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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웰백 아스널 이적, 현명한 배신자 되었다

대니 웰백 아스널 이적이 성사됐다. 2014년 유럽 축구 이적시장 마지막 날에 이루어진 깜짝 이적 발표 소식이라 눈길을 끈다. 아스널은 한국 시간으로 2일 오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웰백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적료는 1600만 파운드(약 269억 원)로 알려져있으며 장기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올리비에 지루 대체자를 확보했다. 만약 웰백의 맹활약이 갈수록 진가를 발휘하면 지루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웰백 이적이 충격적인 것은 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유스 출신이자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에 흔치 않은 로컬 보이라는 점이다. 그가 맨유 라이벌 아스널을 차기 행선지로 떠나게 된 것은 이례적이다. 맨유와 아스널의 라이벌 대립에 있어서 새로운 스토리가 쓰여졌다.

 

[사진=웰백 영입을 공식 발표한 아스널 홈페이지 (C) arsenal.com]

 

웰백은 아스널로 이적하면서 맨유팬들에게 배신자 같은 존재가 됐다. 로빈 판 페르시가 2012년 여름 아스널에서 맨유 선수가 되면서 아스널팬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혔듯 2년 뒤에는 웰백이 맨유에서 아스널로 둥지를 틀었다. 어떤 관점에서는 판 페르시와 웰백을 배신자로 함께 거론하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판 페르시는 아스널 주장으로서 맨유로 떠났다면 웰백은 맨유에서 꾸준한 선발 출전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 두 선수의 처지가 달랐다.

 

그러나 웰백은 맨유가 키웠던 로컬 보이였다. 그가 라이벌 아스널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거나 맨유전에서 소속팀 승리를 이끄는 득점포를 쏘아올리면 맨유팬들이 좋지 않게 바라볼 것임에 틀림 없다. 적어도 배신자 논란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아무리 맨유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7위로 부진했을지라도 맨유와 아스널이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라이벌 관계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웰백의 아스널 이적은 옳은 선택일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맨유에서는 붙박이 주전으로 뛰기 어려웠다. 웨인 루니와 로빈 판 페르시 콤비가 2012/13시즌부터 완성되면서 2014년 여름 이적시장 마지막 날에는 라다멜 팔카오까지 가세했다. 팔카오 임대는 루니와 판 페르시 붙박이 주전 보장까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영향력을 선사하며 웰백은 다른 팀에서 뛰는 것이 나았다. 또 다른 벤치 멤버였던 공격수 치차리토는 레알 마드리드로 임대되었으나 웰백이 아스널로 이적한 것이 눈길을 끈다.

 

아스널에서는 지루 부상 완쾌 이후에 원톱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그러나 지루가 없는 현 상황에서 지속적인 맹활약을 펼치면 아르센 벵거 감독의 신뢰를 얻으며 팀의 주전급 선수로 자리잡는 명분을 얻게 된다. 지루가 그동안 기복이 심했던 것이 웰백에게는 프리미어리그의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하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웰백은 2선 미드필더 전환이 가능하다. 아스널의 좌우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으며 2012/1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좋은 활약 펼쳤던 경험이 있다.

 

웰백은 아스널 이적을 통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수 있게 됐다. 특이하게도 아스널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빅4 탈락 위기를 극복하고 항상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었다. 아무리 팀의 경기력이 굴곡 심해도 프리미어리그 4위권을 잘 지켜냈다. 반면 맨유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7위로 추락했으며 올 시즌 현재까지의 행보를 놓고 보면 빅4에 복귀할지 불투명하다. 결국 웰백의 아스널 이적은 현 시점에서 옳은 선택으로 봐야 할 것이다. 현명한 배신자가 된 것이다.

 

한편 맨유는 팔카오 임대를 완료하며 2014년 여름 이적시장을 마무리했다. 웰백과 치차리토, 카가와 신지, 루이스 나니,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 등을 내보내고 팔카오, 앙헬 디 마리아, 루크 쇼, 안드레 에레라, 마르코스 로호를 영입했던 맨유의 올 시즌에 대하여 앞으로 여론에서 말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