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독일 월드컵 우승, 한국 축구가 배워야 할 3가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독일에게 돌아갔다. 독일은 결승 아르헨티나전에서 마리오 괴체 결승골에 의해 1-0으로 이기면서 통산 네 번째 월드컵 우승을 이루었다. 그것도 두 가지의 징크스를 깼다. 하나는 펠레의 저주, 또 하나는 아메리카 지역에서 유럽 팀이 우승을 못했던 징크스를 독일이 극복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유럽 2인자에서 세계 1인자로 발돋움했던 독일의 저력은 한국 축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이 브라질 월드컵 우승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게는 최악의 대회가 됐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각종 논란을 빚어내며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동반 사퇴했다. 대표팀을 향한 여론의 불신 또한 컸다. 한국 축구가 더 강해지려면 독일을 배워야 한다.

 

[사진=독일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C) 독일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메인(dfb.de)]

 

한국이 독일에게 배워야 할 첫째는 '팀이 강해야 한다'는 점이다. 홍명보 전 감독은 'One Team'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는 선수들이 서로 단합하여 상대 팀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 개인 기량으로는 월드컵 1승 및 16강 진출은 어림없는 일이었다. 손흥민을 제외한 나머지 공격 옵션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했으며 비주전으로 분류되었던 김신욱과 이근호가 분전했다. 여기에 수비 불안까지 겹쳤다. 공수 양면에서 팀 플레이가 빛을 발하지 못하면서 반드시 경기를 이기겠다는 선수들의 끈끈한 면모를 보기 힘들었다.

 

반면 독일은 개인보다 팀이 우선이었다. 이번 월드컵 결승전은 '독일의 조직력 vs 메시 원맨팀'의 대결이었으며 축구는 개인이 아닌 팀이 중시되어야 하는 스포츠임을 독일이 보여줬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효율적인 팀 플레이를 통해 서로의 약점을 덮어주고 강점을 키우면서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발휘했다. 비록 골든볼은 리오넬 메시에게 돌아갔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독일에게 향했다. 축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었다.

 

 

 

 

둘째는 독일의 전술이 다양하면서 우수한 재능을 과시하는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독일의 주 포메이션은 미드필더를 역삼각형으로 배치하는 4-3-3이다. 하지만 포메이션과 전술은 다른 개념이다. 포메이션이 각 포지션 배치 인원이라면 전술은 11명이 어떻게 축구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독일은 경기 상황에 따라 제로톱을 활용하면서 스리톱의 스위칭이 가능했으며 포지션 변화까지 잦았다. 짧고 긴 패스를 가리지 않는 공격 전개를 통해 팀의 득점 기회를 포착했다. 팀으로서 숙련된 부분 전술이 많다보니 일정한 전술을 고집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부분 전술 세밀함 부족으로 플랜A가 미완성된 한국과 달랐다.

 

독일은 마르코 로이스가 부상으로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던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로이스 공백은 없었다. 토마스 뮐러, 메수트 외질, 마리오 괴체, 안드레 쉬를레, 율리안 드락슬러 같은 축구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여럿 포진했다. 이들의 나이는 젊은 공통점까지 있다. 이 선수들이 서로 단합된 모습을 보이면서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물리칠 수 있었다. 한국이 향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축구 재능이 풍부한 선수들을 여럿 배출해야 한다. 유소년 선수 지도 방식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 나이대에는 기본기 및 경기를 풀어가는 창의성 강화가 중요하다. 독일은 유소년 축구가 강하면서 수준급 축구 인재들이 지금도 꾸준히 배출되는 중이다.

 

셋째는 자국리그 활성화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관중이 많기로 유명하다. 항상 많은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분데스리가 팀들이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내며 우수한 선수들을 발굴하거나 영입했다. 그 결과 분데스리가는 3~4년전 이탈리아 세리에A를 밀어내고 유럽 3대리그로 발돋움했다. 2012/13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분데스리가 팀끼리 맞붙는 상황이 벌어졌다. 독일 대표팀에서는 다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꽤 있음에도 분데스리가 열기는 식지 않았다. 스타급 선수가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 축구가 독일처럼 월드컵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기본적으로 K리그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더 이상 '한국 축구를 위해서 K리그 보러 와주세요'라는 패러다임은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K리그 경기장을 찾도록 유도하는 콘텐츠가 풍부하면서 존재감이 커야 한다. 물론 콘텐츠는 많았다. 문제는 일반인들에게 충분히 전파되지 못했다. TV 중계 외면과 K리그 깎아내리는 보도가 오랫동안 만연했던 현실에서는 K리그 활성화가 어렵다. 스타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잦으면서 축구팬들의 관심은 해외파(특히 유럽 빅 리그에서 뛰는 선수)에게 쏠리게 됐다. K리그가 분데스리가처럼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과연 그 날이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