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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페굴리, 알제리 지단으로 불리는 테크니션

한국 축구 대표팀은 브라질 월드컵 H조 2차전에서 알제리와 상대한다. 지난 러시아전에서 비겼던 만큼 알제리를 이겨야 16강 진출의 기틀을 마련한다. 알제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은 올해 25세의 오른쪽 윙 포워드 소피앙 페굴리다. 그는 알제리 지단으로 불릴 만큼 그동안 소속팀 발렌시아와 알제리 대표팀에 걸쳐서 개인 능력이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이 알제리를 제압하려면 반드시 페굴리 봉쇄가 성공해야 한다.

 

페굴리는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과 더불어 알제리계 이민 2세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지단처럼 프랑스 국가 대표팀에서 활동하지 않고 알제리 국가 대표팀을 선택하면서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루었다. 브라질 월드컵 H조 1차전 벨기에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사진=소피앙 페굴리 (C) 발렌시아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valenciacf.com)]

 

페굴리는 2007년 프랑스 2부리그에 속했던 그레노블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그레노블의 주력 선수로서 팀의 1부리그 승격을 이끌었으며 프랑스 청소년 대표팀에서 활약했을 만큼 장래성이 밝았다.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로 관심을 끌었으나 2010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스페인 발렌시아로 둥지를 틀었다. 발렌시아 입단 초기에는 알메이라에 임대되면서 스페인 적응을 위한 시간을 마련한 뒤 2011/12시즌 팀의 주전급 선수로 도약했다.

 

2013/14시즌에는 프리메라리가 32경기(22경기 선발)에서 4골 8도움, 유로파리그 10경기(7경기 선발)에서 3골 기록했다. 조커 출전 횟수가 적지 않았으나 42경기에 뛰었을 정도로 팀 내 입지가 좋은 편이다. 팀이 유로파리그 일정을 마친 이후의 3경기에서는 풀타임 출전하면서 발렌시아 전력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임을 입증했다. 스페인은 유럽 최고의 리그로 손꼽히며 한국에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성공한 선수가 지금까지 없었다. 페굴리의 개인 능력을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페굴리가 과연 알제리의 지단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궁긍하게 생각할 것이다. 아무리 한국의 열혈 축구팬이라고 할지라도 페굴리가 활약중인 발렌시아 경기를 꾸준히 챙겨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발렌시아가 한국인 유명 선수를 영입했다면 모를까) 그래서 브라질 월드컵이 페굴리의 실력을 알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전에서는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으나 팀의 오른쪽 윙 포워드임에도 공격보다는 수비적인 움직임이 많았었다. 알제리가 밀집 수비를 형성했던 것과 더불어 팀의 오른쪽 풀백 메흐디 모스테파가 에당 아자르를 막아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바람에 페굴리까지 후방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빈번했다. 팀의 역습 전환시에는 스스로 돌파를 시도하며 벨기에 진영을 두드려봤으나 상대 팀의 집중적인 견제에 시달렸다. 그보다는 자신의 패스를 받아주면서 결정적 골 기회를 연출할 알제리 공격 옵션들의 위치 선정이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았다.

 

흔히 지단하면 정교한 패싱력과 빼어난 경기 조율, 볼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페굴리는 패스보다는 공간 침투에 강점을 보인다. 발렌시아와 알제리 대표팀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을 도맡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2013/14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의 패스 성공률은 73.4%로서 낮은 편에 속한다. 크로스도 활발히 날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드리블 돌파에 강한 면모를 발휘하면서 개인기 활용에 능하다. 알제리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테크니션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주목된다.

 

한국-알제리 경기에서 페굴리 봉쇄 임무를 맡을 선수는 윤석영이 유력하다. 박주호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윤석영이 페굴리와 경합하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페굴리를 철저히 따라 붙으면서 그가 침투할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면 한국이 알제리전을 유리하게 치르는 명분을 얻게 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8강 영국전에서 크레이그 벨라미 봉쇄에 성공했던 경험이라면 페굴리를 잘 막아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