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인생에서 한국인 선수가 출전한 올림픽 결승전에 다른 나라 선수를 응원한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었을 겁니다.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나 2014 소치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 만큼은 달랐습니다. 저는 러시아 국적 선수가 금메달 따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러시아를 응원한 것이 아닌 그 나라를 대표하여 올림픽에 출전했던 빅토르 안을 지지했습니다. 바로 안현수입니다.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귀화한 선수가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의 아낌없는 응원과 신뢰를 받는 것은 매우 드뭅니다. 지금까지 한국 스포츠에서 이러한 사례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유도에서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귀화했던 재일교포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이 금메달을 땄습니다. 하지만 어느 국내 신문 1면에는 "조국을 메쳤다"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나왔죠. 지금의 안현수와는 반응이 달랐습니다.

 

 

[사진=안현수 (C) 러시아 빙상연맹 공식 홈페이지 메인(russkating.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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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는 한국인 선수와 인연이 깊은 종목입니다. 지난 7번의 동계 올림픽 중에 6번이나 한국인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과 1994년 릴리함메르 올림픽에서 김기훈이 2연패를 달성했고,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는 김동성,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는 안현수,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서는 이정수, 그리고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는 한국명 안현수였던 러시아의 빅토르 안이 8년 만에 1000m 정상에 등극했습니다.

 

안현수는 한국 대표팀 시절이었던 2006년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이후 8년 만에 올림픽을 제패했습니다. 러시아 귀화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소치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500m와 5000m 계주 중에 1개라도 금메달을 따내면 역대 쇼트트랙 남녀 올림픽 종목 최다 금메달을 보유한 선수가 됩니다. 이미 남자 선수 중에서는 올림픽 최다 금메달 선수가 됐습니다. 이제 전이경(한국) 왕멍(중국, 이상 4개)을 넘으면 됩니다.

 

1000m를 제패했던 안현수는 쇼트트랙 역사상 최초로 두 개 국적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던 최초의 인물이 됐습니다. 500m와 5000m 계주 성적이 어떨지 알 수 없으나 이미 1000m 금메달을 통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을 겁니다. 2006년 올림픽 3관왕을 달성했던 한국 최고의 쇼트트랙 선수가 8년이 지난 현재 러시아 선수로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던 스토리를 봐도 화제를 끌만하죠.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했던 이유(대표적으로 파벌)도 올림픽 이전에 외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는 '신의 한 수'가 됐습니다. 한국 대표팀 선수로서 재기에 성공하기에는 환경이 뒷받침하지 못했습니다. 소속팀 성남시청 해체와 대표팀에서의 파벌, 빙상연맹과의 갈등 등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러시아로 귀화하면서 예전 기량을 되찾은 끝에 소치 올림픽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마침내 1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황제의 귀환을 알렸습니다.

 

만약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어떤 삶을 보냈을까요? 아마도 소치 올림픽에 한국 선수로 뛰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사람들은 안현수를 '예전에 올림픽에서 잘 나갔던 선수'라고 인식했을 겁니다. 하지만 안현수는 현역 선수로서 빙판을 질주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계속 펼치고 싶었죠. 한국 여론은 그의 러시아 귀화를 존중했고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바랬습니다. 마침내 그는 소치 올림픽에서 세계 1인자를 되찾았고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그의 금메달에 열광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음 아팠습니다. 한마디로 웃픈 일이 되었죠.

 

글의 마지막은 안현수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겠습니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합니다. "한국 국민은 안현수 선수를 잊지 않았습니다. 러시아에서 행복하세요."

 

 

 

Posted by 나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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