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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J리그에 굴욕' K리그, 프로답지 못했다

 

마치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09.7.12 방송)를 '재방송'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윤도현 밴드와 길이 불렀던 <난 멋있어>라는 곡 말입니다. 노래가 끝난 뒤 심사위원으로 나온 어느 50대 여성 에어로빅 강사(염정인씨)가 윤도현에게 옛날 에너지 같지 않다고 아쉬워한 뒤 길을 향해 직설적인 어조로 따끔한 쓴소리를 내뱉었죠.

"길씨도 말이야. 에너지를 100% 발휘 안했어. 그건 프로가 아니야! (유재석 : 뭔가 부족했다는 얘기인가요?) 아주 부족해. 목숨을 걸고 하다 죽으리라 하고 해야되는데 에너지를 지금 축적해 놓고 있잖아!"

물론 <난 멋있어>라는 노래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에어로빅 강사의 마음 속에서는 윤도현 밴드와 길이 열심히 안한 것 같다고 느낀 모양입니다. 큰 무대든 작은 무대든, 관객 숫자가 어떻든, 프로라면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에어로빅 강사의 지론이 아닌가 합니다. 무대에서 관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에어로빅 강사의 말이 의미 심장하게 들립니다.

블로거는 지난 8일 저녁 7시 인천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와 J리그 올스타의 '조모컵' 경기를 보면서, 무한도전에 출현했던 에어로빅 강사의 말이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돌았습니다. 선수들이 뛰는 장면을 볼 때마다, 공간을 파고 들 때마다 에어로빅 강사가 말하는 프로정신이 떠오르더군요. 물론 예능 프로그램과 축구는 아무 관련 없지만, 팬들의 지지와 충성도로 먹고 사는 프로들이라면 누구나 되새겨야 할 말입니다. 프로축구 그리고 프로 선수가 왜 존재하는지를 그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리그 올스타가 J리그 올스타에 1-4로 대패했습니다. 전반전에 0-1로 밀리더니 후반전에 3골 내주고 1골은 페널티킥 득점으로 영패를 면했습니다. 1999년 일본 도쿄에서 한국 올림픽 대표팀에 일본 올림픽 대표팀에게 1-4로 대패했던 것과 비슷한 충격입니다. 그때도 0-4로 밀리다가 후반 막판에 최철우가 추격골을 넣어서 영패를 면했죠. 그것보다 더 뼈아픈 것은 인천에서 충격적인 스코어로 패했습니다. 홈에서 K리그와 J리그의 자존심을 걸고 경기했으면서 1-4로 패한 것은 문제 있습니다.

[자료=후반 40분에 SBS TV 방송에서 자막으로 공개된 K리그 올스타와 J리그 올스타의 경기 기록. K리그가 J리그에 압도적으로 밀렸습니다.]

J리그 올스타의 승리 원인은 간단합니다. 리그내에서의 꾸준한 경기력 발전과 외국인 선수 효과, 오스왈도 올리베이라 감독의 지략의 3박자 서로 맞물려 K리그 올스타를 제압했죠. 그리고 또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K리그 올스타에게 1-3으로 패했던 것이 복수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7일 <스포츠조선> 보도에 의하면, 당시 J리그 올스타 선수들은 일본 축구 고위층으로부터 "정신상태가 글러먹었다"는 질타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조모컵을 단단히 벼르고 있었고 K리그 올스타 18명의 분석 자료가 담긴 DVD를 통해 선수들의 특징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인천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 했습니다.

그런데 K리그가 J리그 올스타를 꺾기 위해 선택한 카드는 3박 4일 합숙 훈련이었습니다. 조모컵 경기 전까지 합숙 훈련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합숙 훈련의 주 목적은 조직력 강화입니다. 그러나 K리그 올스타의 조직력은 '짜임새 넘치는' J리그 올스타에 비하면 모래성 이었습니다. 차범근 감독이 조모컵 종료 후 "한 골이 나면서 조직력이 많이 와해가 됐고, 책임감도 많이 떨어져서 많은 실점을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것은, 합숙 훈련도 아무 소용 없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의 합숙 훈련이었지만 무언가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증명했어야 하는게 아닌지요.

