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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지동원 잔류, 어쩌면 정답일 수도 있다

 

지동원이 한국 시간으로 2일 오전 0시에 펼쳐졌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에 깜짝 선발 출전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거스 포옛 감독 부임 이후 이렇다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으나 팀이 꼴찌 탈출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공격력 난조까지 겹치면서 애스턴 빌라전에 나오게 됐다. 주력 선수들이 박싱데이 기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던 것도 지동원 깜짝 선발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지동원의 애스턴 빌라전 선발 출전은 소속팀 선더랜드가 그의 독일 분데스리가 복귀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지동원은 이번 1월 이적시장에서 분데스리가로 떠날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특히 도르트문트 이적설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포옛 감독이 이적 제의가 없었다고 밝히면서 지동원을 이번 경기에 선발로 내보냈다. 만약 포옛 감독의 언급이 사실이라면 지동원 분데스리가행은 단순 루머였거나 영입 관심 단계에서 그쳤을 수도 있다.

 

 

[사진=지동원 (C)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premierleague.com)]

 

지동원과 선더랜드의 계약 기간은 올해 6월까지다.(아우크스부르크 임대 당시 선더랜드와 계약 기간이 연장되지 않았을 경우) 재계약을 맺지 않으면 올해 여름에 이적료 없이 다른 팀으로 떠날 수 있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도르트문트를 비롯한 다수 분데스리가 클럽의 영입 관심을 받았으나 선더랜드가 이적료 500만 파운드(약 87억 원)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쩔 수 없이 소속팀에 남게 됐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이미 애스턴 빌라전에 67분 뛰었으나 분데스리가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동원을 영입하려는 클럽이 선더랜드에 이적료를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인건비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는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성향을 놓고 봤을 때 선더랜드가 원하는 수준의 이적료를 충족시킬 독일 팀이 과연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동안 지동원 영입을 간절히 원했던 팀이라면 선더랜드에 이적료를 지불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팀이 아직까지 없었다는 것을 포옛 감독이 밝혔다.

 

지동원이 평소 경기력을 되찾으며 한국 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이번 이적시장에서 분데스리가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 거친 몸싸움과 중앙 압박이 발달된 프리미어리그보다는 지역 방어가 중시되면서 수비 공간이 뚫리기 쉬운 분데스리가 체질에 잘 맞는다. 지동원은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몸싸움과 공중볼 다툼에 약점을 드러냈으나 아우크스부르크 시절에는 오히려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프리미어리그와 궁합이 잘 안맞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동원이 선더랜드에서 포옛 감독의 신뢰를 얻으면 기존보다 출전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올 시즌까지 선더랜드에서 활약한 뒤 이적료 없이 다른 팀으로 떠나게 된다.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두각을 떨치지 못했던 만큼 자유계약으로 풀리면서 자신의 성향에 잘 맞는 팀으로 옮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애스턴 빌라전 선발 출전은 지동원에게 나쁠 것이 없다. 올 시즌 후반기에 선더랜드에서 많은 시간 뛰면서 브라질 월드컵에 임한 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분데스리가로 떠나는 시나리오가 그려진다.

 

지동원의 애스턴 빌라전 활약상이 나쁘지 않았던 것도 눈길을 끈다. 이날 4-1-4-1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어를 맡았으나 왼쪽 측면으로 스위칭하거나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팀 내 슈팅 1위(4개)를 기록했으며 패스 성공률이 87%였다. 이번 경기를 열심히 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유효 슈팅이 단 1개도 없을 정도로 골 결정력이 좋지 못했고 볼 트래핑이 전체적으로 불안했다. 실전 감각 부족을 드러낸 끝에 후반 중반에 벤치로 들어갔다.

 

이러한 플레이는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절 초기와 유사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엄청난 활동량을 나타냈음에도 골 운이 따르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조급하게 슈팅을 날리는 장면이 여러차례 연출되었고 이번 애스턴 빌라전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꾸준히 선발 출전한 끝에 5골 넣으며 분데스리가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포옛 감독이 지동원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앞으로 많은 선발 출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애스턴 빌라전을 놓고 보면 지동원 잔류가 어쩌면 정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