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AC밀란의 두 차례 맞대결은 얼마전 은퇴했던 박지성 인생 경기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경기 동안 AC밀란의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였던 안드레아 피를로(현 유벤투스)를 찰거머리처럼 따라 붙으며 상대 팀의 중앙 공격을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맨유는 1차전 원정에서 3-2, 2차전 홈에서 4-0으로 이기면서 8강에 진출했다.

 

박지성과 피를로의 명승부는 당시 맨유 선수였던 폴 스콜스(은퇴)에게 잘 잊혀지지 않는 것 같다. 지난 5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박지성이 피를로를 봉쇄했을 때의 경기를 언급한 것이 국내 여론에서 화제를 모았다. 잉글랜드가 브라질 월드컵 본선 D조에서 이탈리아와 맞붙기 때문인지 스콜스가 박지성의 명장면을 잊지 않는 것 같다.

 

 

[사진=박지성 (C) 나이스블루]

 

흥미로운 것은 스콜스 혼자만 '박지성 vs 피를로' 맞대결을 기억하지 않는다. 맨유의 센터백 리오 퍼디난드도 박지성이 피를로를 제압했던 때를 언급했던 적이 있었다. 2년 전이었던 유로 2012 8강에서 잉글랜드가 이탈리아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했을 때 퍼디난드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지성이 피를로를 상대로 최고의 수비력을 과시했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스콜스와 퍼디난드는 맨유에서 오랫동안 주축 선수로 활약했던 레전드다. 그들에게 박지성이 피를로를 꽁꽁 마크하며 맨유 승리를 공헌했던 모습은 지금까지 인상 깊게 기억하는 것 같다. 그만큼 박지성의 현역 시절 경기력이 유럽 무대에서 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수비형 윙어라는 칭호와 더불어 강팀 경기에 강했던 면모는 맨유에서 7시즌 동안 200경기 넘게 뛰면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지성의 피를로 봉쇄가 빛났던 이유는 맨유가 그 이전까지 AC밀란에 약했기 때문이다. 유러피언컵과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8번의 AC밀란전에서 3승 5패를 기록했으나 모든 경기가 홈&어웨이 형식의 토너먼트였다.

 

그런데 맨유는 AC밀란과 4번의 토너먼트를 펼치면서 모두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더욱이 AC밀란 원정에서는 4전 전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2006/07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는 맨유가 홈에서 3-2로 이겼으나 2차전 원정에서는 0-3 완패를 당하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부상 여파로 출전하지 못했던 박지성은 20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1~2차전 AC밀란전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였으나 실제 역할은 상대 팀의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중원의 구심점이었던 피를로를 막아내는 것이었다. 경기 내내 피를로를 끈질기게 마크하면서 AC밀란 공격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맨유는 16강 1차전에서 3-2로 이겼다.

 

2차전에서도 박지성의 강력한 수비력은 피를로 앞에서 더욱 빛을 발했던 끝에 맨유가 4-0으로 완승했다. 박지성은 2차전에서 골을 넣으며 팀의 대승에 힘을 실어줬다. 맨유가 AC밀란에 약했던 면모를 기분 좋게 해소했던 순간이 됐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