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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지동원 도르트문트 이적, 전성기 맞이하나?

 

한국 대표팀의 멀티 플레이어 지동원의 아우크스부르크 이적이 알려진지 얼마되지 않아 도르트문트 이적이 발표됐다. 아우크스부르크와 6개월 계약을 맺으면서 올 시즌 후반기까지 활약하며 다음 시즌부터는 도르트문트 선수로 뛰게 됐다.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FA) 신분이 되며 그 이후의 소속팀이 도르트문트로 결정된 것이다.

 

지동원 영입을 발표한 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4년 계약을 맺었다고 알렸다. 축구팬들은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면 지동원이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유럽 빅 클럽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사진=지동원 영입을 발표한 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C) bvb.de]

 

결과적 관점에서는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 임대가 '신의 한 수'가 됐다. 2012/13시즌 전반기 선더랜드에서 단 1경기도 뛰지 못했으나 후반기에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구자철(현 볼프스부르크)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팀의 강등 위기를 막아냈다. 임대 후 17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하며 5골 넣으며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제 몫을 다했다. 경기 내내 부지런한 움직임을 과시하면서 팀을 위해 궂은 일까지 도맡았다. 이 때의 활약으로 분데스리가 몇몇 클럽의 영입 관심을 받았고 그 중에는 도르트문트가 있었다.

 

실제로 도르트문트는 지난해 여름 선더랜드에 지동원 영입을 위해 이적료 500만 파운드(약 86억 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선더랜드 사령탑이었던 파울로 디 카니오 전 감독이 원치 않으면서 지동원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도르트문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1월 이적시장에서 지동원 영입을 또 원했던 것이다. 그가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으로 풀리는 이점도 있으나 끊임없는 영입 관심을 놓고 보면 '위르겐 클롭 감독이 지동원을 쓰고 싶어한다'는 인식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지동원이 그때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도르트문트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K리그 클래식으로 돌아왔을지 모른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전까지 한국 여론에서 국내 무대 복귀설로 눈길을 끌었던 것. 이래서 아우크스부르크 임대가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그때를 통해 분데스리가 경쟁력을 키우며 자신의 성향이 프리미어리그와 잘 맞지 않다는 것을 드러냈다.

 

이제는 아우크스부르크로 다시 돌아왔다. 앞으로의 과제는 2012/13시즌 후반기 팀의 잔류를 공헌했던 경기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래야 도르트문트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벤치를 계속 지키면서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는 시나리오가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도르트문트에서 통할 수 있다는 인상을 현지 여론에 심어줘야 할 것이다. 그래야 도르트문트에서도 자신의 경쟁력을 인정할 것이다.

 

냉정히 말해서 지동원은 선더랜드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마틴 오닐 전 감독의 외면을 받았던 것보다 디 카니오 전 감독 시절에 최전방에서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더 안타까웠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선더랜드 공격수 중에서 지동원보다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를 꼽기가 쉽지 않다. 지동원이 자신감을 충분히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면 올 시즌 전반기에 기성용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는 시간이 많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와의 궁합이 맞지 않았다. 몸싸움에 의욕적이었던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절과 상대 팀 선수에게 위축되는 선더랜드 시절과는 너무 달랐다.

 

지동원은 올해 23세가 되면서 20대 중반을 맞이했다. 2014/15시즌부터는 도르트문트로 선수로 뛰게 된다. 독일의 빅 클럽 일원으로서 자신의 축구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유럽 축구에서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이미 분데스리가에서 검증되었으며 이제부터는 유럽 무대에서 롱런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았던 만큼 오랫동안 유럽에서 뛸 수 있다. 일본의 카가와 신지(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도르트문트 에이스로 활약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지동원도 도르트문트에서 전성기를 보낼 잠재력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