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한국 호주, 무한도전 처럼 재미있을까?

1월 17일 토요일 저녁 6시는 한국 호주 축구 경기가 펼쳐지는 시간이다. 2015 아시안컵 본선 A조 3차전이자 아시아 강호끼리 맞붙는 빅 매치로서 이기는 팀이 1위를 확정짓게 된다. 한국 호주 무한도전 중에서 어느 콘텐츠를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축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시안컵 경기를 더 좋아할 것이며 무한도전 팬이라면 토요일 저녁에 예능을 더 선호할 것이다. 누구나 개인차는 있을 것이다.

 

아시안컵 A조 3차전 한국 호주 경기는 국내 시간으로 17일 토요일 저녁 6시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호주가 개최국인 만큼 한국이 불리한 여건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한국 호주 중계 MBC가 맡으며 경기 시간대와 겹치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결방 확정됐다. 무한도전 팬들에게는 아쉬움을 느끼기 쉬울 것이다.

 

 

[사진=2014년 11월 아시안컵 트로피 투어 한국 행사 당시의 무대 모습 (C) 나이스블루]

 

한국 호주 경기는 아시안컵 A조 1위 결정전이나 다름없다. 두 팀 모두 A조에서 2승씩 챙기면서 일찌감치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제는 A조 1위 여부가 중요하게 됐다. 8강에서 A조 2위 자격으로 B조 1위팀과 맞붙지 않으려면 1위 통과가 필요하다. 한국 호주 경기가 치열하게 전개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선수들의 부상이다. 이청용 하차했던 한국에게 더 이상 추가 부상자가 나와서는 안된다. 이제는 토너먼트에 돌입하는 만큼 누구도 다치지 않거나 감기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한국 축구 대표팀을 향한 여론 분위기가 안좋다. 아시안컵 A조 1~2차전에서 오만, 쿠웨이트와 싸우면서 모두 1-0 승리를 거둔 것에 비해 경기 내용이 기대 이하였다.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불안과 어설픈 수비 실수는 여전했지만 공격 과정에서 선수들의 연계 플레이가 자주 끊기는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쿠웨이트전에서는 경기를 이기겠다는 선수들의 열의가 오히려 상대 팀 선수들이 더 강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 문제를 질타한 것은 맞는 말이었다. 그것도 한국 호주 경기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사실, 한국 대표팀을 향한 여론의 부정적인 시선은 끊임없이 누적됐다. 2011년 1월 아시안컵 이후 박지성(은퇴) 이영표(현 KBS 해설위원)가 대표팀을 은퇴하고 팀의 행보가 걷잡을 수 없이 안좋아지면서 한국 대표팀의 인기가 줄어들었다. 아시아 무대에서 좀처럼 강자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과 더불어 브라질 월드컵 부진은 대중들이 한국 대표팀에 불신을 가지는 결정타가 됐다. 여기에 일부 선수들의 SNS 구설수까지 비롯되면서 한국 대표팀을 향한 대중적 가치가 깎였다.

 

 

[사진=울리 슈틸리케 감독 (C)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 메인(the-afc.com)]

 

 

[사진=아시안컵 임하는 한국 대표팀 명단. 현재 이청용이 부상으로 하차했다. (C) 아시안컵 공식 홈페이지(afcasiancup.com)]

 

그나마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특정 선수 발탁에 대한 여론의 불신이 줄었다. 브라질 월드컵 시절에 회자되었던 인맥축구 논란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부터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여기에 슈틸리케 감독이 일부 선수의 체력을 안배하거나 실력 위주로 스쿼드를 구축하는 합리적인 선수 기용을 펼쳤다. 대표팀 선수 발탁이나 경기 출전 같은 불신 요소들을 걱정할 필요 없게 됐다. 그러나 쿠웨이트전, 오만전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유연한 선수 기용이 여론에 묻혔다.

 

 

[사진=무한도전 영향력은 이 사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차기 리더를 뽑는 사전투표 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면서 참여했다. (C) 나이스블루]

 

[사진=글쓴이가 지난해 여름에 찾았던 무한도전 사진전. 특정 TV 프로그램이 사진전을 여는 사례는 흔치 않다. 그만큼 무한도전이 인기 많다는 뜻이다. (C) 나이스블루]

 

그런데 한국 호주 경기가 무한도전 시간대와 겹치는 것이 신경쓰인다. 만약 한국이 호주전에서 졸전을 펼치거나 경기 내용이 미흡했다면, 또는 호주를 이기지 못했다면 무한도전 결방 아쉬워하는 대중들의 반응이 이곳 저곳에서 터져나올지 모른다. 무한도전 콘텐츠 영향력이 어떤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어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글쓴이도 무한도전을 오랫동안 좋아하며 지금도 즐겨 보는 편이다. 어쨌든 한국이 호주전에서 좋은 경기력 선보이지 못하면 무한도전 결방에 따른 여론의 쓴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가 전개되어서는 안된다.

 

무한도전 결방 확정이 한국 호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관점에서 긍정적이다. 한국 대표팀을 향한 대중적인 시선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이 호주를 좋은 경기 내용으로 이기거나, 비록 이기지 못할지라도 경기 내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전 경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면 대중들이 한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호감을 나타낼지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한국 대표팀 및 한국 축구를 한 번 더 믿게 될 것이다.

 

호주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의 토너먼트 행보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아시안컵 목표는 우승이다. 냉정히 말해서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 후보가 아니다. 일본, 이란, 호주가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하지만 철저히 도전자의 입장에서 대회를 열심히 치르면 의외로 좋은 성적을 나타낼 수도 있다. 1960년 이후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대표팀 도전이 무한도전의 정신처럼 사람들에게 감동과 짜릿한 재미를 안겨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