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부활 기로에 선 유럽 축구의 올드보이들

 

유럽 축구의 여름 이적시장이 무르익어가는 가운데, 브라질에서는 '축구황제' 호나우두(코린티안스)가 연이은 골 잔치를 벌이며 지구촌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호나우두는 지난 16일 브라질레이랑(브라질 정규리그) 11라운드 스포르트 헤시피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는 지난 3월 코린티안스 입단 이후 23경기에서 16골을 퍼부으며 여전한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과체중 논란과 잦은 부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그가 부활의 서막을 알린 것입니다.

그리고 한달 뒤에 열릴 2009/10시즌 유럽 축구에서는 호나우두에 이은 또 다른 올드보이들의 부활 여부가 주목됩니다. 국내에서 이동국이 FA컵을 포함한 올 시즌 19경기에서 17골을 넣으며 화려하게 부활한 것 처럼, 유럽축구에서는 어느 선수가 부활에 성공할지 기대됩니다. 그동안 침체 기로에 빠졌던 유럽 축구 올드보이들 2009/10시즌 유럽 축구의 뉴스 메이커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에 빠질지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10명의 선수를 꼽았는데, 생년월일이 빠른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참고로, 전 소속은 2008/09시즌에 뛰었던 팀을 말합니다.

1. 크리스찬 비에리(1973년 7월 12일생, 전 소속 : 아탈란타, 블랙번 입단 테스트 중, 국적 : 이탈리아)

비에리는 이탈리아의 축구의 터프함을 상징하는 공격수였습니다. 하지만 클럽에서의 커리어는 초라했습니다. 1989년 프라토 입단 이후 20년 동안 16번이나 클럽을 옮겨다녔고, 2005년 AC밀란 이적 이후에는 경기력 저하와 잦은 부상으로 고전하여 6번이나 팀을 옮겼습니다. 최근에는 블랙번 입단 테스트를 받으며 재기 성공을 벼르고 있습니다. 올해 36세인데다 잔부상이 많았기 때문에 월드컵 대표팀 합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소속팀을 옮겨다니고 부상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던 한을 블랙번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2. 에르난 크레스포(1975년 7월 5일생, 전 소속 : 인터 밀란, 현 소속 : 제노아, 국적 : 아르헨티나)

크레스포는 한때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이자 이탈리아 세리에A를 평정했던 골잡이였습니다. 하지만 첼시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졌던 조세 무리뉴 인터 밀란 감독과의 질긴 악연 때문에 지금까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더니 지난 5월말에 제노아로 이적하면서 부활 성공을 바라고 있지만 올해 나이가 34세라는 것이 걸림돌입니다. 지난 시즌 인터 밀란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전의 출중했던 감각을 되찾을지는 의문입니다.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리에A를 평정했던 '포스'를 되찾을지, 무리뉴 감독과의 악연 때문에 펼치지 못했던 꿈을 제노아에서 이룰지 기대됩니다.

3. 알레산드로 네스타(1976년 3월 19일생, 소속 : AC밀란, 국적 : 이탈리아)

네스타는 이탈리아 카데나치오(빗장수비)의 상징이자 수비수의 교과서로 꼽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2006/07시즌 AC밀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시달렸고 지난해에는 단 한경기도 뛰지 못했습니다. 지난 5월 팀 훈련에 합류했던 네스타가 부활에 성공할지는 의문입니다. 레오나르도 신임 감독이 'AC밀란의 숙원인' 세대교체 차원에서 어린 선수에게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하면 입지가 흔들릴 것임이 분명하죠. 하지만 AC밀란이 파울로 말디니의 은퇴로 수비의 구심점을 잃었기 때문에 네스타가 그 몫을 얼마만큼 다하느냐에 따라 부활 여부가 가려질 전망입니다.

4. 페르난도 모리엔테스(1976년 4월 5일생, 전 소속 : 발렌시아, 소속팀 물색 중, 국적 : 스페인)

모리엔테스는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걸쳐 곤잘레스 라울과 함께 레알과 스페인 대표팀에서 '환상의 투톱'으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공격수입니다. 하지만 2002/03시즌 호나우두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을 시작으로, AS 모나코 임대, 레알 임대 복귀 후 주전 경쟁 탈락, 리버풀-발렌시아에서의 부진으로 시련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는 최근 다른 팀을 물색중입니다. 레알 사라고사와 갈라타사라이, 풀럼으로부터 영입 관심을 받고 있지만 부활 가능성은 여전히 확신할 수 없습니다. 축구팬들은 그가 왕년의 출중했던 감각을 그라운드에서 발휘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5. 뤼트 판 니스텔로이(1976년 7월 1일생, 레알 마드리드 방출 예정, 국적 : 네덜란드)

판 니스텔로이는 지난해 유로 2008까지 성공적인 가도를 달렸던 공격수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6일 유벤투스전에서의 무를 부상 악화로 시즌 아웃되었고, 최근 카카-호날두-벤제마의 레알행으로 팀 내 입지가 축소되면서 결국 레알의 방출 명단에 이름이 포함 됐습니다. 차기 행선지로 토트넘과 블랙번, 페네르바체가 거론되고 있지만 선수 본인이 여전히 레알 잔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로 끝을 맺을지는 의문입니다. 만약 다른 팀에서 뛰면, 레알에서 방출당했던 한을 깨끗이 풀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그는 현재 레알의 팀 훈련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져 방출이 기정 사실화 되었습니다.

