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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제라드 실책, 토레스 양보와 다른 명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면이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빅 매치로 꼽혔던 리버풀과 첼시의 승패가 엇갈렸던 결정적 장면이 바로 스티븐 제라드의 실책이었다. 전반 48분 하프라인에서 동료 선수들과 볼을 돌렸을 때 왼쪽에 있던 마마두 사코에게 건네받았던 패스를 오른발로 터치했다. 그런데 볼이 자신의 오른발을 튀고 뒷쪽으로 굴절되면서 근처에 있던 뎀바 바에게 향했고, 뎀바 바는 드리블 돌파에 이은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제라드 실책에 이은 뎀바 바 득점은 첼시가 후반 남은 시간까지 수비에 집중하는 원동력이 됐다. 후반 48분에는 윌리안 골에 의해 스코어를 2-0으로 벌리면서 리버풀을 2-0으로 제압했다. 당초 홈팀이었던 리버풀의 승리가 예상되었으나 오히려 첼시가 이겼다. 만약 리버풀이 승점 3점을 따냈다면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결정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으나 이제는 첼시에게 승점 2점 차이로 쫓기게 됐다.

 

 

[사진=스티븐 제라드 (C)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premierleague.com)]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경기 도중 퇴장을 당하는 등 여러 가지 실수할 때가 있다. 한때 세계 최고였던 리오넬 메시의 기복은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 축구라는 종목 그 자체가 실수 투성이다. 무수히 많은 슈팅을 날리거나 태클, 패스를 시도하지만 항상 100% 성공률이 나올 수는 없다.

 

그런데 제라드의 첼시전 실책은 리버풀에게 너무 뼈아팠다. 그 장면으로 첼시에게 먼저 실점하면서 상대 팀의 승점 3점 획득을 도와주는 치명타로 이어졌다. 실수를 범했던 선수가 리버풀의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 살아있는 레전드로 꼽히는 제라드인 것이 의외다. 얼마전 안필드에서 리버풀이 맨체스터 시티전 승리를 확정지은 이후에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감동적인 모습을 연출했던 선수 답지 않은 장면이 첼시전에서 연출되고 말았다. 생애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 도전이 더욱 쉽지 않게 됐다.

 

 

 

 

후반 48분 윌리안의 골을 도왔던 페르난도 토레스의 어시스트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역습 상황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면서 리버풀 골키퍼 사이먼 미뇰렛과의 1대1 상황이 연출됐다. 이 상황에서는 누구나 슈팅을 날렸을 것이다. 그동안 골 부족에 시달렸던 토레스로서는 다른 경기 같았으면 그 장면에서 골을 노렸을 것임에 틀림 없다. 그런데 미뇰렛과 맞닥뜨렸던 토레스의 선택은 달렸다. 근처에 있던 윌리안에게 패스하면서 그의 골을 돕게 됐다.

 

이는 토레스가 안필드에서 친정팀 리버풀을 상대로 골을 넣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그의 실제 속마음이 어땠는지 알 수 없으나 한때 그는 리버풀의 간판 공격수였다. 이른바 제토라인(제라드-토레스)은 지금의 SAS라인(수아레스-스터리지)이 등장하기 전까지 리버풀 공격을 상징하는 키워드였다. 제라드는 치명적인 실책으로 리버풀의 우승 도전에 찬물을 끼얹었고 토레스는 윌리안의 골을 돕는 양보를 하며 리버풀 팬들에게 의미심장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토레스가 리버풀팬들의 미움을 받고 있으나 그가 만약 친정팀을 싫어했다면 미뇰렛을 상대로 골을 넣으려 했을지 모른다.

 

리버풀과 첼시는 현재까지 승점을 각각 80점, 78점 기록했다. 앞으로 남은 2경기 모두 이기고 싶어할 것이다. 또 다른 변수는 맨체스터 시티다. 승점 77점 누적되었으나 리버풀과 첼시에 비해 1경기를 덜 치렀다. 남은 3경기 모두 이기면 승점 86점이 된다. 리버풀 우승이 거의 확실시됐던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이 제라드 실책에 의해 3각 대립으로 바뀌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