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강이었던 한국 쇼트트랙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소치 올림픽이 끝나지 않았으나 대회 중반에 접어든 현재까지 단 1개의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습니다. 여자 종목에서 박승희 500m 동메달, 심석희 1500m 은메달 외에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죠. 두 선수의 메달이 의미있는 것은 분명하나 한국 대표팀을 전체로 놓고 보면 올림픽 무대를 평정했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매우 다릅니다.

 

특히 남자 종목이 심각합니다. 올림픽 4개 종목 중에 3개가 끝났으나 한국의 메달은 단 1개도 없었습니다. 1000m에서는 신다운이 결승전에서 실격, 1500m에서는 이한빈이 6위, 5000m 계주에서는 준결승 탈락에 그쳤습니다. 이제 500m를 남겨 놓고 있으나 한국의 약세 종목으로 꼽힙니다. 김기훈-채지훈-김동성-안현수(지금의 빅토르 안)-이정수 같은 올림픽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칠 선수가 없는 것이 남자 쇼트트랙의 현실입니다.

 

 

[사진=안현수 (C) 러시아빙상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russkating.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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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의 약세는 소치 올림픽 이전부터 예견됐습니다. 한국의 쇼트트랙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 대표팀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전력 평준화가 된 것이 그때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분위기였죠. 이러한 현상은 당연합니다. 그만큼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에서 좋게 인정받고 있으니까요. 축구에서도 외국인 감독이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결정적인 부진 원인은 내부에 있었습니다. 파벌에 따른 대표팀내 갈등이 소치 올림픽 부진을 키우고 말았습니다. 1000m 금메달리스트 안현수는 '한체대 vs 비한체대' 파벌의 대표적인 희생양입니다. 만약 한국 대표팀 시절 파벌이 없었으면 지금쯤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로 출전하여 금메달을 획득했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리고 안현수가 후배 선수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며 한국 대표팀에서 올림픽 금메달급 인재가 배출되었을지 모를 일이었죠. 하지만 안현수는 한국에서 더 이상 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로 떠났고 마침내 소치 올림픽에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안현수 금메달이 전하는 교훈은 어느 분야에서든 파벌이 있는 조직은 언젠가 쇠퇴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최근 A매치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국내파 vs 해외파' 논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이제는 61위로 추락했죠. 그것도 아시아에서 6번째 입니다. 브라질 월드컵 성적이 어떨지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의 경기력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시절보다 떨어진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파벌이 스포츠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에서 파벌이 조성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는 학연, 지연, 혈연에 지역 갈등까지 존재합니다. 조직 내 갈등이나 이것과 비슷한 형태의 이유로 불편함을 겪는 일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만연하죠. 구체적인 예를 표현하면 XX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XXX 상사(회사마다 직책이 달라서 상사라는 표현으로 통일)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과 친하지 않아서 불이익을 받거나 무시 당하는 일이 없지 않을 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으로 도움되지 않습니다. 인재 양성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죠.

 

안현수가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받는 이유는 당연합니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인맥적인 불안 요소가 안현수 문제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파벌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안현수가 파벌만을 이유로 한국을 떠났던 것은 아닐 겁니다. 과거 대표팀에서 어느 모 선수에게 폭행 당했던 아픔이 있었죠. 체벌이 만연한 한국의 현실에서(여전히 체벌이 없어지지 않은 것 같더군요.) 지도자가 선수를, 선배가 후배를 때리는 일이 오래전부터 계속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가을에 개봉했던 영화 <노브레싱>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꼬집는 장면이 나왔었죠.

 

한국 쇼트트랙의 몰락은 4년 뒤 평창 올림픽을 걱정하게 됩니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가 선수로 활동하지 않을 것이며(이번 올림픽이 선수로서 마지막),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도 그때쯤 선수로 활약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쇼트트랙이 분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제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는 추세죠. 안현수는 더 이상 한국 선수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파벌을 비롯한 여러가지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평창 올림픽에서 개최국 답지 못한 성적을 거둘지 모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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