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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日 모리모토, 괴물 골잡이 뛰어넘은 축구천재

 

일본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걸출한 공격수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공격수들이 여럿 있었지만 꾸준히 제 몫을 다하지 못해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일본 열도에서 '괴물 골잡이'로 인기 끌었던 히라야마 소타(24, FC 도쿄)의 몰락은 일본 축구 공격수 문제를 그대로 상징하는 대목입니다. 쿠나미고와 쓰쿠바 대학, 그리고 일본 청소년 대표팀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190cm의 장신 선수로서 유연한 테크닉과 빠른 두뇌 회전, 그리고 문전에서의 파괴적인 골 감각을 자랑하는 선수였죠. 하지만 2005년 8월 네덜란드 에레데비지에 헤라클레스 입단 이후 향수병을 이기지 못해 고전하더니 1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러더니 J리그에서 조차 예전의 빼어난 감각을 되찾지 못해 슬럼프의 나락으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맹활약중인 모리모토 다카유키(21, 카타니아)가 일본 축구의 새로운 기대주로 뜨고 있습니다. 모리모토는 올 시즌 세리에A 23경기에서 7골 2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3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팀의 굳건한 주전 공격수로 입지를 굳혔습니다. 그동안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던 지난 시즌과는 활약상이 다릅니다. 2006/07시즌 5경기 1골을 기록했고 2007/08시즌 14경기 1골 1도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죠.

골의 값어치도 큽니다. 올 시즌 AS로마와의 2경기에서는 3골을 몰아 넣었고 지난 2월 8일 유벤투스전에서는 팀의 1-2 패배 속에서도 유효 슈팅 3개를 날린 끝에 1골을 넣었습니다. 3월 1일 팔레르모전에서는 전반전에만 1골 2도움을 기록하여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3경기 연속 골망을 흔들며 미완의 대기에서 카타니아의 중심 공격수로 발돋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모리모토는 괴물 골잡이로 불리던 히라야마를 비롯해서 일본 축구가 배출한 공격수와는 차원이 다른 선수라는 것입니다. 뛰어난 파워와 몸싸움 능력을 지닌 것을 비롯해서 몸의 밸런스가 뛰어납니다. 자신보다 훨씬 더 큰 상대 선수와 강력한 몸싸움을 벌이면서도 좀처럼 넘어지지 않습니다. 밸런스는 선수의 후천적인 노력으로 좋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의 체격 조건(182cm, 75kg) 이상의 능력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21세의 어린 나이에도 유럽리그에서 거칠기로 소문난 세리에A에서 통하고 있다는 것은 동양인 선수가 유럽 리그에서 몸싸움에 약하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합니다.

모리모토는 운동 신경이 뛰어난 선수입니다. 가속력과 순발력, 스피드, 탄력 등등 전반적인 운동 능력이 탁월하고 기본기까지 뛰어나기 때문에 체격좋은 상대 수비수들 사이의 공간을 손쉽게 파고들 수 있습니다. 그 틈을 타면서 정확한 슈팅 능력을 뽐내고 있으니 경험까지 더해지면 대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올 시즌에 맹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경기 감각을 충분히 쌓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불과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상대 수비수들에게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경기를 읽는 감각이 늘어나면서 부터 문전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더니 상대 수비진을 한꺼풀씩 벗겨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모리모토가 히라야마를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정신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전도유망한 유망주들은 급진적인 마인드를 나타내다가 어느 순간에 무너지면서 좀처럼 회복을 할 수 없지만 모리모토는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듭니다. 15세였던 지난 2004년부터 도쿄 베르디의 성인 팀에서 활약하면서 냉혹한 프로의 세계와 치열한 경쟁 체제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는 무릎 부상 후유증을 이겨내는 피나는 노력 끝에 주전 공격수로 자리잡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 히라야마는 네덜란드 리그 적응에 실패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2005/06시즌 네덜란드 리그에서 31경기에 출전하여 8골을 넣었음에도 네덜란드어 습득과 체중 조절에 문제점을 나타내면서 2006년 9월에 방출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는 헤라클레스 구단과 FC도쿄 사이의 이적료 분쟁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히라야마 본인이 네덜란드 생활을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으로 복귀하고 말았습니다. 공교롭게도 히라야마의 슬럼프는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이는 프로 선수로서의 자세가 완전히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죠.

어쩌면 모리모토와 히라야마의 엇갈린 운명은 2004년 부터 시작되었을지 모릅니다. 모리모토는 15세의 어린 나이에 도쿄 베르디에 입단하여 J리그 최연소 출전 기록과 득점 기록을 경신하더니 그해 J리그 사상 최연소 신인상(16세 7개월 6일)을 받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프로에 대한 생리를 몸으로 깨우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던 것이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죠.

하지만 히라야마는 프로행을 포기하고 2004년 쓰쿠바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 진학이 가능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는데 학업에 매달리고자 대학에 간 것입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를 깨우치기에는 세 살 어린 모리모토보다 더 늦었습니다. 쓰쿠바 대학을 다니면서 J리그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다면(일본축구협회 규정상에 의하면 대학 선수도 J리그에서 뛸 수 있습니다.) 천부적인 기량에 프로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업그레이드 되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헤라클래스에서 적응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을 것입니다.

일부 팬들은 모리모토를 거품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세리에A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거품 공격수라고 할 수 없습니다. 카타니아의 주전 공격수로 자리잡기까지 무릎 인대 부상과 임대설, 그리고 부진이라는 우여곡절을 이겨낼 수 있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실력으로 강해진 것입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경험까지 쌓이면 유럽 축구를 빛낼 아시아 공격수로 떠오를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일본 여론 내에서 괴물 골잡이로 부풀려졌던 히라야마와는 차원이 다르죠. 일본 축구가 그토록 필요로 하던 대형 공격수는 히라야마가 아닌 모리모토가 될지 모릅니다. 조금 황당한 것은 모리모토 본인이 일본 대표팀 스타일과 안맞는다는 이유로 대표팀 차출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죠.

모리모토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에버튼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입니다. 프리미어리그 3개 구단의 영입 표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카타니아에서 발휘하고 있는 실력 이상의 포스를 뽐낼 수 있는 선수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천적인 축구 재능과 후천적인 노력이 더해진 '일본판 축구천재' 모리모토가 앞으로 어디까지 발전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