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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마이클 오언, 맨유의 새로운 '무릎팍 도사'

 

카림 벤제마 영입에 실패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여름 이적 시장 행보가 어두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동안 많은 슈퍼 스타들에 대한 영입 관심을 가졌을 뿐,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으며 이적료 형태로 영입한 선수는 안토니오 발렌시아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30)을 영입하기 이전까지의 행보였습니다.

이적시장에서 잠잠했던 맨유가 커다란 이적뉴스를 터뜨렸습니다. 3일 전 뉴캐슬과 계약이 해지되었던 오언과 2년 계약에 주급 5만 파운드(약 1억원) 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오언은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리버풀에서 원더보이라는 별칭으로 전성기를 달렸던 '리버풀의 심장' 이었습니다. 맨유와 리버풀의 앙숙 관계를 상기하면, 오언의 맨유 이적은 뜻밖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리버풀과의 대립 관계를 알면서도 오언의 영입을 결정지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이클 오언, 맨유의 타겟맨으로 성공할까?

맨유의 이적 시장 행보는 공격 옵션 영입쪽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를로스 테베즈가 팀을 떠나면서 새로운 공격 옵션 영입이 불가피했기 때문이죠. 윙어 자리에는 발렌시아를 영입하면서 호날두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명분을 마련했지만 문제는 타겟맨입니다. 팀 전력에 가장 필요한 선수는 타겟맨이고 이적 시장에서도 타겟맨 영입에 나섰지만 결과는 벤제마 영입 실패를 통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또한 사뮈엘 에토(FC 바르셀로나)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 영입 작업도 순탄치 않게 진행되면서 타겟맨 영입이 어려울 듯 싶었습니다.

맨유는 지난 세 시즌 동안 팀 전력에 믿고 쓸 수 있는 타겟맨이 없었습니다. 170cm대의 웨인 루니(178cm)와 테베즈(173cm)가 원톱 공격수로 뛰었지만, 어디까지나 타겟맨 부재를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뿐입니다. 특히 루니는 타겟맨을 맡으면서 문전에서 궃은 일을 도맡는 비중이 커지더니 쉐도우 시절의 괴물같은 공격력을 뽐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184cm의 호날두가 원톱으로 전환했지만 이마저도 꾸준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여름 3000만 파운드(약 600억원)에 영입했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경기력이 아쉽습니다. 베르바토프는 토트넘 시절 로비 킨과 문전에서 장단을 맞춰가며 타겟맨 역할을 성실하게 소화했지만 맨유에서는 팀의 빠른 템포 공격에 적응하지 못해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그러더니 시즌 막판에는 4-2-3-1, 4-1-4-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특유의 우아한 패스로 팀 공격을 이끄는 플레이에 강점을 발휘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베르바토프도 맨유 공격에 어울릴만한 타겟맨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맨유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벤제마를 비롯해 에토, 토레스 같은 타겟맨 영입 계획을 세웠습니다. 세 명의 타겟맨 모두 최전방에서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폭, 그리고 뛰어난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킬러들. 이들은 빠른 기동력과 역동적인 공격 루트를 추구하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스타일에 잘 맞는 선수로서 루니의 쉐도우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었죠.

하지만 맨유의 타겟맨 영입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에토는 지역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앞두게 됐고, 토레스는 앙숙 관계인 리버풀 선수이기 때문에 그저 영입 관심에 그쳤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자신했던 벤제마 영입도 결국 실패하면서 뒷통수를 얻어 맞았습니다. 그런 맨유는 새로운 타겟맨 영입 작업에 돌어가면서 이적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3일 전 뉴캐슬에서 계약이 만료되어 무적 신세가 됐던 오언에게 눈을 돌렸습니다. 오언이 최근 헐 시티와 스토크 시티같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극적으로 잔류했던 팀들의 영입 관심을 받을 만큼 가치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맨유가 무난하게 영입할 거라 자신했습니다. 오언으로서도 맨유의 러브콜이 반가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빅 클럽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본인에게 크나큰 동기 부여가 되었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래서 주급 50% 삭감을 감수하고 맨유에 입성했습니다.

맨유가 오언을 영입한 것은 최근 이적시장 행보가 급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벤제마 영입 실패로 타겟맨 영입 계획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에 오언을 차선책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죠. 오언이 맨유 공격에 도움 될 지는 의문입니다. 지난 시즌 28경기에서 8골 넣었지만 뉴캐슬의 강등을 막지 못했을 뿐더러 기량 저하로 내리막길을 걸었기 때문이죠. 그동안 부상이 많았다는 점에서 퍼거슨 감독이 팀 전력에 믿고 쓸 수 있는 공격 옵션이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테디 셰링엄이 토트넘에서 내림세에 직면하다 맨유 이적 후 고공행진을 달렸던 사례를 떠올리면, 맨유의 오언 영입은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오언은 전성기 시절에 타겟맨이 아닌 쉐도우로서 가치를 빛냈던 선수였습니다. 리버풀에서 '빅맨' 에밀 헤스키가 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흔드는 과정에서 골 기회를 얻어내는 성향이라면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는 정통파인 앨런 시어러의 활약을 뒷받침하던 역할 이었습니다. 당시의 오웬은 빠른 스피드와 부지런한 움직임을 앞세워 좌우 측면과 최전방을 활발하게 뛰어다는 성향의 공격수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언은 2000년대 중반부터 타겟맨으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웨인 루니의 쉐도우 역량을 살리는 역할을 맡으면서 타겟맨이 된 것이죠. 최전방에서 빠른 순발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비집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루니에게 패스를 밀어주었고, 루니는 자신이 만들어준 기회를 받아 전방으로 돌진하여 골 기회를 노렸습니다. 이 같은 공격 과정은 유로 2004 본선에서 루니가 4경기에서 4골을 넣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장면은 2009/10시즌 부터 맨유에서 그대로 이용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퍼거슨 감독이 오언을 영입한 것은, 그가 '루니 시프트'의 전술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타겟맨이었기 때문이죠.

또한 퍼거슨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검증된 공격수만을 영입하는 자신의 방침을 그대로 고수했습니다. 2003년 루이 사아, 2004년 루니-앨런 스미스, 2007년 카를로스 테베즈, 2008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그리고 올해 오언을 영입했습니다.(단기 임대 선수였던 헨리크 라르손은 제외)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했던 공격수는 맨유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의 판단이었기 때문이죠. 어쩌면 오언은 맨유의 타겟맨 부재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무릎팍 도사'와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맨유가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4연패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타겟맨 영입이 꼭 필요했습니다. 호날두-테베즈의 공백 최소화와 루니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그리고 벤제마 영입 실패로 타겟맨 영입에 발등이 떨어지면서 결국 오언을 데려왔습니다. 과연 오언이 맨유의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았던 타겟맨 부재를 실력으로 메워줄지 기대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 본인이 뉴캐슬 시절의 슬럼프에서 벗어나 리버풀 시절의 폼을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