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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김승규, 정성룡 뛰어넘은 한국 최고 골키퍼

이제는 김승규가 한국 최고 골키퍼라고 보는 것이 맞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단 1경기 뛰었을 뿐이나 2경기 출전했던 정성룡에 비하면 활약상이 더 좋았다. 정성룡의 경우 러시아전에서는 잘했으나 알제리전 4실점이 문제였다. 월드컵 이전까지 기복이 심했던 경기력과 맞물려 한국의 주전 골키퍼 답지 못한 모습이 아쉬웠다. 그래서 벨기에전에서는 김승규가 선발로 나섰고 1실점했음에도 세이브 7개를 기록하며 팀의 추가 실점을 줄였다.

 

결과론적 관점이지만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는 정성룡이 아닌 김승규가 한국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나왔어야 했다. 실력에서 김승규가 정성룡보다 더 나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경험이 약점으로 꼽혔으나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 경험 많은 선수가 항상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보장은 없다.

 

[김승규 프로필. 나이스블루 정리]

 

김승규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의 주전을 맡았다고 1승 또는 16강에 진출한다는 보장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제리전에서 4실점 패배를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민첩한 선방 능력을 과시하는 김승규의 장점이라면 알제리의 전반전 폭풍공세를 제어했을지 모를 일이었다. 주도권 싸움에서 알제리에게 밀리는 한국 선수들의 분발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또는 알제리 선수들의 기세가 점점 죽으면서 경기 분위기가 한국의 흐름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빨랐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김승규가 그라운드에 없었다.

 

한국의 16강 진출 실패가 더욱 아쉬운 것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각 팀들의 결과가 엇갈리는데 있어서 골키퍼의 비중이 컸다. 멕시코와 코스타리카 같은 북중미 팀들이 이번 대회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했던 것은 기예르모 오초아, 케일러 나바스 같은 골키퍼들의 활약상이 좋았다. 팀의 실점 위기를 막아내는 선방을 여러차례 펼치며 축구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현재 브라질 월드컵 4강에 진출한 팀의 골키퍼들도 제 몫을 다했다. 한국에는 김승규가 있었으나 벨기에전에만 출전한 것이 아쉽다. 한편으로는 정성룡 알제리전 부진이 없었다면 김승규는 벨기에전에서 벤치를 지켰을 것이다.

 

 

 

 

특히 여론에서 김승규와 정성룡을 향한 평가가 대조적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김승규가 정성룡보다 더 낫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김승규 실력이 더 나았다는 것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성룡의 국제 경험이 많았을지라도 이영표 일침처럼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닌 증명하는 자리였다. 한국의 No.1 골키퍼로서 팀의 16강 진출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을 적임자는 김승규였던 것이다.

 

김승규가 좋은 골키퍼로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의 기량을 끊임없이 향상 시키기 위한 노력, 또 하나는 국가 대표팀 코칭 스태프의 든든한 믿음이 따라줘야 한다. 홍명보호 코칭 스태프는 이번 월드컵을 치르면서 김승규가 한국 대표팀 붙박이 주전 골키퍼로 어울린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그 타이밍이 월드컵 이전이었으면 더 좋았다는 아쉬움이 드나 이제는 2015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분발해야 한다. 그동안 김승규에게 지속적인 A매치 출전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제부터라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오는 9월 한국에서 펼쳐질 인천 아시안게임은 김승규가 한국을 대표하는 골키퍼로 거듭나기 위한 기회의 무대다.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전을 통해 실력에서 정성룡보다 앞선다는 것을 보여줬으나 그 경기는 한국이 0-1로 패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현 시점에서 김승규가 한국 최고의 골키퍼인 것은 분명하나 그 이미지를 완전히 굳히는데 있어서 벨기에전보다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더욱 적절하다. 한국 금메달 획득을 기여하는 멋진 선방을 펼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승규는 올해 24세로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려면 와일드카드로 발탁되어야 한다. 실력만큼은 한국 No.1 골키퍼로서 손색없는 만큼 와일드카드 합류 가능성이 높다.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야 병역혜택을 받으면서 유럽에 진출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앞으로의 진로가 어떨지는 알 수 없으나 유럽행을 꿈꾸고 있다면 아시안게임에 대한 동기부여가 클 것이다.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이 끝난 뒤 금메달 기쁨을 누리는 김승규의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