그 배경에는 선수들이 열심히 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블로거 마음 속으로는 인정하고 싶지않은 현실이지만, J리그 올스타들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사력을 다했지만 K리그 올스타들의 경기력에서는 성의가 없었습니다. 최태욱과 최성국 같은 몇몇 선수만 사력을 다했을 뿐 대부분의 선수들은 설렁설렁 뛰었습니다. 무엇을 위해 뛰는 것인지, 어떤 목적으로 그라운드를 밟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0-1에 이어 0-2로 골을 내줬으면 추가골을 넣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았어야 했습니다. 경기력에서 밀리는 순간이 있더라도 끝까지 이를 악물었어야 하지 않나요? 팬들이 원하는 것은 '최고보다 최선', 그리고 에너지를 충분히 발휘하는 것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K리그 올스타들이 3만 9천명의 관중들 앞에서 열심히 뛰지 않은 끝에 1-4로 대패했습니다. 일부 축구팬은 TV 브라운관에서 경기장 관중석 곳곳이 비어있는 모습때문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나타냈지만, 3만 9천명의 관중은 지난해 도쿄에서 열린 조모컵 관중 숫자(2만 7629명)보다 1만명 이상 많습니다. 일본에서 열렸던 조모컵보다 더 많은 관중숫자가 들어왔는데, K리그 올스타들은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많은 축구팬들 앞에서 성의 없이 뛰는 플레이는 당연히 질타 받아야 마땅합니다. 이것은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이자, 프로답지 못한 결과입니다.

어떤 팬들은 조모컵이 의미없는 대회가 아니냐고 합니다. 조모컵이 이벤트 대회가 아니냐는 것이죠. 그러나 조모컵은 이벤트 대회이기 이전에 K리그와 J리그의 자존심을 걸은 경기입니다. 만약 단순한 이벤트 대회였다면 K리그 올스타전과 J리그 올스타전이 왜 조모컵으로 통합되었나요? 곽정환 프로축구연맹 회장은 조모컵 공식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선수 여러분들 역시 단순히 경기의 승패를 떠나 각자 K리그와 J리그의 명예를 걸고 정정당당하게 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를 선보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3만 9천명의 관중들이 의미없는 대회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조모컵은 승패 여부를 떠나 적어도 팬들에게 성의를 보여야 했습니다.

차범근 감독의 전술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겠습니다.(축구팬들이 전술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왜냐하면 차 감독의 전술이 조모컵 이전에 올리베이라 감독에게 읽혔기 때문이죠. 차 감독의 수원은 지난 5월 5일 AFC 챔피언스리그 가시마 앤틀러스 전에서 0-3으로 완패했고, 그 적장이 바로 올리베이라 감독이었습니다. 올리베이라 감독은 J리그 올스타 18명 중에 6명을 가시마 선수로 뽑았더군요. 블로거는 조모컵 이전까지 자기 팀 선수들을 편애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더군요. J리그 올스타는 차범근 감독의 K리그 올스타가 어떤 전술을 쓸지 이미 다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차범근 감독은 지난 7일 조모컵 기자회견에서 "스코어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홈그라운드에서 펼치는 경기인 만큼 잘하고 싶다. 기왕이면 골을 많이 넣어서 이기겠다. 뛰어난 경기력과 집중력을 발휘해 국내 팬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좋은 경기로 다득점하겠다고 공식석상에서 팬들에게 약속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다득점은 옵션 또는 희망사항이라 치더라도,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 선수들에게 분발을 요구하고 다독였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조모컵 1-4 대패의 후유증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1-4 라는 스코어 자체가 팬들에게 납득할 수 없는 결과인데다 선수들이 뛰는 모습에서 열정이라는 키워드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프로의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내년에 조모컵을 할지 모르겠지만, 만약 성사 된다면 K리그 올스타들은 1-4 대패의 악몽을 J리그 올스타 앞에서 되돌려 줘야 합니다. 두번 다시는 이런 굴욕이 없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