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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

택배 배달이 힘들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많은 상품들을 택배로 구매하면서 꾸준히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택배 배달원들의 불친절 사례가 그것이죠. 고객에게 반말을 내뱉거나 퉁명스럽고 신경질적인 말투, 고함, 찡그린 표정 등등 그동안 많은 피해 사례들을 인터넷 공간에서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어느 모 택배회사에 대해서는 몇몇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다시는 이용하지 않겠다느니, 반품처리 하겠다느니, 그외 등등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안좋은 의견들을 인터넷에 올리더군요.

저 같은 경우에도 택배 배달원들에 대한 인식이 불과 며칠전까지 좋지 않았습니다. 신경질적이고 건방진 말투, 고함지르는 말투도 그렇지만 현관 앞에서 "택배"라고 외치는 배달원도 있었습니다.(이것은 불친절 사례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속 기분이 좀 그랬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 현관에 물건을 함부로 집어 던져 놓고 그대로 가버리는 경우가 두 번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김치 봉지여서 음식물이 완전히 터졌던 적도 있었습니다. 신발 벗어놓는 공간이 빨간 김칫 국물로 뒤덮이는 바람에 청소하느라 애를 먹었죠.(앞집 아줌마까지 도와줄 정도로) 심지어 물건을 복도에 그대로 놔두고 가는 배달원도 있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욱하는 감정을 배달원 앞에 드러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저보다 더 어린 20대 초반의 배달원이 반말을 내뱉거나 건방지게 말하는 것은 못봐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저에게 덤벼들겠다는 말투였기 때문에(제가 마음속으로 느끼기에는)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어떤 배달원은 저희 아버지의 이름 석자를 존칭없이 그대로 부르는 바람에 "저 사람을 두들겨 팰까? 아님 내버려둘까?"라는 마음속 고민이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집에 있을때라 민감할 수 밖에 없었죠. 물론 그 사람은 물건에 적힌 '받는 사람 이름'이 저희 아버지라는 것을 당연히 모른데다, 폭력을 쓰면 안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욱했던 감정을 바로 접었습니다.

[사진=며칠 전, 저희 집에 도착했던 무거운 택배 박스 입니다. 2층 계단을 두번씩이나 오르내리며 무거운 물건을 들으셨던 택배 배달원 아저씨의 힘든 표정이 저의 안좋은 선입견을 바꾸었습니다. (C) 효리사랑]

하지만 해당 택배 회사에 불친절 사례를 접수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또한 인터넷 공간에 어떠한 글을 올린적도 없었죠. 그때마다 '이런일 한두번 뿐이겠어? 택배 많이 받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니까 내버려두자. 배달원들 생계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은데다 나중에는 알아서 잘하겠지' 생각에 넘어갔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것이고 저 또한 실수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배달원들의 불친절들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있는 불친절 사례 글들을 보면, 저보다 더 심한 일을 겪으셨던 분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제가 겪었던 안좋은 일들을 머릿 속으로 훌훌 털어냈지요.

그런 저에게 며칠 전, 택배 배달원에 대한 마음속의 부정적인 인식을 버렸던 일이 있었습니다. 우선, 저희 집은 교통편이 나쁘고 언덕에 위치한 빌라 2층에 있는데 계단 두층 정도 올라와야만 집에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택배 왔습니다"라고 외치는 택배 배달원들에게는 곤욕스러운 '난코스' 겠지요. 그것도 이번일을 통해서 저희집이 배달원들 입장에서 힘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저희집보다 더 심한 곳이 많이 있겠지만요. 그날이 시골 친적집에서 저희집에 쌀 2포대를 택배를 통해 보내던 때였는데 오후 3시 30분 즈음에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물건이 한 번에 도착한게 아니라 두번에 걸쳐서 현관 앞 복도에 도착 했더군요. 복도에 문을 열어봤을 때, 46.5x37.5x30(cm) 규격의 긴 박스 하나가 저희 집 앞에 놓여져 있더군요. 저는 '이거 앞집에서 놓은 물건이겠지? 나랑 상관 없겠네'라고 생각하여 신경쓰지 않았는데 1~2분 정도 지나서 어떤 사람이 숨을 크게 헐떡 들이며 저희집 초인종을 울렸습니다. 제가 문을 열어보니까 키 작은 40대 택배 배달원이 힘든 표정으로 무거운 박스 하나를 들면서 현관에 물건을 놓았습니다. 그러더니 복도에 있던 또 다른 박스를 현관에 놓더군요. 알고봤더니 박스가 두번에 걸쳐서 현관에 왔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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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스를 열어보니까 쌀 포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쌀 포대 크기에 비해 박스의 규격이 조금 컸습니다. 박스를 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체감적인 무게가 무거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2층 계단을 두번씩이나 오르내렸던 아저씨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C) 효리사랑]

