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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제라드, 램파드 행보와 달랐던 리버풀 작별

스티븐 제라드 리버풀 작별 루머는 사실이었다. 리버풀이 한국 시간으로 1월 2일 오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라드 거취와 관련된 성명을 발표했다. 제라드가 2014/15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나기로 했다고 언급한 것. 리버풀 홈페이지에서는 그가 (1998년 데뷔 이후) 17년 동안 10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며 통산 695경기에서 180골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글쓴이는 제라드 이별 방식을 보며 그의 라이벌 프랭크 램파드 떠올랐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화두 중에 하나는 프랭크 램파드가 정들었던 첼시를 떠나 미국 리그의 신생팀 뉴욕 시티의 일원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가 현재 뛰고 있는 팀은 '첼시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다. 맨시티 임대 선수로서 소속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도전을 막아내는 중이다.

 

[사진=리버풀은 1월 2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제라드가 올 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C)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메인(liverpoolfc.tv)]

 

제라드와 램파드는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30대 중반의 중앙 미드필더다. 각각 리버풀과 첼시에서 오랫동안 중원 사령관으로 자리매김하며 팀의 부흥을 주도했다. 제라드가 리버풀에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2004/05시즌) UEFA컵(지금의 유로파리그) 우승 1회(2000/01시즌)를 이루었다면 램파드는 첼시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3회(2004/05, 2005/06, 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2011/12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1회(2012/13시즌)의 업적을 이루었다. 서로 똑같은 포지션에 비슷한 경기 스타일을 과시하면서 팀 전력의 중심 축으로 활동하며 라이벌로 손꼽히게 됐다.

 

그런데 두 선수의 친정팀 이별 방식은 뚜렷한 차이를 나타낸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첼시를 떠났던 램파드는 원 소속팀이 뉴욕 시티지만 팀이 2015시즌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에 참여하기까지 몇 개월 동안의 공백이 생겼다. 실전 감각 유지 차원에서 맨시티에 임대됐다. 뉴욕 시티와 맨시티는 구단주가 셰이크 만수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맨시티는 첼시와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을 펼치는 관계다. 지난 시즌에는 맨시티가 우승, 첼시가 준우승을 이루었다. 지금까지 첼시 소속이었던 램파드는 올 시즌 맨시티 선수가 됐다.

 

 

램파드가 맨시티 소속으로 활약중인 것은 첼시 입장에서 결과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됐다. 첼시는 올 시즌 내내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질주했으나 '램파드 효과'에 힘입은 맨시티 추격을 받으면서 끝내 승점과 골득실 동률 상태가 됐다. 무엇보다 지난해 9월 22일 맨시티 첼시 맞대결에서 동점골을 넣었던 램파드 골 장면이 뼈아프다. 만약 램파드가 골을 넣지 않았다면 첼시가 1-0으로 승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램파드가 골을 터뜨리면서 두 팀은 승점 1점씩 나뉘어가지게 되었고 20라운드가 끝난 현재까지 승점 46점, 득점 44골, 골득실 25골 동률을 나타냈다.

 

첼시에게 더욱 뼈아픈건 램파드 임대연장 이슈다. 맨시티는 1월 1일이 되자 램파드 임대연장 기간이 올 시즌 종료까지 변경되었다고 밝혔다. 당초 임대 기간이 1월까지였으나 올 시즌 종료 시점으로 늘어나게 됐다. 램파드가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의 2015시즌 초반부터 뛰기를 기다렸을 뉴욕 시티 팬들은 그를 원망하게 되었지만 그 마음은 첼시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램파드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막아낼 맨시티 중원 사령관으로 거듭나고 말았다. 첼시의 살아있는 레전드가 오늘날 첼시 경쟁팀의 주축 선수가 된 것은 불과 1년 전까지 상상하기 힘든 시나리오였다.

 

'램파드 라이벌' 제라드는 올 시즌 끝나고 리버풀을 떠난다. 그의 작별을 알렸던 리버풀 구단 홈페이지에서는 제라드 인터뷰가 게재됐다. 그는 앞으로의 행보에 대하여 "리버풀을 상대로 경기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신의 차기 행선지가 프리미어리그 팀이 아니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9월 22일 친정팀 첼시와 맞붙으면서 골까지 터뜨렸던 램파드의 행보와 철저히 다르다. 제라드가 이를 의식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친정팀 리버풀을 사랑하는 마음이 여전히 깊다고 볼 수 있다.

 

제라드 리버풀 작별 의미는 현대 축구에서 원클럽맨이 존재하기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같은 유럽의 빅 리그라면 더욱 그렇다. 다수의 팀들이 성적 향상 및 전력 보강을 목적으로 세계 각지의 유능한 축구 인재 영입에 힘을 쓰면서 선수들의 이적이 잦아졌다. 이렇다보니 원클럽맨의 희소가치가 커졌다. 프로 데뷔 이후 지금까지 리버풀에서 뛰었던, 7세였던 1987년 유소년 선수 시절부터 2015년 현재까지 28년 동안 오직 리버풀에서 활약했던 제라드 원클랩맨 행보는 올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