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목표는 2015년 아시안컵 우승이다. 1960년 대회 우승 이후 55년 만에 아시아 축구의 최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지 여론의 기대를 모으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고질적인 원톱 문제가 한국 대표팀을 또 괴롭히고 있다. 아시안컵을 1개월 앞둔 현 시점에서 대표팀 합류 유력한 원톱 자원들이 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허우적거리고 있다. 믿음직한 원톱이 단 1명도 없다.
한국 축구에서 대표팀 원톱으로 뽑힐만한 선수는 지금까지 박주영, 이동국, 김신욱이 항상 거론됐다. 그러나 박주영은 지난달 요르단전, 이란전에서 드러났듯이 AS모나코 시절 만큼의 경기력을 되찾지 못했으며 이동국과 김신욱은 부상으로 아시안컵 참가가 불투명하다. 최악의 경우 3명 모두 아시안컵 출전이 힘들 수 있다.
[사진=아시안컵 우승 트로피 (C) 나이스블루]
그나마 원톱 3인방 중에서 박주영의 아시안컵 출전 여부는 비관적이지 않다. 소속팀 알 샤밥에서 지속적으로 경기에 출전하며 자신의 슬럼프 원인이었던 실전 경험 부족을 해소하는 중이다. 부상으로 K리그 클래식 경기에 뛰지 못하는 이동국과 김신욱에 비하면 아시안컵 즉시 전력감 투입이 가능하다. 이동국과 김신욱은 장기간 부상에 시달리는 중이며 아시안컵 이전에 완쾌되더라도 경기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회에 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대회 참가가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박주영이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원톱으로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기 쉽다. 냉정히 말하면 박주영은 3년 넘게 거듭된 슬럼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아스널 시절에 비해 뚜렷하게 달라진 것은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중인 것 뿐이다. 하지만 알 샤밥에서도 아직까지는 파괴력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정규리그 3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졌으며 지난 10월 18일 알 힐랄전 이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골이 없었다.
만약 이동국과 김신욱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박주영의 아시안컵 참가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박주영이 아시안컵 주전 원톱 1순위로 거론하기 쉬운 현실이다. 경기력보다는 이동국-김신욱 부상, 제대로된 원톱을 발굴하지 못하는 한국 축구의 문제점이 서로 맞물리면서 박주영 아시안컵 출전 가능성이 꽤 높다. 하지만 박주영의 현재 경기력을 놓고 보면 아시안컵에서 이름값에 걸맞는 경기력을 과시하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지 의문이다. 이대로는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원톱 갈증을 풀지 못하고 고전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대안은 있다. 2011년 아시안컵에서 지동원이 한국의 원톱이자 제로톱으로서 맹활약 펼쳤던 때를 되돌아봐야 한다. 당시 지동원은 '그때는 잘 나갔던' 박주영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아시안컵에서 주전으로 기용됐다. 대회에서 4골 넣은 것과 더불어 '아시안컵 득점왕' 구자철을 포함한 동료 선수와의 원활한 연계 플레이, 중앙과 왼쪽 측면을 넘나들며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유인하며 상대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리게 했던 영리한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주전 공격수로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흥미로운 것은 지동원이 2011년 아시안컵 대표팀 체제에 합류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A매치를 뛰지 못했다. 아시안컵 직전이었던 2010년 12월 30일 시리아와의 평가전이 그의 A매치 데뷔전이었다. 국가 대표팀 경험이 많지 않았던 당시 20세 신예 지동원 아시안컵 맹활약은 한국이 박주영 부상 공백 속에서도 원톱 고민 없이 대회를 치렀던 반가운 효과를 가져왔다.
아쉬운 것은 2014년 현재의 지동원은 2011년 지동원에 비해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신음하는 중이다. 올 시즌에는 도르트문트에서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대로는 아시안컵 출전이 어렵다. 2015년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2011년 지동원 같은 원톱 자리에서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그런 유형의 선수가 나와야 원톱 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