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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판 마르바이크, 한국 감독으로 성공할까?

한국 축구 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네덜란드 국적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전 함부르크 감독이 물망에 올랐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새로운 외국인 감독 영입을 위해 출국했으며 현재 여론에서 후보군으로 꼽히는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과 협상할지 주목된다. 그가 한국 대표팀 감독을 원치 않을 가능성도 있으나 현 시점에서는 다른 외국인 지도자에 비해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적합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임에 틀림 없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지도자다. 페예노르트 감독 시절 송종국(은퇴) 이천수(현 인천) 같은 한국인 선수들에게 넉넉한 출전 기회를 제공했던 지도자로 유명하다. 일본인 선수 오노 신지(현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를 지도했던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선수를 잘 알고 있다.

 

[사진=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전 함부르크 감독 (C)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다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먼저 그의 단점부터 살펴보자. 그는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 시절이었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조국의 준우승을 이끌었으나 유로 2012 본선에서는 3전 전패 굴욕을 당한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손흥민이 떠났던'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지휘봉을 잡았으나 7연패가 빌미가 되어 지난 2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함부르크는 지난 시즌 1부리그에 극적으로 잔류했을 정도로 판 마르바이크 체제에서 지독한 성적 부진을 겪었다. 17경기 동안 4승 3무 10패였다.

 

더욱이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은 홍명보 전 한국 대표팀 감독과 유사한 단점이 있다. 유로 2012 무렵에 자신의 사위였던 마르크 판 보멀을 꾸준히 출전시켰던 것이 몇몇 선수들에게 좋게 비춰지지 않으면서 대표팀 조직력이 무너졌다. 네덜란드가 유로 2012 3전 전패를 당했던 원인 중에 하나로 꼽히며 결과적으로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다. 네덜란드판 의리 축구의 결말은 참혹했다. 또한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과 홍명보 전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선호하는 공통점까지 있다. 그 포메이션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4-2-3-1로 인하여 메이저 대회에서 실패한 특징이 있었다.

 

 

 

 

이러한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의 단점만을 놓고 보면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잘할까?'라는 의문감을 가지기 쉽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가 세계 톱클래스 지도자를 영입하기에는 엄청난 규모의 돈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현실적으로 대한축구협회가 외국인 감독 영입에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대략 10~25억 원 규모로 알려져있다. 그 액수로는 톱클래스 감독 영입이 어렵다. 한때는 네덜란드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었으나 끝없는 내림세로 몸값이 떨어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이 한국의 현실적인 영입 타겟이 됐다. 다만,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이 대한축구협회가 제시한 연봉 액수를 만족할지 여부는 의문이다.

 

하지만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에게는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 재기 성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거스 히딩크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이 과거 한국 대표팀을 맡아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을 연출하며 슬럼프에서 탈출했던 것을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이 떠올릴 필요가 있다. 히딩크 감독도 한국 대표팀을 지도하기 전까지는 내림세였다. 그의 성공 사례는 같은 네덜란드 국적인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이 모를리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가 한국 대표팀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돌풍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겠냐는 기대 심리를 가질 수 있다.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의 장점은 지도자로서 경험이 풍부하면서 좋은 업적을 이루었다. 4년 동안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경험과 더불어 페예노르트, 도르트문트 같은 네덜란드와 독일의 명문 클럽을 지휘했던 경험이 있다. 2000년 페예노르트 감독을 맡기 전에는 자국리그 팀들을 지도했으며 2001/02시즌 페예노르트의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감독으로서 의미있는 성과를 이루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은 그의 감독 최고 경력으로 꼽힌다. 지도자로서의 커리어를 놓고 보면 유럽 축구를 꿰뚫고 있는 인물임에 틀림 없다.

 

그의 전술은 실리적인 성향이 강하다. 국제 무대에서 수비 불안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국 대표팀의 문제점을 보완하는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을 달성했던 원동력 중에 하나가 실리 축구의 성공이었다. 현실적으로 한국 축구가 티키타카 같은 전술로 2018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는 그동안의 전술 색깔과 잘 맞지 않는다. 한국 축구의 장점은 강력한 압박과 빠른 역습이며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의 실리 축구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판 마르바이크 전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