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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전성시대, 2009년에도 계속된다


시즌 초반 슬로우 스타터로 힘을 쓰지 못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강팀의 무서운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맨유는 지난해 11월 15일 스토크 시티전 5-0 대승 이후 리그 10경기 연속 무실점 무패행진(8승2무)으로 쾌속질주, 첼시-리버풀 2강 구도가 진행되던 선두 경쟁을 깨고 리그 1위에 올라있습니다. 2위 리버풀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기 때문에 업적이 놀라울 수 밖에 없는데요. 이미 칼링컵은 결승 티켓을 따냈고 FA컵 5라운드 진출,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에 오르는 등 최근 행보가 매섭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맨유의 쿼트러플(4관왕)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맨유는 최근 두 시즌 연속 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은데 이어 지난 시즌 더블 우승, 지난달 클럽 월드컵 우승 등 황금세대에 이은 또 한번의 '전성시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2007년이 재건의 해였고 2008년이 유럽과 세계를 제패한 해였다면 올해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갖추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최강의 수비력' 맨유, 멈출줄 모르는 '승리 본능'

최근 맨유가 가공할만한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결점 수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15일 스토크 시티전부터 지난 17일 볼튼전까지 10경기 연속 무실점 무패를 달렸다는 점에서 봐도, 수비의 공헌도가 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비가 강해야 전력이 튼튼하다'는 축구의 진리를 그대로 상징하고 있는 셈이죠.

이러한 맨유의 무실점 기록은 지난해 11월 8일 아스날전에서 후반 3분 사미르 나스리에게 실점한 이후 리그에서 942분 동안 단 한골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 2004/05시즌 첼시가 세웠던 리그 최다 연속 무실점 기록과 타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다음 리그 경기가 오는 28일 '리그 최하위' 웨스트 브롬위치전 임을 감안하면 대기록을 세울 공산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수비력 강화의 시발점은 '비디치-에반스'로 짜인 센터백 조합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17일 볼튼전 종료 후 MUTV를 통해 "포백을 구성하는 수비수들은 최근 몇 주간 최상의 경기력을 펼쳤다. 특히 비디치와 에반스가 최근 몇 경기에서 환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했으며 우리는 두 선수 덕분에 아주 훌륭한 수비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며 두 선수를 무실점 무패 행진의 일등 공신으로 꼽았습니다. 리오 퍼디난드와 파트리스 에브라, 웨스 브라운 같은 주축 수비수들의 부상 공백속에서도 '비디치-에반스' 효과를 앞세워 뒷문을 철저히 걸어 잠근것이 기대 이상의 성과로 이어졌던 것이죠.

맨유의 고공행진에는 '한국 나이로 올해 40세인' 골키퍼 에드윈 판 데르 사르의 '나이를 잊은' 활약이 가미되어 무서운 행보를 걸을 수 있었습니다. 판 데르 사르는 클럽 월드컵을 제외한 최근 1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으며 21번이나 슈퍼 세이브를 기록하는 신들린 듯한 선방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강의 수비력으로 리그 1위를 질주중인 맨유는 뒷심에 강한 저력까지 뽐내고 있습니다. 최근 리그 8경기 중에 3경기에서 경기 종료 막판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둘 만큼, 수비라인이 강했기에 경기 막판까지 승리욕을 잃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난 21일 더비 카운티와의 칼링컵 4강 2차전에서는 1차전 0-1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전반전에만 3골을 몰아치고 후반전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교체 투입 시킬 정도로 상대팀에 방심할 틈까지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승리 본능이 있었기에 맨유가 지금까지 전성시대를 보낼 수 있었던 겁니다.



맨유의 신 개념 전술, '벨바 시프트'

강팀은 팀 승리를 보장하는 플레이메이커와 마무리 능력까지 겸비한 해결사가 꼭 있습니다. 그동안 맨유에서는 호날두-루니 콤비가 단연 독보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그 위치에 올라있습니다. 맨유가 지난해 여름 그의 영입에 이적료 3000만 파운드(약 600억원)를 쏟아부었던 효과가 최근에 두드러진 것이죠.

