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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펠레의 저주, 다음 희생양은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기 탈락이 확정되면서 펠레의 저주가 눈길을 끌게 됐다. 펠레의 저주는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의 예언이 반대로 실현되는 것을 가리켜 국내에서는 저주로 비유됐다. 예를 들어 펠레가 월드컵 같은 굵직한 축구 대회를 앞두고 특정 팀을 우승 후보로 꼽거나 잘할 것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면 해당 팀은 그 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국도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희생양이 됐다.

 

펠레의 저주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효력(?)을 발휘했다. 당초 스페인과 독일을 우승 후보로 꼽았는데 스페인이 현재까지 B조 2경기에서 2패를 당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스페인 몰락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치 못했다. 다만, 이영표 예언은 적중했다.

 

[펠레에 대한 간단 프로필 (C) 나이스블루 정리]

 

이제 앞으로의 관심은 독일이 펠레의 저주에서 벗어나느냐 여부다. G조 1차전 포르투갈전에서는 토마스 뮐러 해트트릭에 의해 4-0 대승을 거두었으나 앞으로 남은 가나전과 미국전에서 긍정적인 기세를 계속 유지할지 알 수 없다. 토너먼트 경쟁력 또한 마찬가지. 그럼에도 메이져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스페인처럼 몰락하거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전체적인 전력을 놓고 보면 2010 남아공 월드컵 3위 달성 시절보다 더 좋다.

 

흔히 독일의 약점으로 마르코 로이스 발목 인대 부상 불참을 거론하기 쉽다. 하지만 로이스 불참 공백은 크지 않다. 포르투갈전에서는 뮐러를 비롯하여 마리오 괴체, 메수트 외질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제로톱 형태에서 서로 자리를 번갈아가며 포르투갈 수비를 상대로 4골을 얻어냈다. 이날 조커로 뛰었던 안드레 쉬를레와 루카스 포돌스키는 로이스 공백을 충분히 메울 수 있는 인물들이다. 부상으로 결장했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공백도 필립 람이 덜어냈다. 만약 독일이 더블 볼란테를 가동하면 람과 사미 케디라가 허리에서 팀의 전술적 중심을 잡아줄 것이다.

 

 

 

 

하지만 독일이라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포르투갈전에서 4명의 센터백이 포백 라인을 구성한 것이 석연치 않다. 베네딕트 회베데스, 마츠 훔멜스, 페어 메르데자커, 제롬 보아텡 순서로 포백이 형성됐다. 회베데스와 보아텡 같은 전문 센터백이 좌우 풀백으로 기용된 것은 포르투갈 공격을 주도하는 루이스 나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빠른 측면 침투를 봉쇄하겠다는 의도가 짙다.

 

다른 관점에서는 전문 풀백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의 기량이 월드 클래스 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도 있다. 람의 경우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독일 대표팀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했다. 메르데자커와 훔멜스 같은 센터백들의 호흡이 매끄럽지 못한 것도 아쉬움에 남는다. 두 선수 모두 순발력이 느린 약점이 있다. 그래서 보아텡이 메르데자커의 약점을 잘 보완했으나 잔실수가 있다. 포르투갈전에서는 오른쪽 풀백으로 이동하면서 람의 포지션 전환 공백을 메웠다. 독일이 펠레의 저주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후방의 견고함이 요구된다.

 

펠레는 스페인이 브라질 월드컵 탈락을 확정지으면서 네덜란드의 선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네덜란드는 B조 1차전에서 스페인을 5-1로 대파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에 패했던 악몽을 5골 득점으로 복수하는데 성공했던 것. 이러한 네덜란드의 저력을 펠레가 감탄했는지 그들을 독일과 함께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았다. 네덜란드의 스페인전 경기력이 놀라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월드컵 준우승 3회 및 2000년대 이후 유로 대회때를 돌아보면 토너먼트에서 갑작스럽게 못할 때가 있다. 현재 B조에서 2승을 거두었으나 과거를 돌아보면 우승 전력과는 거리감이 있다.

 

공교롭게도 독일과 네덜란드는 유럽 팀들이다. 지금까지 북중미와 남미를 포함한 아메리카에서 개최된 월드컵에서는 유럽 팀이 우승했던 전례가 없었다. 그 징크스가 이번 월드컵에서 효력을 발휘하면 독일과 네덜란드 같은 유럽 팀들의 우승은 힘들 전망이다. 과연 독일과 네덜란드가 펠레의 저주의 다음 희생양이 될지 아니면 조별본선에 이어 토너먼트에서도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하며 결승 무대를 밟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