제가 놀랐던 것은 키 작은 택배 배달원 아저씨가 무거운 물건을 두번씩이나 들으면서 계단을 오르내렸던 겁니다. 아저씨의 표정을 보니까 얼마나 힘들던지 제가 도와주고 싶었을 정도였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택배 배달원들과 접했지만 그렇게 표정이 힘들었던 아저씨를 봤던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택배 배달원이 이렇게 힘든 직업인줄 몰랐다. 무거운 물건까지 손으로 들으면서 고생하고 또 고생해야 하다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더군요. 그동안 택배 배달원들의 겉 이미지만을 생각해서 안좋은 선입견들을 가졌던 적이 여러차례 있었는데, 그 아저씨의 힘든 표정을 보니까 제가 그동안 잘못 생각한게 아닌가 싶은 후회를 했습니다.

사실 아저씨가 복도에 있는 물건을 들으려고 할때는, 제가 직접 "아저씨. 저건 제가 들을께요.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가 자신이 어깨에 지닌 물건을 현관에 놓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복도에 있던 물건까지 드는 바람에 제가 말하려던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죠. 저의 마음속에서는 '물이라도 대접해야 하는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에는 두 발이 바닥에 멍하니 고정되었을 뿐 그 아저씨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저씨가 고생하시는 모습에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던 것이죠. 그동안 택배 배달원에 대한 고충을 너무 몰랐기 때문에 저 자신 스스로의 자책감이 들었습니다. 택배 배달원이 힘든 직업이라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면서 깨달았던 것이죠.

어쩌면 물을 대접하면 아저씨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게 아닌가 싶은 의구심이 듭니다. 물 한 컵을 내밀면, 아저씨가 다른 집에 물건을 배달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하루에 많은 물건들을 빠른 시일내에 처리해야 일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은 시간이라도 배려하기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생각이 맞는지 혹은 틀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접했던 택배 배달원들 중에 대다수는 시간에 쫓기듯이 물건을 배달하시더군요. 그러다보니 고객과의 접촉 과정에서 실수가 속출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박스를 열어보니까 아저씨가 끙끙 앓을 수 밖에 없었더군요. 쌀 포대가 20kg정도 되는데 그것을 담는 박스 규격이 쌀 포대에 비해 너무 크다보니, 물건을 드는 사람 입장에서 많이 무거울 수 밖에 없던 겁니다. 그것도 계단을 오르내리며 두번이나 들었으니 무척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쌀이 왜 이렇게 왔지? 규격에 맞는 박스가 들어왔다면 아저씨가 힘들어하지 않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스 포장이 배달원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야 그렇다 치더라도, 하루에 많은 물건들을 처리하는 아저씨 입장에서는 오후 시간대에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 이후부터는 택배 배달원이 올때마다 '안좋은 일을 겪는것은 아니겠지?'라는 마음속의 걱정을 떨치고 물건을 받았습니다. 택배 배달원도 나름대로 힘든 점들이 있을 것이고, 우리들이 전혀 모르는 고충도 존재할 것입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물건을 고맙게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불친절 사례를 겪더라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직까지는 몇몇 사람들에 비하면 극히 안좋은 사례를 겪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저 우리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며 열심히 배달하시는 모습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동안 인터넷 공간에서는 택배 배달원들의 불친절 사례와 관련된 정보들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택배 배달원들의 고충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친절 사례와 서로를 불신하는 일이 점차 없어지기 위해서는 택배 배달원들의 힘든 고충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은 저도 그 분들이 무엇때문에 힘든지를 구체적으로 잘 모릅니다. 그래야 고객과의 불친절 사례를 점차 없애가면서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고 웃지 않을까 싶네요. 때로는 택배 배달원의 실수가 있더라도 나중에는 서로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환경이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택배 배달원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고쳐주신 그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아저씨에게 직접 이렇게 말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서야 글로 표현하면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당신 덕분에 우리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일하시고 앞날의 행운을 빌어요. 전국에 있는 모든 택배 배달원 아저씨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