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올림픽에서 종합 우승을 달성했던 나라는 러시아입니다. 그중에서 쇼트트랙의 영향이 컸습니다. 안현수(러시아명 : 빅토르 안)가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낸 것이 결정타가 됐죠. 만약 그의 귀화가 없었다면 아마도 노르웨이에게 금메달 1개 차이로 밀려 종합 2위를 기록했을 것입니다.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에서 최다 금메달(13개) 최다 메달(33개)를 휩쓸었으며 러시아 국민들은 최고의 기쁨을 누렸을 것입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러시아가 올림픽 영웅들에게 푸짐한 혜택을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안현수의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제4급 조국공헌 훈장을 받았으며 포상금이 약 5억 원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모스크바에 있는 최고급 아파트 1채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또 다른 혜택이 추가됐습니다. 고급 벤츠를 제공 받게 됐습니다.
[사진=안현수 (C) 러시아 빙상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russkating.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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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모스크바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에서는 소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벤츠 SUV를 받는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메달 색깔마다 벤츠 종류가 서로 달랐는데 안현수는 530만 루블(약 1억 5,600만 원)에 해당하는 GL 클래스를 제공 받았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개인전에서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받았던(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도 안현수와 같은 차량을 받게 됐습니다. GL 클래스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기종이라고 합니다.
안현수가 최상의 혜택을 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동계 스포츠 위상을 높였던 일등공신이기 때문이죠. 올림픽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최고의 대우를 받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실제로는 러시아의 다른 메달리스트들도 이러한 혜택을 받았겠지만 한국에서는 안현수와 소트니코바가 주목을 끌고 있죠. 안현수는 한국 대표였던 2006년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이후 이번 대회에서 또 다시 3관왕을 달성하며 남자 쇼트트랙 세계 최강을 되찾았던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러한 안현수의 대우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최강자 이상화가 제95회 전국동계체전(이하 동계체전)에 출전한 것과 명암이 엇갈립니다. 이상화는 지난달 28일 동계체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일반부에서 1분 19초 61을 기록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소치 올림픽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회에 출전한 것이 여론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이상화는 1000m를 마친 뒤 대한체육회 강요에 의해 동계체전에 참가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의혹을 일축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대표선발전 기록 때문에 출전했다는 것이 그녀의 입장이죠.
하지만 이상화 해명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한체육회,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러시아로 귀화했던 안현수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낌없이 성원했던 것도 빙상연맹에 대한 불신이 컸죠. 물론 이상화도 안현수처럼 소치 올림픽 금메달 혜택을 받게 될 겁니다. 다른 메달 리스트와 더불어서 말이죠. 그러나 한국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가 동계체전에 출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서 2010년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해에는 동계체전이 2월 2일부터 5일까지 펼쳐졌고 벤쿠버 올림픽은 2월 13일부터 3월 1일까지 진행됐습니다. 동계체전이 올림픽보다 더 일찍 개최되었죠. 그런데 2014년에는 달랐습니다. 소치 올림픽이 끝난 뒤 동계체전이 열렸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가 동계체전에 참가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안현수 벤츠와 이상화 동계체전의 차이점은 우리나라 스포츠가 선수 배려를 못한다는 것이 잘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소치 올림픽에 뛰었던 선수는 동계체전에 출전하지 않아도 되는 혜택(?)을 제공했거나 아니면 동계체전이 올림픽 이전에 진행했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