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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아스날, '분노의 질주' 기대된다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강호라는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긴 두 런던 클럽이 있습니다. 바로 첼시와 아스날입니다.

2000년대 중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력을 자랑하던 두 팀은 현재 4위(49점)와 5위(44점)를 기록중이며,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59점)에 승점 10~15점 차이로 뒤져 있습니다.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첼시는 현재 13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맨유를 잡기위해 4경기를 따라잡아야 하며, 아스날은 첼시를 꺾기 위해 2경기를 뒤집어야 하는 버거운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물론 아스날의 우승 가능성은 힘들어진 상황이죠.

그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던 두 팀이 최근 반전의 돌파구를 열었습니다. 첼시는 성적 부진과 선수단 장악 실패를 이유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감독을 경질시키고 '마법사' 거스 히딩크 감독을 임시 자격으로 영입했습니다. 아스날은 유로 2008 스타 안드리 아르샤빈 영입은 물론 4-4-2에서 4-3-3으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무기력했던 경기력에 변화를 주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이러한 첼시와 아스날의 행보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시즌 후반 판도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신선한 이슈라 할 수 있습니다. 리그 역전 우승, 4위 진입을 꿈꾸는 첼시와 아스날의 '분노의 질주'가 기대되는 시점입니다.

첼시, '히딩크 마법'으로 맨유 꺾고 역전 우승?

첼시가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 것은 올 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한 의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첼시는 시즌 초반 선두에 오르며 우승을 예감케했지만 이후 리버풀과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다 맨유와 아스톤 빌라에 밀려 4위로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스콜라리 전 감독을 믿고 가기에는 리그 4위 수성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히딩크 감독을 임시방편으로 데려온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히딩크 감독에게 주어진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임기가 3개월인 것을 비롯, 1월 이적시장이 종료되는 바람에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데려올 수 없습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무리뉴-그랜트-스콜라리의 전술 사이에서 표류에 빠진 첼시 선수들을 이끌고 최상의 경기력을 펼쳐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준비 기간이 너무나 짧죠. 더욱이 스콜라리 체제 전후로 선수들의 기강 문제가 끊임없는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다스려야 하는 과제까지 안고 있습니다. 결국 히딩크 감독이 믿을 건 수많은 팀에서 감독직을 맡았던 노하우와 그 과정에서 배운 '마법'일 것입니다.

그러더니 첼시는 지난 14일 왓포드와의 FA컵 16강전에서 3-1로 승리하면서 시즌 후반 대도약을 위한 반전의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니콜라스 아넬카가 디디에 드록바의 공격 지원속에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팀 승리를 이끈 것과 동시에 '드록바-아넬카' 투톱의 공존이 성공할 수 있음을 알린 것이죠. 이후 두 선수는 자체 연습 경기에서 투톱으로 나서며 호흡을 맞췄고, 드록바가 아넬카와의 공존에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그랜트-스콜라리 체제에서 말썽을 빚었던 공격 전술이 '히딩크 효과'로 성공의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두 선수의 공존이 실패했던 원인으로는 드록바의 부상 및 네이션스컵 차출, 아넬카의 윙 포워드 전환(4-3-3 가동시) 등 서로 최전방에서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두 선수가 투톱으로 발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원했고, 그 결실이 벌써부터 긍정적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리그에서 연이은 무득점으로 고개를 숙였던 아넬카는 FA컵 해트트릭으로 시즌 후반 골 폭풍을 예고했고 그동안 "첼시 떠나겠다"며 여러차례 큰 소리 치던 드록바는 20일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을 통해 "첼시에 남고 싶다"며 히딩크 효과에 만족스런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올 시즌 첼시 선수단 내분의 '주범'이었던 드록바의 달라진 반응은 선수단의 분위기가 하나로 똘똘 뭉쳤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히딩크 감독이 노린 전술적 변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부진하던 데쿠를 홀딩맨으로 내리면서 수비라인 윗 공간에서 첼시 공격의 첫 발을 열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는 좌우 풀백의 공격 가담을 줄이며 '히딩크 축구의 상징인' 강력한 압박으로 타이트한 수비 라인을 형성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지난달 12일 맨유전 이전까지 리그 최소 실점 1위였던 첼시의 수비라인이 빠른 시일내에 강력한 모습을 되찾을 가능성이 큽니다.