6. 안드리 셉첸코(1976년 9월 29일생, 전 소속 : AC밀란 임대, 현 소속 : 첼시 복귀, 국적 : 우크라이나)

셉첸코는 전성기 시절 '득점 기계'로 명성을 떨쳤지만 2006년 첼시 이적 이후 지금까지 저조한 득점력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AC밀란으로 임대되었으나 세리에A 18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으며 그 중 16경기는 교체 멤버로 출전했습니다. 그런 셉첸코가 최근 첼시로 복귀하여 팀 훈련에 합류했습니다. AC밀란에서 자신과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안첼로티 감독이 있기 때문에, 우군의 신뢰속에서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올해 33세의 셉첸코가 득점 기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빠듯합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한을 풀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7. 아이두르 구드욘센(1978년 9월 15일생, 소속 : FC 바르셀로나, 프리미어리그 재진출 유력, 국적 : 아이슬란드)

구드욘센은 한때 졸라-하셀바잉크와 더불어 첼시 공격의 삼각 편대를 형성했던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 출신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팀의 리빌딩으로 설 자리를 잃어가더니 2006년 FC 바르셀로나 이적 이후에는 주전 확보에 실패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결국 소속팀에서 설 자리를 잃으면서 프리미어리그 재진출을 노리는 상황이며, 블랙번-웨스트햄-토트넘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공격수와 윙 포워드,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데다 과거 첼시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던 경험까지 더하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8. 마이클 오언(1979년 12월 14일생, 전 소속 : 뉴캐슬, 현 소속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국적 : 잉글랜드)

오언은 2000년대 초반까지 리버풀과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인상깊은 공격력을 과시했던 '원더보이'였습니다. 그러나 2004년 레알 이적후 라울-호나우두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니 이듬해 뉴캐슬 이적 이후에는 4시즌 동안 무려 14번의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후 오언은 부상 여파로 특유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골 감각을 잃으면서 결국 지난 시즌 뉴캐슬의 강등 주범으로 몰렸습니다. 그런 오언이 맨유에 입단하여 팀의 상징인 7번 유니폼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부활의 메시지를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우군을 얻었습니다. 맨유가 자신을 영입한 것도 '루니 시프트'를 보조하는 역할에 맞는 적임자로 낙점지었기 때문이죠. 오언이 맨유 7번에 걸맞는 활약을 펼칠지 기대됩니다.

9. 호나우지뉴(1980년 3월 21일생, 소속 : AC밀란, 국적 : 브라질)

'외계인' 호나우지뉴는 2000년대 중반 세계 축구를 지배하던 축구 스타였습니다. 하지만 FC 바르셀로나 소속이었던 2007/08시즌에 경기력 저하로 벤치 멤버로 밀리더니 과체중과 사생활 문제까지 겹쳐 전성기 시절의 감각을 잃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AC밀란에 이적했으나 카카와의 공존 실패 등으로 또 다시 벤치를 뜨겁게 달구고 말았습니다. 올 시즌에는 카카가 레알로 떠나면서 사실상 '카카 대체자'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데, 바르셀로나 시절의 현란한 기술과 역동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만 외계인의 저력을 선보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적은 활동량과 수비가담 문제까지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면 그동안 실추되었던 이미지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10. 크리스토프 메첼더(1980년 11월 5일생, 레알 마드리드 방출 예정, 국적 : 독일)

메첼더는 한때 독일 축구 최고의 수비수로 각광받았던 선수였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의 주전 수비수로 출전하여 각각 준우승, 3위를 공헌 했습니다. 그러나 2007년 레알 이적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유리몸'이라는 비아냥을 받았고, 지난 두 시즌 동안 레알에서 26경기 출전에 그칠 정도로 경기 출전 횟수보다 부상으로 결장했던 횟수가 더 많았습니다. 그는 최근 레알의 방출 명단에 포함되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예정입니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팀에 이적해야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출전 전망이 밝습니다.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서 독일 축구의 높이와 파워, 그리고 끈끈한 저력을 과시했던 그가 과연 어느 팀에 이적하여 부상 악령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