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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부활시킨 손흥민, 역시 한국의 호날두

 

한국 축구 대표팀의 그리스 원정 최대의 관전 포인트는 박주영 활약 여부였다. 과연 대표팀의 고질적 단점이었던 원톱 문제를 깨끗하게 해소할지, 자신을 대표팀에 합류시켰던 홍명보 감독의 믿음에 보답할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역시 박주영은 승부사였다. 전반 18분 그리스 페널티 박스 왼쪽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던 볼이 골망을 흔들었다. 그 장면은 그리스전 결승골이 되면서 한국의 2-0 승리 발판이 됐다.

 

하지만 박주영보다 더 칭찬 받아야 할 선수가 있었다. 한국의 2골을 만들어냈던 손흥민이었다. 전반 18분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았을 때 상대 수비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박주영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그에게 로빙 패스를 연결한 것이 골로 이어졌다. 후반 10분에는 직접 득점을 올렸다. 그리스 페널티 박스 왼쪽 안으로 쇄도하면서 구자철에게 연결된 패스를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받아내며 골을 터뜨렸다. 그리스전 1골 1도움이 완성됐다.

 

 

[사진=손흥민 (C) 나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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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의 그리스전 득점 장면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떠올리기 쉽다. 측면에서 중앙쪽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과정에서 골을 터뜨리는 모습 그 자체가 호날두의 경기 성향과 유사하다. 올 시즌 레버쿠젠에서도 이러한 과정에 의해 득점을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상대 팀 수비 진영의 빈 공간을 파고들며 골을 터뜨리는 진가는 독일 분데스리가와 더불어 그리스 원정에서도 통했다. 심지어 손흥민과 호날두는 포지션까지 똑같으면서 미들라이커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한국과 포르투갈 대표팀 공격력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손흥민이 호날두와 비견되는 것을 불편하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아직까지는 그가 호날두에 비해서 커리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손흥민 플레이의 완성형은 호날두로 굳어졌다. 이미 대표팀과 소속팀에 걸쳐 왼쪽 공격 옵션으로 자리잡으면서 스스로 득점 기회를 창출하고 많은 골을 넣는 기질로 진화했다. 특히 득점력은 한국 톱 클래스다. 2000년대 이후 유럽 빅 리그에서 성공했던 한국의 공격수도 지금까지 손흥민이 유일하다. '한국의 호날두'로 치켜 세우는데 어색함이 전혀 없다.

 

두 선수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면 개인 플레이가 심하다는 사람들의 편견을 받았다는 점이다. 호날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망주 시절 무리한 드리블 돌파를 펼치며 경기를 풀어가는 기질이 발달되지 못했던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시절 국내 여론에서 연계 플레이가 약했던 이미지로 익숙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2006/07시즌 20도움을 올리며 동료 선수의 골을 활발히 도왔다. 손흥민은 올 시즌 현재까지 5도움 기록하면서 수비까지 열심히하며 팀 플레이에 눈을 뜨게 됐다. 특히 수비력은 레버쿠젠의 왼쪽 풀백 세바스티안 보에니쉬보다 더 좋았다.

 

손흥민이 그리스전에서 전반 18분 박주영의 골을 도왔던 모습은 '손흥민이 연계 플레이에 약하다'는 외부의 편견이 완전히 끝났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됐다. 많은 사람들은 박주영 골에 감탄했지만, 박주영 공간 침투 장면을 봤던 손흥민의 시야와 그에게 패스를 찔러줬던 판단력과 정확도는 연계 플레이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 수 있다. 만약 그의 로빙 패스가 없었다면 그 장면에서 박주영 골은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이 박주영을 부활시켰다.

 

두 선수는 그동안 한국 대표팀에서 많은 호흡을 맞췄던 사이가 아니다. 그런데 그리스전에서 골을 합작했던 장면을 보면 마치 오랫동안 실전에서 호흡을 맞췄던 콤비 같았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도 서로 골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욕심 같아서는 매 경기마다 그런 장면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