최근 맨유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재 맨유 공격의 중심은 호날두-루니가 아닌 베르바토프에게 쏠려있습니다. 그는 최근 리그 3경기 연속골로 팀의 무패행진을 이끈데다 지난 25일 토트넘과의 FA컵 4라운드에서 역전골을 뽑으며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났습니다. 이는 호날두의 경기력 저하와 루니의 부상과 맞물린 것이어서 팀 내 위상을 확고하게 다질 수 있었던 기회이자 발판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베르바토프는 최전방에서 팀의 빠른 템포 공격에 적응하지 못해 '먹튀','디미타르 베론'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며 한동안 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클럽 월드컵을 넘기면서 팀 적응 성공은 물론 최근 리그 도움 1위(8도움)에 오르면서 이제는 맨유 공격에 없어선 안될 버팀목으로 거듭났죠.

이제는 맨유 공격진에서 베르바토프의 활약이 맨유 승리의 8할을 책임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베르바토프는 공격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의 공간에서 특유의 우아한 패스로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골 기회를 제공하며 리그 도움 1위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상대팀 골문 정면으로 달려가 골을 마무리 짓는 모습까지 늘어나면서 팀 승리의 커다란 몫까지 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베르바토프의 활약에 맨유는 호날두-루니 의존도가 강했던 팀 컬러에서 '벨바 시프트(베르바토프 애칭을 딴 이름)'로 진화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16일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을 통해 "베르바토프는 올 시즌 후반기 최고의 활약을 펼칠 것이다"고 예고했습니다. 현재 호날두와 루니가 부진과 부상으로 신음하는 상황속에서, 베르바토프의 맹활약은 곧 맨유의 2009년 전성시대를 이끄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완벽한 세대교체, '전성시대'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

맨유 전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형성하는 과정인 '세대교체' 입니다. 올 시즌을 기점으로 두각을 나타낸 신예들이 여럿 있을 정도로 무서운 페이스를 내뿜을 수 있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21일 더비 카운티와의 칼링컵 4강 2차전 승리 후 "신예들이 지금까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결승전에서도 분명 (선발 출장)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며 결승전에서 신예들의 대거 기용을 예고했습니다. 이는 퍼거슨 감독이 신예들을 적극 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특히 이날 경기에 선발 출장했던 하파엘 다 실바와 조니 에반스, 대니 웰백, 데런 깁슨은 맨유가 올 시즌에 배출했던 신예입니다. 네 명의 선수는 이제 맨유 전력에 없어선 안될 위치에 도달했습니다.

맨유가 1월 이적시장에서 21세 유망주 조란 토시치와 17세인 아담 랴지치를 영입한 것은 앞으로도 젊은 선수들을 계속 중용하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의지와 밀접합니다. 게다가 지난 21일 더비 카운티전에서는 리저브팀 주장인 19세 센터백 제임스 체스터가 1군 데뷔전을 가졌고 4일 뒤 토트넘전에서는 '하파엘의 친형'인 파비우 다 실바와 토시치가 데뷔전을 치르는 등, 향후 팀의 미래를 빛낼 신예들이 올 시즌에 이르러 대거 출현하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 칼링컵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제2의 로이킨' 호드리고 포제봉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재목이죠.

이러한 맨유의 세대교체는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필두로 하는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것은 20여명의 주전급 선수들을 골고루 활용하여 상대팀과 경기 상황에 유기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시스템인데 젊은 선수들이 출장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는 기존 선수들을 자극 시킬 수 있는 효과로 이어져 치열한 주전 경쟁을 유도하게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맨유 세대교체가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노장 선수들의 괄목상대할 기량이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맨유 전력의 플러스 알파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라이언 긱스와 폴 스콜스, 게리 네빌, 판 데르 사르는 노장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노련미를 자랑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팀의 대들보로서 매 장면, 매 순간 섬세하고 예리한 실력과 팀 전력을 아우르는 지휘력으로 전력을 책임지며 젊은 선수들의 분발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만약 노장들이 부진했다면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가 더디게 진행되어 팀 성적까지 영향을 끼쳤을지 모릅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명언 그대로 맨유 노장들이 젊은 선수들을 밀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맨유가 오늘날 전성시대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이죠. 이미 젊은 선수들은 앞으로의 밝은 가능성과 미래를 알렸기 때문에 맨유의 전성시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2009년에도 힘찬 순항을 거듭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By.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