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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영표의 사우디 이적, '최고의 선택'

 

'초롱이' 이영표(32)가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를 떠나 사우디 아라비아의 명문 클럽인 알 힐랄로 전격 이적했습니다.

 

이영표의 소속사인 (주)지쎈은 11일, 이영표의 알 힐랄 입단을 공식 발표 했습니다. 이영표는 도르트문트와 1년 계약 연장을 구두로 합의했으나 연장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난 10일 국내에서 메디컬 체크를 받은 후 다음 날 오전 알 힐랄과 계약서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이로써, 이영표는 알 힐랄과 1년의 계약 기간을 맺었으며 세부 조건은 밝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알 힐랄 구단에서도 같은 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영표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사미 알자베르 알 힐랄 구단주는 "이영표와 1년 계약에 합의했고 계약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에릭 감독의 선수 구상 중 90%가 이루어졌다. 코칭스태프의 선수 구상이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며 이영표 영입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영표 사우디 이적, 아쉽지만 환영한다

 

이러한 이영표의 이적에 국내 축구팬들은 아쉬운 감정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영표가 사우디에 갈 줄이야', '예상밖의 이적이다', '이영표도 이제 끝났다', '안타깝다'와 같은 생각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을 게재하고 있는 것이죠.

 

우선, 이영표의 알 힐랄 이적이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2003년 1월부터 올해 전반기까지 네덜란드-잉글랜드-독일에서 오랫동안 유럽에서 뛰었기 때문입니다. 소속팀의 네임벨류도 대단했습니다.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벤과 잉글랜드의 토트넘 홋스퍼, 독일의 도르트문트는 유럽의 명문 클럽이거나 인지도가 높은 팀들입니다. 특히 에인트호벤에서는 박지성과 함께 한국 축구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국내 축구팬들의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보다 더 자랑스러웠던 것은 유럽 3개 구단의 소속팀에서 전력의 중심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왜소한 체격(176cm/66kg)의 왜소한 체격 속에서도 강철같은 체력과 지능적인 경기력, 그리고 항상 성실하고 부지런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제 몫을 다했습니다. 도르트문트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시즌 중반까지 14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하는 막강 체력을 과시하여 팀의 주역으로 거듭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영표는 데데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도르트문트의 방편 대상이라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데데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더니 리그 막판에는 경기를 뛰지 못했습니다.

 

이영표가 사우디 알 힐랄 이적을 결정짓기 이전까지는 많은 고민을 거듭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이라는 네임벨류에 만족할지 아니면 많은 경기에 뛸 수 있도록 낮은 위치로 내려갈지, 그리고 자신의 종교(기독교)가 사우디라는 이슬람권 문화를 극복할 수 있을지 마음 속 생각이 많았을 것입니다. 결국 사우디 이적을 택했지만 그 선택은 참으로 현실적이고 실리적이었습니다. 그가 처한 현재의 상황을 되돌이켜 보면, 알 힐랄 이적은 최고의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이영표가 알 힐랄에 이적한 결정적 배경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붙박이 주전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본선이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까지 꾸준한 경기 감각을 쌓으며 자신의 강점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영표는 토트넘과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했던 막판에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니 대표팀에서는 경기력 저하라는 한계를 이기지 못해 이렇다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백업이었던 김동진의 대표팀 내 전력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김동진은 러시아 제니트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모습을 내밀며 자신의 경기력을 단련하고 있습니다. 이영표로서도 꾸준한 경기 출전 없이는 월드컵 본선을 향한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위치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때 풀럼에서 갈 길을 잃었던 설기현이 알 힐랄에서의 단기 임대기간 동안 26경기에서 1골 6도움의 성적을 올리며 풀럼 재도전에 나선 사례는 이영표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알 힐랄에서의 맹활약이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장밋빛과 유럽 재진출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 요소도 스스로 확신했을 것입니다.

 

이영표가 알 힐랄 이적을 결정지은 두 번째 이유는 오일머니 입니다. 이영표의 연봉은 100만 유로(약 17억원)로 알려졌으며 어떠한 세금도 물지 않습니다. 올해 나이 32세로서 은퇴 시기가 얼마 안남은데다 은퇴 이후에는 선교 활동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현역 선수로서도 많은 돈을 받고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사우디 이적을 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년 전 AS로마 이적 거부 당시에는 대표팀에서의 위치가 확고했고 유럽리그에서 얼마든지 두각을 나타내면서 몸값을 올릴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위치를 되돌아봤던 것입니다.

 

유럽 커리어가 끝났다고 해서, 도르트문트에서 데데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고 해서, 사우디로 간다고 해서 이영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색안경을 벗는다면, 이영표의 사우디 알 힐랄 이적 결심은 여러가지 여건 때문에 현명한 선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영표는 알 힐랄 측에서 전력적인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주전 경쟁은 문제 없을 것이며 100만 유로의 돈을 받게 됩니다. 이제는 자신의 알 힐랄 이적에 대한 팬들의 걱정거리를 해소시킬 수 있도록 그라운드에서의 실력으로 말해줘야 합니다. 이영표의 사우디 드림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