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박유천, 한예리 주연의 해무는 2014년 여름 성수기 시즌에 개봉했던 국내 영화 빅4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작품입니다. 해무 후기 올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작품인가?'라고 말입니다. 이 영화가 뜰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사람마다 소감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명량 반응이 극과 극이듯이 말입니다. 저는 해무를 좋게 봤는데 결말이 아쉽습니다.
해무는 전진호 선장으로 나오는 김윤석 비중이 크게 나타나면서 박유천 한예리 로맨스가 펼쳐집니다. '김윤석 vs 박유천&한예리'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죠. 영화 초반부터 김윤석 장면이 많으면서 작품에 대한 신뢰감을 갖기 쉽습니다. 영화가 좋은 것도 김윤석이 악역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죠.
[사진=저의 해무 관람 인증샷]
이미 알려진 부분이지만, 해무는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2001년 10월 제7 태창호 사건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일을 해무에서 다루게 되었죠. 제7 태창호 사건은 한국으로 밀항하려는 중국인들과 조선족 총 60명이 배에 탑승했으나 26명이 질식사로 숨졌고 배의 선원들이 시체를 바다에 던졌습니다. 영화 해무에서는 60명보다 더 적은 인원이 밀항했으며 2001년이 아닌 1998년 IMF 시절로 설정했습니다. 등장 인물이 TV로 야구를 보는 장면에서는 제가 정확히 봤는지는 모르겠는데 투수가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잠깐 나왔던 장면이었죠.
이 영화는 실화라서 충격적으로 느껴집니다. 저는 밀항 또는 밀입국을 그동안 말로만 들어봤는데 영화속에서 나타나는 과정이 실제와 일치한다면 저런식일 줄은 몰랐습니다. 밀항자들이 어창에 들어가는 것도 믿기 어렵고요. 영화에서는 밀항자들이 단체로 숨어야 할 곳이 어창 말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예리를 제외한 나머지 밀항자들이 어창에서 질식사로 숨지는 참혹한 사고가 벌어집니다. 이때 전진호 주위에는 해무가 끼면서 배 안에서는 잔인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해무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윗사람말을 잘 따라야 하는 한국의 위계질서를 비꼬았다는 느낌이 다분히 듭니다. 전진호 선장 김윤석이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서 선원들이 실행하게 됩니다. 윗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데 아랫사람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윗사람이 시키는대로 합니다. 이들에게는 윗사람의 말이 더 중요했던 것이죠. 결국에는 밀항자들의 질식사보다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집니다. 윗사람이 나쁜 행동을 할지라도 아랫사람이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전진호의 위계질서는 한국의 사회적인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안좋게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원들은 처음에는 착하게 나왔습니다. 김윤석에 의해 바다에 빠졌던 밀항자를 '김윤석 몰래' 구했던 것을 봐도 말입니다. 그러나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그들은 김윤석과 함께 괴물이 됐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괴물은 괴생명체를 말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의미의 괴물이죠. 다만, 박유천은 달랐습니다. 기관실에 숨었던 한예리를 지키려고 했습니다. 그것도 진심으로 말입니다. 박유천과 한예리의 사랑 관계가 서로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김윤석 존재감과 더불어 강하게 드러났죠.
해무의 무거운 분위기를 깨뜨리는 것은 이희준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희준 해무 캐릭터는 다른 조연들에 비해서 자기 역할을 못찾습니다. 그러나 다른 인물들에 비하면 잘 튑니다. 그 캐릭터의 성격이 영화에 활력을 더합니다. 해무에서 그나마 재미를 주는 것도 이희준 때문이죠. 만약 해무가 흥행 성공하면 이희준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말 이전까지의 해무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해무의 단점을 꼽으라면 결말입니다. 이 부분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납득이 안갑니다. '굳이 저렇게 끝을 맺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에게는 해무가 명작이 될뻔했는데 결말에서 마이너스가 된 영화로 기억에 남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