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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공격, '수싸움'에서 비야 레알에 밀렸다




한 팀을 상대로 4경기 연속 0-0 무승부로 고전을 면치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은 흔한 일입니다. 6개월 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천하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비야 레알에게 맥을 못추었네요.

맨유가 비야 레알전 0-0 징크스 극복을 위해 다리 부상중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풀타임 출장 시키는 '무리수'를 두었음에도 끝내 골을 뽑지 못했습니다. 26일 오전 4시 30분(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비야 레알 엘 마드리갈 구장서 열린 비야 레알과의 2008/0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E조 예선 5차전 비야 레알전서 0-0으로 비겼죠.

맨유는 2005/06시즌 챔피언스리그 예선 두 경기서 득점 없이 비기고 지난 9월 18일 경기에서도 0-0에 그치더니 4경기 연속 노골 무승부로 고개를 떨궜습니다. 비야 레알과 승점 9점으로 동률을 이루며 16강 토너먼트 조기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경기 내용 및 결과가 '새벽잠을 설치던' 국내 팬들에게 답답함을 안겨줬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결장 예정이었던 호날두를 풀타임 출장시키는 등, 가용할 수 있는 선수들을 비야 레알전에 총출동 시켰습니다. 어쩌면 '승리욕'이 강한 호날두가 퍼거슨 감독에게 "뛰고 싶다"고 강력하게 요청했을지 모를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호날두가 선발로 나오면서 박지성은 후반 38분 교체에 그쳤습니다.

맨유 4-2-3-1, '수싸움 열세' 가중시키다

맨유의 대표적인 포메이션은 4-4-2 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전술만을 고집하면 상대팀에게 읽히기 쉽기 때문에(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전술적 유연성이 부족한 성남 일화를 들 수 있겠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종종 4-3-3, 4-2-3-1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4-4-2 외에 다른 포메이션은 맨유 색깔과 잘 맞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번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4-2-3-1 포메이션을 쓰면서 수비수 '8백'이나 다름 없는 비야 레알에게 '수싸움'에서 밀리게 되었습니다. 맨유는 웨인 루니를 원톱으로 놓고 안데르손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 시켰고 호날두가 때에 따라 최전방으로 깊숙이 가담했지만 이들이 포백과 미드필더진의 간격이 촘촘한 상대팀의 압박을 뚫기에는 무리수가 있었습니다. '나니-캐릭-플래처'가 상대팀의 빠른 역습을 저지하기 위해 공격보다 수비에 중점을 두면서 3명의 공격 옵션이 8명의 수비수와 싸우는 형태가 되고 말았죠.

맨유의 4-2-3-1은 비야 레알의 유기적인 수비 전술을 공략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안데르손이 비야 레알의 중원을 담당한 '에구엔-세나(브루노)' 조합의 빠른 압박 속도에 힘을 쓰지 못했고 '플래처-캐릭'이 안데르손과의 간격을 좁히지 못한 것이 무득점 결과로 이어졌죠. 비록 부상으로 전반 45분 출장에 그쳤지만 마르크스 세나의 지능적인 중원 장악이 가히 돋보였습니다.

이날 안데르손의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이 아쉽습니다.  전반 2분 아크 왼쪽에서 루니의 헤딩슛을 유도하기 위해 짧은 크로스를 연결한 것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굴절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공격 상황에서 상대팀 수비진의 '집요한 방해'에 맥을 못춘 것이죠. 이는 상대팀이 안데르손의 움직임을 일찌감치 읽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렇다 보니 안데르손은 많은 수비수들과 상대하면서 '평소와는 달리' 움직임이 소극적이었고 보폭마저 넓지 않아 의기소침한 경기력을 펼쳤죠.
 
전반 30분에는 호날두가 안데르손과 위치를 맞바꾸는 전술적 변화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소용 없었습니다. 민첩한 드리블 돌파를 앞세워 상대팀 수비 벽을 한꺼풀씩 벗기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상대 수비수들의 거친 태클 공세에 시달렸죠. 특히 전반 40분에는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위협적인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공이 골키퍼 디에고 로페즈의 손을 맞고 골포스트를 강타하면서 노골되는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전반 34분과 후반 5분, 24분에도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는 '난사'에 가까웠습니다.

