20일 사우디 아라비아 원정에서 경기 종료 직전 상대 수비를 흔들어대는 페인팅에 이은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지난 6월 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에서는 전반 8분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조기 확정'을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파라과이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팀의 승리를 이끄는 발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청소년 대표팀과 FC서울에서 많은 골을 터뜨렸던 경험이 있는 만큼 해결사 기질이 타고났습니다.

그러나 2006년 이후에는 부상과 슬럼프로 주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모나코 진출 이후 절치부심의 자세로 자신감을 되찾은 끝에 공격력 업그레이드에 성공했습니다. 모나코의 공격을 이끄는 플레이메이커로 거듭나면서 자신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역할을 맡은 것이죠. 그는 섬세하고 예리한 패싱력을 비롯해서 유연한 볼 컨트롤, 힘이 실린 드리블 돌파, 여기에 프랑스리그에서 단련된 몸싸움과 공중볼 처리 능력까지 전체적인 기량이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지금의' 박주영은 박지성처럼 이타적인 활약에 능한 선수입니다. 모나코 소식을 전하는 ASM풋은 지난달 7일 "박주영은 동료 선수들의 공격력을 지원하는 공격수 역할을 맡았다. 끊임없는 움직임과 기술력이 동료 선수들을 행복하게 했다. 그는 지나칠 정도로 이타적인 선수이며 키가 크지 않음에도 제공권 장악능력이 뛰어났다"며 박주영의 지난 시즌 활약을 칭찬했습니다. 유연한 경기 운영능력으로 팀의 공격을 이끄는 플레이메이커로 거듭나면서 에이스 본능에 눈을 떴습니다. 그 영향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지면서 팀 공격의 젖줄 역할을 다하는 공격 사령관으로 떠올랐습니다.

물론 박주영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박주영은 각급 대표팀에서의 부진 및 FC서울에서 경기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이며 예전에 비해 공격의 위력이 감소되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오히려 자신보다는 이근호의 발에 의해 올림픽 대표팀 공격이 잘 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에이스의 구실을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박주영은 모나코에서 부쩍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슬럼프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는 허정무호에서도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박지성에 이은 또 하나의 공격 중심축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허정무호는 파라과이전에서 박지성 없이 경기를 치렀습니다. 박지성 공백이 걱정스러웠지만 그것은 단지 기우였을 뿐입니다. 박주영이 팀 공격의 구심점으로 성공할 수 있는 임펙트를 남겼기 때문에 박지성의 의존도를 걱정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만약 박주영이 올 시즌 모나코에서 멈추지 않는 가속 행진을 달리면 허정무호 공격에 큰 힘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성 없는 대표팀에서 가장 믿음직한 공격 인재는 역시 박주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