비록 첼시는 맨유를 꺾고 우승하기 위해 4경기를 따라잡아야 하는 절박함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빅4팀과의 경기가 5월 9일 아스날전 단 한 경기만 남았다는 점에서(올 시즌 첼시의 빅4 전적이 5전 1무5패) 전력이 만만한 팀들을 위주로 '승점 벌이' 효과를 짭짤하게 거둘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21일 맞붙게 되는 리그 3위 아스톤 빌라전에서 승리할 경우 대반전을 위한 자신감을 얻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이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지난 19일 <유나이티드 리뷰>를 통해 "히딩크 감독이 오더라도 첼시의 우승은 힘들 것이다"며 히딩크 감독과 첼시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히딩크 감독이 첼시의 연이은 승리에 힘입어 승점 10점 앞선 맨유와 퍼거슨 감독의 콧대를 꺾고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마법을 발휘할지 기대됩니다.

아스날, '막강 화력'으로 리그 4위 진입?

사실, 아르샤빈이 아스날에 왔다고 해서 거너스(아스날 애칭)의 성적이 리그 4위로 금방 뛰어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아스날은 얇은 스쿼드의 한계로 인한 끊임없는 부상 속출과 체력 저하, '갈라스-투레' 센터백 조합의 저조한 활약상과 요한 주루의 경험 부족, 데니우손의 부진 등등 전력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산적한 팀으로서 아르센 벵거 감독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에이스 세스크 파브레가스까지 부상으로 빠지면서 이제는 6위 에버튼에 승점 4점 차이로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죠.

그런 아스날이 결국에는 4-4-2에서 4-3-3 카드를 꺼내들며 반전의 기회를 노렸습니다. 지난 17일 카디프 시티와의 FA컵 32강 재경기에서 '벨라-에두아르도-벤트너'의 스리톱을 가동하고 사미르 나스리가 공격형 미드필더, 데니우손과 알렉산드레 송이 더블 볼란치 역할을 맡아 한 박자 느리고 단조로운 공격 루트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아스날의 공격진은 나스리의 빠른 침투패스와 적극적인 문전 돌파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며 상대 수비진을 손쉽게 무너뜨리더니 4골이나 퍼부으며 4-0 완승을 거뒀습니다.

아스날이 4-3-3으로 4골을 넣은 것은 시즌 후반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다득점 승리'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른쪽 윙어로 활약하게 될 아르샤빈의 출중한 득점력을 살려 '판 페르시-아데바요르(벤트너)-아르샤빈'의 파상적인 스리톱을 구사하겠다는 뜻이죠. 비록 아데바요르와 에두아르도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벤트너가 카디프 시티전에서 활발한 움직임으로 1골1도움을 기록하여 부진 탈출 기미를 보였다는 점에서 아데바요르의 공백이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러한 4-3-3 효과는 그동안 부상으로 신음했던 파브레가스, 테오 월콧, 토마스 로시츠키 같은 화려한 공격 스타일을 지닌 선수들의 합류로 화력이 강해질 전망입니다. 파브레가스는 사미르 나스리와의 로테이션을 통해 체력을 비축하며 팀의 공격을 조율할 것이며 월콧은 오른쪽 공간에서의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진을 손쉽게 허물 것입니다. 로시츠키가 왼쪽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아스날의 중앙 공격을 지휘하는 등, 빠르고 다채로운 공격력으로 지구촌 축구팬들을 사로잡게했던 아스날 고유의 색깔이 되살아날 조짐입니다.

물론 공격력 효과만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4-4-2에서 4-3-3으로 바꿨던 것은 데니우손과 송의 활동 반경이 좁아지기 때문에 그동안 부진으로 고생했던 이들의 경기 집중력이 향상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 효과는 카디프 시티전에서 드러났습니다. 데니우손은 카디프 시티전에서 공격과 수비 공간을 활발히 휘젓는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팀 공격을 주도하더니 짧고 정확한 송곳패스로 끊임없이 공격 기회를 창출하며 팀의 경기 주도권을 높였습니다. 송은 상대 중앙 공격을 번번이 끊는 궃은 일을 도맡으며 데니우손과 공격 옵션들의 수비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이러한 허리진의 안정된 활약은 포백의 수비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팀 전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카디프 시티전에서 터닝 포인트를 찍은 아스날의 기세는 앞으로 무서울 전망입니다. 한번 분위기를 타면 걷잡을 수 없는 맹공격으로 골을 퍼붓는 스타일의 팀이자 젊은 선수들의 패기로 똘똘 뭉친 팀이어서 이대로는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2005/06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에서 토트넘을 제치고 리그 5위에서 4위로 뛰어오르는 기적을 연출한 것 처럼 이번에도 멋진 공격축구의 효과에 힘입어 4위 진입에 성공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