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판 할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레스터시티 원정에서 3-5로 패하는 불운을 겪었다. 맨유 레스터시티 경기 결과가 매우 의외인 것은 호화 선수층을 자랑하는 팀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승격팀에게 5실점 패배를 당했다는 점이다. 후반 12분까지 3-1로 앞섰으나 그 이후 4실점을 허용하면서 역전패를 당한 것이 석연치 않다. 후반 막판에는 타일러 블랙켓 퇴장에 의해 남은 시간까지 10명이 싸워야했다.
맨유 레스터시티 스쿼드 네임벨류 및 팀의 명성을 놓고 보면 두 팀의 차이점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레스터시티가 맨유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과시하면서 홈팬들에게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안겨줬다. 이변의 희생양이 된 맨유의 패인은 무엇인가?
[사진=레스터시티 원정 3-5 패배 소식을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맨유는 레스터시티전에서 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하는 4-1-2-1-2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4-3-1-2가 아닌 4-1-2-1-2라고 언급한 이유는 좌우 미드필더들의 활동 반경이 공격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다. 미드필더진에는 달레이 블린트가 수비형 미드필더, 앙헬 디 마리아와 안드레 에레라가 좌우 측면 미드필더, 웨인 루니가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되었으며 로빈 판 페르시가 라다멜 팔카오와 함께 투톱으로 기용됐다. 후안 마타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으며 후반 31분 교체 투입했다.
이러한 맨유의 미드필더 배치를 놓고 보면 팀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리기 쉽다. 디 마리아와 에레라는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로서 블린트와 철저하게 다른 성향이다. 레스터시티전에서도 앞쪽으로 올라가는 움직임이 많았다. 좌우 풀백을 맡았던 마르코스 로호, 하파엘 다 실바가 수비를 충실히 할 필요가 있었으나 이날 경기에서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렇다보니 맨유가 수비 진영에서 빈 공간을 내주는 현상이 되풀이 됐다. 전반 30분에는 조니 에반스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팀의 수비 조직까지 엉성해졌다. 이것이 5실점 패배의 구조적 원인이다.
맨유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의 재건을 위해 뛰어난 개인 실력을 과시하는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을 여럿 영입했다. 유벤투스로 떠난 왼쪽 풀백 파트리스 에브라 공백은 루크 쇼, 로호와의 계약을 통해 한 포지션에 두 명의 이적생을 보강했다. 그러나 팀의 수비 조직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를 보강하지 못한 것이 맨유의 이적시장 문제점으로 작용한다. 과거의 퍼디난드-비디치 같은 존재가 지금의 맨유 스쿼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판 할 감독의 신뢰를 얻었던 필 존스는 잦은 부상으로 경쟁력을 잃었으며 에반스는 맨유에서 나름 오랫동안 뛰었음에도 기량이 정체됐다. 크리스 스몰링은 여전히 기량이 만개하지 못했다.
레스터시티전에서는 로호-블랙켓-에반스(전반 30분 이후 스몰링)-하파엘로 짜인 포백이 구축됐다. 실수가 많은 블랙켓과 에반스가 퍼디난드-비디치를 대체하는 현 상황을 놓고 보면 맨유의 여름 이적시장 행보가 성공작이 아닐 수도 있음을 말해주는 듯 하다. 맨유의 5실점 중에 2실점은 하파엘과 블랙켓의 수비 실수에서 비롯됐다. 자신이 마크했던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는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실수를 범한 것은 문제가 있다.
여기에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공격쪽으로 쏠리면서 포백의 수비 부담이 커졌다. 하파엘과 블랙켓이 무리한 파울을 범한 것이 문제였으나 그보다는 팀의 협력 수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상대 팀에게 수비 공간이 열리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다. 수비형 미드필더 블린트가 양팀에서 인터셉트(8개)가 가장 많았던 것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블린트 수비 부담이 심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블린트마저 부진했다면 이날 맨유는 최소 6실점 허용했을지 모른다. 레스터시티전은 맨유의 미드필더 다이아몬드 배치가 과연 옳았는지 의문이 든다.
현실적으로 다이아몬드 배치 외에는 호화 선수들이 공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여기에 3백마저 실패하면서 판 할 감독 선택의 폭이 넓지 않게 됐다. 하지만 디 마리아와 에레라가 블린트처럼 수비에 많은 비중을 두면 자신들의 공격적인 재능이 묻히는 단점이 나타난다. 더욱이 디 마리아와 에레라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두각을 떨치는 존재들이다. 이러한 선수들의 포지션 불균형과 포백 리더 부재 및 경기력 부진까지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면서 레스터시티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맨유의 굴욕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