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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카가와, 박지성 넘지 못했던 결정적 이유

 

일본 축구의 아이콘 카가와 신지의 끝없는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FA컵 64강 스완지 시티전 1-2 패배 원인 중에 하나가 카가와의 미숙한 경기력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지 1시즌 반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몸싸움 부족을 해결하지 못했다. 스완지 시티전에서는 나름 열심히 수비하려는 인상을 보였으나 팀 패배에 의해 빛이 바랬다. 왼쪽 윙어로서 짧은 패스를 정확하게 연결하는 것 외에는 공격력에서 이렇다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카가와는 2013/14시즌 현재까지 커뮤니티 실드를 포함한 각종 대회에서 16경기에 출전했으나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 맨유에서 첫 시즌을 보냈던 2012/13시즌 26경기에서는 6골 5도움 기록했으나 두 번째 시즌 전반기까지는 공격 포인트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르트문트 시절에 꾸준히 골과 도움을 올렸을 때와 대조적인 상황. 맨유 이적 후 정체를 거듭하며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이적설이 제기되는 현실이다.

 

 

[사진=카가와 신지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이러한 카가와의 침체를 보면 현재 PSV 에인트호번에서 활약중인 박지성이 맨유 시절에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펼쳤는지 알 수 있다. 물론 박지성도 맨유 시절 수많은 이적설에 시달렸고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지 않았다. 국내의 일부 누리꾼이 '벤치성', '관중성' 등으로 비하하는가 하면 국내 언론에서도 '박지성 위기론'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박지성은 맨유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 가장 사랑 받았던 대표적 인물이 박지성이었으나 그가 결장할 때는 포털 기사 댓글에서 악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박지성의 최고 전성기가 맨유 시절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박지성의 맨유 시절을 떠올리면 그가 그라운드를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라운드 이곳 저곳에 나타나 동료 선수와 패스를 주고 받거나, 돌파를 시도하거나,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상대방을 괴롭혔다. 공격과 수비, 측면과 중앙 미드필더에 걸쳐 팀을 위해 열심히 뛰었고 지칠줄 몰랐다. '두개의 심장'으로 불렸을 정도로 자신만의 특색을 마음껏 살렸다.

 

박지성은 카가와처럼 체격이 큰 선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몸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상대 팀 선수와 수없이 볼을 다투고 공간 싸움을 펼치면서 자신의 뛰어난 수비력을 돋보이게 했다. 수비 하나 때문에 맨유에서 성공한 것도 아니었다. 저돌적인 돌파와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점들을 두루 뽐내며 철저히 팀을 위해 희생했다.

 

어쩌면 누군가는 박지성과 카가와 비교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박지성은 수비적인 성향이고 카가와는 공격적인 성향이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지성과 카가와는 동아시아 출신의 왼쪽 윙어라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관점에서는 카가와가 박지성의 대체자다.(카가와는 본래 공격형 미드필더였으나 맨유 이적 후 왼쪽 윙어 출전 빈도가 잦다. 이번 스완지 시티전에서도 왼쪽 윙어로 나왔다.)

 

두 선수의 결정적 차이는 자신만의 특색을 완전히 보여주느냐 아니냐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성공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지에서 부지런한 선수라는 인상을 충분히 심어줬다. 그라운드에서 항상 자신감을 잃지 않으며 팀의 승리에 큰 보탬을 줬다. 한때 '박지성 선발=맨유 승리'라는 공식이 형성되었을 정도다. 반면 카가와는 맨유와 궁합이 안맞는 모습을 보였다. 몸싸움 열세에 의해 자신의 본래 장점이었던 공격력의 위력이 반감됐다. 도르트문트 시절에 비해 위축된 느낌이 없지 않다. 맨유 이적 후 왼쪽 윙어로 많이 뛰게 된 것도 좌천 성격이 짙다.

 

박지성 특유의 승부근성은 카가와를 비롯한 지금의 맨유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이 떠났더니 맨유의 측면에서 누구도 꾸준히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애슐리 영의 경우 2011/12시즌 박지성과의 주전 경쟁에서 이겼으나 축구 실력에서 우세를 점했다고 볼 수도 없다. 거액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첫 시즌부터 많은 선발 출전 기회를 제공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박지성을 능가하지 못했다. 올 시즌 맨유 경기를 보면 '박지성이 지금도 맨유에서 뛰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날 때가 꽤 있었다. 항상 특색 넘치는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