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오는 6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경기에 선발로 출격할 예정입니다. 잉글랜드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가 지난 3일 그의 아스톤 빌라전 선발 출전을 예상했기 때문이죠. 만약 박지성이 이번 경기에 선발 출전하면 프리미어리그 4경기 연속 주전으로 활약하게 됩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는 박지성의 활약 여부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아스톤 빌라전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했기 때문이지요. 2005년 12월 빌라 파크 원정 경기에서 1도움을 올렸고 2007년 1월 홈 경기에서는 1골1도움을 기록한 뒤 후반 중반에 교체되어 7만 홈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후 아스톤빌라와의 리그 및 FA컵 경기에서는 팀 전력의 활력소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지난달 5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여 맨유팬들이 뽑은 3월의 선수에 선정되었던 만큼, 이번 아스톤 빌라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박지성에게는 아스톤 빌라전이 중요하겠지만 정작 그에게 직면한 것은 '살인적인 강행군'입니다. 맨유가 UEFA 챔피언스리그와 FA컵 결승에 진출하면 5월 28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약 50일 동안 16경기를 치르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다면 5월말까지 리그 9경기를 비롯, 챔피언스리그 5경기, FA컵 2경기를 3~4일에 1번꼴로 치러야 하는 부담스런 상황에 직면합니다. 올 시즌 도중 UEFA 수퍼컵과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여 유럽 빅 클럽 중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맨유 선수들에게는 그리 반갑지 않은 일정입니다. 챔피언스리그 또는 FA컵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토너먼트에서 좋은 고지에 올라있는 만큼, 쉽게 포기하기가 아까운 상황입니다.
특히 맨유의 4월 일정은 가히 살인적입니다. 오는 6일 아스톤 빌라전을 치른 뒤 이틀 뒤에 포르투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치르고 사흘 뒤에 선더랜드와 원정 경기를 갖게 됩니다. 이후에는 챔피언스리그와 FA컵,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포함해 총 8경기를 소화해야 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주축 선수들이 최근 세계 각지에서 A매치 경기에 출전하면서 체력과 컨디션을 갓 회복해야하는 과정에서 아스톤 빌라전을 비롯 50여일 동안 빠듯한 일정을 치러야 합니다. 지난달 28일 이라크전과 지난 1일 북한전에 선발 출전한 뒤 국내에서 잉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박지성에게는 아스톤 빌라전을 비롯한 앞으로의 경기가 쉽지 않은 일전입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미 박지성은 팀의 바쁜 일정에 익숙한 상황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11월 8일 아스날전 부터 23일 아스톤 빌라전까지 A매치 포함 5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고 그 중 4경기는 풀타임 활약했는데 이 기간에 잉글랜드와 사우디 아라비아(A매치)를 오가며 3일에 한 번 꼴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이후 26일 비야 레알전에서는 후반 38분 교체 출전했고 4일 뒤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후반 44분까지 활약하면서 7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50여일 동안 최대 16경기를 치르는 것은 아무리 '강철 체력'을 자랑하는 박지성일지라도 부담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A매치 두 경기를 치른 뒤 비행기로 지구 반대편을 돌며 아스톤 빌라전 출격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의 체력 및 컨디션 관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팀이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진데다 그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꾸준한 경기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팀 전력으로서도 자신의 존재감이 절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럴 경우 박지성의 체력 부담은 시즌 종료에 접어들 수록 더 커지게 됩니다.
박지성에게는 무리한 일정이 그리 반갑지 않습니다. 지난 2006년 9월부터 2년 동안 3번의 부상으로 1년 2개월 동안 수술 및 재활, 회복에 매달렸습니다. 맨유 선수 중에서 가장 월등한 활동량과 부지런한 움직임을 자랑하나 그에 못지 않은 체력 소모를 겪었고 이것이 부상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자신과 스타일이 전혀 다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처럼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장하는 것은 '혹사'나 다름 없는 셈입니다.
결국 앞으로 50여일 동안 평소보다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할 경우, 부상의 위험성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의 부상 악령을 걱정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죠. 소속팀 맨유의 빠듯한 경기 일정과 대표팀까지 차출되는 바쁜 여정은 이번에 '독'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더욱이 5월에도 4월에 이어 1주일에 두 번씩 총 8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챔피언스리그, FA컵 동반 결승 진출시) '강팀에 강한' 박지성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체력 저하 및 부상 염려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뿐만은 아닙니다. 박지성은 맨유의 올 시즌이 종료되자마자 허정무호에 합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오는 6월 6일 아랍에미리트(UAE) 원정 및 국내에서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와 싸워야 하는 터라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팀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대한축구협회 측의 각별한 몸 관리가 절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2005/06시즌 종료 후 독일 월드컵 대표팀 합류 당시 부상 진단을 받았던 그였기에 세심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화로 이어질 공산이 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자신이 맞닥드린 '죽음의 50일'을 얼마만큼 순조롭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날 전망이 좌우될 것입니다. 그라운드에서 100% 이상의 에너지를 쏟는것도 좋지만 자신의 몸 관리를 철저히 하여 부상을 방지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50여일 동안 적절한 체력 안배를 할 수 있어 시즌 후반을 '걱정했던 것과 달리' 무리없이 치를수 있습니다. 다만 루이스 나니, 라이언 긱스, 대런 플래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윙어 자원들이 최근 경기력 저하로 부진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것입니다.
물론 박지성은 50여일 동안 최대 16경기를 모두 뛰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A매치 차출 이후 체력과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평소보다 출전 시간이 더 늘어난다면 나중에는 컨디션 저하로 부침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수 선발 권한을 쥔 퍼거슨 감독의 선택이 주목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저 5월말까지 무리없이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고 허정무호에 합류하여 대표팀 주장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맨유의 향후 일정(최대 16경기)-
1. 4월 6일 아스톤 빌라전(프리미어리그 홈경기)
2. 4월 8일 FC 포르투전(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홈경기)
3. 4월 12일 선더랜드전(프리미어리그 원정경기)
4. 4월 16일 FC 포르투전(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원정 경기)
5. 4월 20일 에버튼전(FA컵 4강 경기, 웸블리 중립 경기)
6. 4월 23일 포츠머스전(프리미어리그 홈 경기)
7. 4월 26일 토트넘전(프리미어리그 홈 경기)
8. 4월 29~30일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아스날vs비야 레알 승자와 격돌)
9. 5월 3일 미들즈브러전(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
10. 5월 6~7일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11. 5월 10일 맨체스터 시티전(프리미어리그 홈 경기)
12. 5월 14일 위건전(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
13. 5월 17일 아스날전(프리미어리그 홈 경기)
14. 5월 21일(유력) FA컵 결승전(첼시vs아스날 승자와 격돌, 웸블리 중립 경기)
15. 5월 25일 헐 시티전(프리미어리그 원정 경기)
16. 5월 28일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탈리아 로마 올림피코 스타디움 중립 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