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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골 못넣은 박지성? 킬러 본능은 최고!



"박지성 선수가 일찍 교체 된 것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골 결정력에 대해 아쉬워하는 것임을 의미할 수도 있다"

7일 오전 2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선더랜드의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경기의 중계를 맡았던 정효웅 MBC ESPN 해설위원이 후반 12분에 던진 말이다. 이날 58분 동안 공수 양면에 걸쳐 눈부신 활약을 펼친 박지성이 팀에서 첫번째로 교체 이유를 골 결정력 부족으로 꼽았던 것. 이날 박지성은 전반 25분과 27분, 32분에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팀의 걷어내기에 막혀 시즌 2호골이 무위로 돌아갔다.

'선더랜드전에서 맹활약한' 박지성이 빨리 교체되었던 또 다른 이유는 두 가지. 먼저, 맨유가 선더랜드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자 미드필더인 박지성을 빼고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즈를 투입하여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두번째는 맨유의 빠듯한 경기 일정 때문에 '활동량 많은' 박지성을 쉬게 하려는 배려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어찌되었건,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부지런한 움직임을 앞세워 팀 전력에 활기를 띄웠다. 경기 초반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활발한 스위칭을 통해 빈 공간을 침투하여 골 기회를 얻거나 동료 선수에게 짧고 정교한 패스를 연결하는 등 전체적인 공격력이 만족스러웠다는 평가. 전반 21분과 27분, 44분, 후반 2분에는 상대팀 선수가 소유하던 공을 인터셉트하여 재빨리 공격 기회를 만드는 인상 깊은 활약까지 펼쳤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골. 전반 25분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왼발 외곽 슈팅을 날렸던 것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나온 것을 비롯 세 번의 슈팅이 골망을 출렁이지 못한 것. 2분 뒤에는 같은 지점에서 파스칼 심봉다의 공을 빼앗아 문전으로 쉐도하여 웨인 루니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두 명의 수비수를 비집고 가볍게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골키퍼 마르톤 플럽을 맞고 나왔다. 5분 뒤에는 왼쪽 측면에서 날렸던 오른발슛이 심봉다에 걸려 시즌 2호골 기회를 날렸다.

그러나 골을 넣으려는 박지성의 '의지' 만큼은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전반 25분과 32분에 날렸던 슈팅은 골문 안쪽을 향해 빨랫줄처럼 날카롭게 향했고 27분 상황에서는 두 명의 수비수 저항을 무릅쓰고 골을 넣으려는 집념이 강했다. 단지 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그의 슈팅 동작과 타이밍은 나무랄 것이 없었다. 2005년 여름 맨유 입단 후 통산 9골을 기록중인 그는 지난 9월 21일 첼시전 골 이후 지독한 '아홉 수'에 빠져있는 상황.

또 한 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박지성이 골을 넣기 위해 새로운 공격 루트를 찾아내는 공간 창출 능력이다.

전반 20분과 26분, 34분에 팀 공격이 2선에서 패스 위주로 전개되고 있을때 '공의 방향과 상관없이' 최전방으로 침투하여 동료 선수에게 공이 향하길 기다렸다. 그런데 그 타이밍이 상대팀 선수들이 맨유 선수가 지닌 공의 방향에 집중하고 있을 때여서 박지성의 움직임을 놓치기가 쉽다. 비록 2선에서 박지성으로 향하는 크로스가 부정확하게 향하여 아쉽게 골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골을 넣으려는' 박지성의 절묘한 움직임 만큼은 감탄사를 날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같은 박지성의 킬러 본능은 지난 첼시전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날카로운 슈팅과 골을 넣으려는 집념, 골을 넣기 위한 절묘한 움직임이 '하모니'를 이루어 여러차례 골 기회를 노렸던 것은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활약이었다. 최근 골을 넣기 위해 상대팀 문전을 활발히 휘젓는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이 골을 넣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퍼거슨 감독이 2005/06시즌부터 지금까지 박지성의 약점을 입버릇처럼 '골 결정력'이라고 말했고 지난 5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장 이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맨유에서 꾸준히 붙박이 주전 멤버로 활약하려면 골 결정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선더랜드전을 비롯 최근 골을 넣기 위한 '사냥'에 여념없는 박지성의 노력이 언젠가는 빛을 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박지성은 2006년 12월 23일 아스톤 빌라전 부터 이듬해 3월 31일 블랙번전까지 리그 5경기서 5골 2도움을 기록한 경험이 있다. 그 중 한 경기는 멀티골을 기록했고(2007년 3월 17일 볼튼전) 1골 1도움 올린 경기가 두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 두 번의 큰 부상을 겪었고 그 기간을 합치면 11개월이나 될 정도로 골 감각이 다시 무뎌졌던 것이다.

하지만 박지성은 성실함과 꾸준함, 강인한 정신력을 모두 상징하는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기 때문에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자신의 불굴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5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장 속에서도 올 시즌 붙박이 주전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이라면 언젠가 국내 축구팬들에게 골 소식을 전하는 날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단지 지금은 '골을 잘 넣는 박지성'이 되기 위한 과정중에 일부일 뿐이다.


By.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