나니 대신 박지성이 선발로 나왔으면 더 좋았던 경기

왼쪽 윙어인 루이스 나니는 측면에서 카스를라를 묶기 위한 수비에 치중하면서 공격쪽으로 활발히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팀 공격시의 위치 선정까지 매끄럽지 못해 '안데르손-호날두'의 공격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죠. 왼쪽 풀백 파트리스 에브라가 잦은 오버래핑을 시도하면서 나니의 역할이 어중간했던 것이 왼쪽 밸런스가 맞지 않는 문제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경기를 중계했던 장지현 MBC ESPN 해설위원은 "나니는 박지성보다 더 수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격에서 위치 선정이나 여러가지 역할에 있어 부족하다"며 나니의 소극적인 공격력을 아쉬워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니 대신에 박지성이 선발로 나왔다면 맨유가 더 좋은 경기 내용을 펼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박지성은 8일 아스날전부터 22일 아스톤 빌라전까지 보름동안 A매치 포함 5경기 선발 출장했기 때문에 이번 경기 선발 출장이 체력적으로 힘들었죠.

그러나 체력적인 부분을 떠나, 경기력을 놓고 보면 나니 보다는 공수 양면에 걸쳐 부지런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박지성이 90분 내내 왼쪽을 빛낼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했네요. 에브라가 몇차례 오버래핑 과정에서 비야 레알 오른쪽 풀백 벤타를 뚫었고 나니가 카스를라를 철저히 막은 모습을 보면서, 박지성의 종횡무진 활약이 제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그나마 원톱 루니가 미드필더진의 답답한 공격 흐름 속에서도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제 몫을 다한 것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몇 차례 빠른 문전 침투를 앞세워 '푸엔테스-곤살로'로 짜인 상대팀 센터백 조합을 뚫는 인상적인 경기 내용을 펼쳤죠. 경기 종료 후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양팀 최다인 9점 받으며 분전했지만 골을 터뜨리는데 실패했습니다. 후반 5분 페널티킥을 유도하기 위해 다이빙을 시도하는 장면이 유일하게 아쉬웠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퍼거슨 감독의 교체 타이밍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봅니다. 비야 레알이 후반 33분 주세페 로시를 빼기까지 3명의 교체 카드를 소모한 것과 대조적으로 후반 34분부터 6분 동안 깁슨-박지성-테베즈를 차례로 투입 시키더군요. 만약 세 선수의 교체 타이밍이 빨랐다면 후반 중반에 접어들어 경기 흐름을 장악하여 골을 노렸을지 모를 일입니다만, 교체 타이밍이 늦어지자 맨유 공격 템포가 후반 중반 부터 무뎌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죠.

맨유는 답답한 공격과는 대조적으로 수비에서는 '무실점' 경기를 했습니다. 조니 에반스와 리오 퍼디난드가 찰떡궁합 호흡을 과시하며 ´이바가사-로시´ 투톱을 철저히 묶었고 ´캐릭-플래처´ 더블 볼란치가 상대팀 중앙 공격 루트를 번번이 끊었던 것이 무실점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죠. 비야 레알 오른쪽 윙어 산티 카스를라의 날카로운 측면 공격을 저지하려는 나니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 역시 돋보였고요.

맨유는 이번 경기에서 비기면서 4연속 비야 레알전 0-0 무승부 징크스 탈출에 실패했습니다. 이 기록이 언제 깨질지 모르겠습니다만(개인적으로는 오래가지 않길 바랍니다.), 2008/09시즌을 보내는 맨유에게 오점을 남긴 것은 사실입니다.

아쉬운 것은, 11월 8일 아스날전 1-2 패배 이후 네 경기서 1승2무1패를 기록해 험난한 행보에 빠진 것입니다. 오는 30일 오후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시티 오브 맨체스터에서 열릴 맨체스터 시티와의 라이벌전에서는 부진한 페이스에서 벗어나 승리의 기쁨을 누릴지 주목됩니다만, 지난 시즌 맨시티에게 2전 2패로 고전을 면치 못한더라 승리 전망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맨유가 비야 레알전 무득점의 답답함을 맨시티를 상대로 '화풀이'할지 일요일 저녁이 후끈 기다려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