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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르샤빈, EPL의 새로운 '괴물 골잡이'

 

22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아스날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8골의 난타전이 터졌습니다. 두 팀 모두 경이로운 득점 행진으로 서로를 물고 늘어진끝에 4-4 무승부를 거두면서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짜릿한 골 쇼를 퍼부었습니다. 리버풀은 페르난도 토레스와 요시 베나윤이 서로 2골을 넣으며 상대의 골망을 흔들었지만 아스날은 '러시안 특급' 안드리 아르샤빈(28) 혼자서 4골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아르샤빈의 4골은 페널티킥 없이 자신의 힘으로 필드골을 밀어넣었기에 더욱 값집니다. 전반 36분 문전 정면 쇄도 상황에서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땅볼 패스를 받아 왼발로 골망 윗쪽을 흔들며 선취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22분에는 문전 왼쪽 공간에서 무회전 슈팅으로 강력한 오른발 슛을 작렬했고 3분 뒤에는 파비우 아우렐리우가 공을 잘못 걷었던 것을 틈타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더니 45분에는 상대 골키퍼와의 1-1 상황에서 강력한 왼발 슛을 날리며 안필드를 네 번씩이나 침묵의 도가니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아르샤빈의 진가가 빛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원정팀의 무덤' 안필드에서 자신이 혼자서 4골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번 경기는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체력저하, 최근 대두된 불안한 수비력으로 온갖 약점들을 안고 있던 아스날에게 큰 힘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비록 후반 48분 요시 베나윤에게 4-4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아르샤빈이 4골을 넣을 수 있었기에 리버풀에 밀리지 않았던 것이며, 이날 경기에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두 팀 선수들 모두 열심히 잘 싸웠지만, 그중에서도 최고의 경기력을 펼친 선수는 단연 아르샤빈 입니다. 이날 아스날이 슈팅 숫자에서 4-16(유효슛 4-7)의 열세를 드러냈는데 4번의 유효슛 모두 아르샤빈이 기록한 것입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 스포츠>로 부터 양팀 최다 평점인 평점 10점 만점을 부여 받으며(토레스, 베나윤은 9점) 4골의 가치를 인정 받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새로운 '괴물 골잡이'의 출현을 알리며 앞날의 밝은 미래를 예감케 했습니다.

아르샤빈은 올 시즌 중반까지 성적 부진으로 자존심을 구겼던 아스날의 해결사입니다.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팀내 역사상 최다 이적료인 1500만 파운드(약 300억원)의 거금으로 런던에 정착했죠. 그러더니 아스날은 '아르샤빈 효과'로 공격력을 강화하면서 최근 프리미어리그 19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게 됐습니다. 아스날이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쓰지 않기로 유명하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의 가치와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 아르샤빈은 프리미어리그에 빠르게 안착하면서 확실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입니다. 지난달 3일 웨스트 브롬위치전부터 이번 리버풀전까지 리그 8경기 6골 5도움을 기록하여 팀 공격의 믿을맨으로 떠올랐습니다. 리버풀전 이전까지는 아데바요르-벤트너 같은 타겟맨의 뒤를 보조하는 처진 공격수로서 왕성한 활동량과 함께 번개 같은 움직임, 송곳 같은 패스로 '도우미'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그러더니 불과 두달 전까지 리그 4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고개를 숙이던 아스날의 화력이 되살아나면서 리그 4위 진입에 오르며 빅4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아르샤빈에게 남은 과제는 골이었습니다. 지난해 유로 2008에서 러시아의 4강 진출을 이끌었던 신들린 골 감각을 아스날에서 발휘하는 것이었죠. 그러더니 원정팀 무덤인 안필드에서 4번이나 골망을 출렁이며 유로 2008의 괴력을 그대로 선보였습니다. 아르샤빈은 이번 경기에서 원샷원킬의 진수를 과시하며 자신이 괴물 골잡이임을 만천하에 드러냈습니다.

그뿐만은 아닙니다. 172cm의 작은 신장 속에서도 지칠줄 모르는 체력과 다이나믹한 돌파를 앞세워 매 경기마다 상대 수비수들을 요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골과 도움을 기록할 수 있는 공격수로서 아스날에서 다재다능하게 활용되고 있죠. 골잡이와 도우미, 그리고 전 소속팀 제니트에서 오른쪽 윙어로 맹활약을 펼쳤던 활약을 아우르면, 그의 공격 본능은 호날두-메시-카카 같은 소위 '축구 천재'들에 못지 않을 것입니다. 네임벨류에서는 세 명에게 밀릴 뿐, 진정한 실력에서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클래스임을 리버풀전에서 유감없이 과시했습니다.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은 지난달 15일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아르샤빈과 같이 경기 내내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선수를 좋아한다. 그는 아스날 공격 축구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며 아르샤빈을 1500만 파운드에 영입했던 자신의 수완이 성공했음을 알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아르샤빈이 아스날 전력에 꼭 필요한 선수임을 인정한 것이죠.

올 시즌 아스날은 플라미니-질베르투-흘렙 같은 주축 미드필더들의 이적 공백과 파브레가스-월컷-아데바요르 같은 공격 옵션들의 줄부상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하지만 아르샤빈이 들어오더니 특유의 섬세하고 빠른 축구를 펼치면서 상대팀들을 하나둘 씩 요리했습니다. 그러더니 부상으로 신음하던 공격 옵션들이 복귀하면서 시즌 막판들어 가파른 오름세를 달리고 있으며 그런 기세속에 아르샤빈의 화력이 폭발하게 되었습니다.

아르샤빈은 러시아 대표팀의 에이스에서 아스날 공격의 중심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리버풀전 4골로 '괴물 골잡이'의 출현을 알린 그의 프리미어리그 정복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