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 오후 6시 호주에서 펼쳐질 2015 아시안컵 한국 호주 경기는 로비 크루스 손흥민 맞대결로 관심을 끈다. 레버쿠젠의 두 윙어가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호주의 승리를 위해 이번 경기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흥미롭게도 두 선수 모두 포지션이 같다. 손흥민이 로비 크루스 보다 팀 내 입지가 매우 견고하다. 전자가 팀 전력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존재라면 후자는 철저한 교체 멤버로 꼽힌다.
로비 크루스는 손흥민의 백업 멤버다. 두 선수 모두 2013/14시즌부터 레버쿠젠에서 함께 뛰었으나 팀 내 위상은 서로 대조적이다. 하지만 로비 크루스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오랜 공백기를 보냈음을 떠올린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때는 그가 손흥민 경쟁자로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던 경기가 있었다.
[사진 = 로비 크루스 (C)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ayer04.de)]
크루스가 2013년 여름 레버쿠젠 입단 후 분데스리가에서 유일하게 골 넣었던 경기가 있었다. 9월 21일 마인츠와의 홈 경기였다. 손흥민 대신에 4-3-3 포메이션의 왼쪽 윙 포워드로 선발 출전하면서 2골 1도움 기록했다. 전반 19분 선제골을 터뜨렸더니 전반 38분에는 라스 벤더의 득점을 돕는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반 46분에는 추가골 작렬하면서 레버쿠젠의 4-1 대승에 힘을 실어줬다. 비록 손흥민은 결장했으나 오히려 1경기를 쉬면서 팀의 다음 일정에 대비했다. 그런데 손흥민 백업 멤버였던 크루스가 뜬금없이 2골 1도움 기록한 것이 국내 축구팬들에게 임펙트 높게 느껴졌다.
당시의 손흥민은 골 부족에 시달렸다. 2013년 8월 3일 DFB 포칼컵 1라운드 SV 리프슈타트전 1골, 8월 10일 분데스리가 1라운드 프라이부르크전 1골 넣은 이후 각종 대회를 포함하여 6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여기에 체력 저하까지 겹치면서 마인츠전을 쉬었다. 그 경기에서 크루스가 전반전에만 2골 1도움 기록하며 손흥민 팀 내 입지를 걱정했던 국내 축구팬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크루스는 마인츠전 이후 두각을 떨치지 못했다. 2013년 9월 24일 DFB 포칼컵 2라운드 빌라펠트전에서 손흥민이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건재함을 알렸던 반면 크루스는 연이은 무득점에 그쳤다. 그 이후에는 선발과 교체 출전을 오갔으나 자신의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2013년 12월 4일 프라이부르크전에서 레버쿠젠 이적 후 첫 선발 출전하며 1골 기록했으나 그 경기는 분데스리가가 아닌 DFB 포칼컵 경기였다. 손흥민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크루스는 2014년 1월 팀 훈련 과정에서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을 당하면서 장기간 경기에 뛰지 못했다. 브라질 월드컵 5개월 앞두고 큰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겪으면서 끝내 월드컵에 불참하고 말았다. 십자인대 부상 없이 레버쿠젠에서 손흥민을 포함한 윙 포워드 자원들과 끊임없는 경쟁을 펼쳤다면 브라질 월드컵에서 호주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뛰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끝내 호주는 월드컵에서 3전 전패를 겪었다.
그가 레버쿠젠 전력에 복귀한 때는 2014년 10월 4일 파더보른 07과의 경기였다. 후반 36분 교체투입한 뒤 후반 45분 카림 벨라라미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2-2 무승부를 공헌했다. 그러나 크루스가 올 시즌 유일하게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던 때는 그 경기 뿐이었다. 올 시즌 레버쿠젠에서 7경기 출전했으나 1도움에 그쳤으며 그중에 6경기에서 교체로 투입됐다. 지난 시즌과 달리 팀의 감독 교체에 의해 포메이션이 4-2-3-1로 바뀌면서 손흥민-칼하노글루-벨라라비로 이어지는 2선 미드필더 삼각편대와의 경쟁을 이겨내는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랬던 크루스가 아시안컵에서 달라진 면모를 과시하는 중이다. 아시안컵 A조 2차전 오만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호주의 4-0 승리에 힘을 보탰다. 동료 선수와의 원투 패스에 이은 드리블 돌파로 상대 페널티 박스 안쪽을 파고들면서 슈팅 날렸던 볼이 골망을 흔들었다. 아시안컵 맹활약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던 것. 그는 3차전에서 한국과 상대한다. 그것도 자신의 팀 동료 손흥민과 맞대결 펼친다. 두 선수 중에서 누가 승리의 미소를 나타낼지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