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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이승우, 한국 축구 변화의 주역

 

오랫동안 축구를 좋아했던 팬들은 1990년대 일본 축구 최고의 골잡이 미우라 가즈요시(요코하마 FC)를 기억할 것이다. 당시 한국 킬러로 유명했던 미우라는 브라질 유학파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유망주 시절에 브라질에서 축구를 배우면서 성장했으며 산투스를 비롯한 여러 브라질 클럽에서 활동했다. 그는 현지에서 기본기와 개인 기술을 연마했고 일본으로 돌아와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성장했다. 1997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일본의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 멤버로 활약했다.

 

미우라만 축구 유학을 떠났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일본인 유망주들이 브라질로 축구 유학을 갔다. 아마도 그 선수들이 모두 성공하지 않았겠지만 이러한 스토리가 한국에서 널리 알려지자 외국에서 축구를 배우는 한국의 유망주들이 서서히 주목을 끌게 됐다. 물론 미우라 때문에 한국에서 축구 유학파가 늘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외국에서 축구를 배우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2013년에 이르러 한국 축구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사진=손흥민 (C)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ayer04.de)]

 

2013년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는 손흥민이다. 함부르크 시절이었던 2012/13시즌 분데스리가에서 12골 넣었으며 그 기세를 모아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레버쿠젠의 역대 최고 이적료(약 145억 원)를 기록하며 독일의 빅 클럽으로 떠났다. 2013/14시즌 전반기에는 분데스리가 7골,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2골을 포함하여 총 9골 터뜨렸다. 16세였던 2008년 대한축구협회(KFA)의 유학 프로그램에 의해 함부르크 유스팀 일원이 되면서 기량 향상에 매달린 끝에 2010년 정식 프로 계약을 맺었고 3년 뒤 레버쿠젠으로 둥지를 틀면서 1000만 유로의 사나이가 됐다.

 

손흥민이 한국 축구팬들의 본격적인 주목을 끌었던 때가 2010년 여름이었다. 함부르크 1군에 합류하면서 골을 넣는 맹활약을 펼쳤으며 당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었던 첼시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도 득점을 올렸다. 함부르크로 유학을 떠났던 선수가 유소년 팀에 입단했더니 18세의 나이에 1군에서 뤼트 판 니스텔로이(은퇴) 등과 함께 훈련하게 됐다. 손흥민 이전에도 브라질이나 유럽에서 축구 유학을 떠났던 한국인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손흥민 스토리가 주목을 끄는 것은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현지에서 두각을 떨치며 정식 계약을 맺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유럽 축구 5대 유망주(2013년 11월 후스코어드닷컴 선정)로 주목을 끌게 됐다.

 

그렇다고 반드시 유학을 떠나야 축구 선수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 선수마다 개인 차가 있을 뿐이다. 굳이 유학을 가지 않아도 유럽 무대를 빛냈거나 현재 활약중인 한국인 선수들도 있다. 그 중에 박지성(PSV 에인트호번)은 한국의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거쳤다. 그의 축구 인생이 어땠는지는 국민들이 잘 알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럼에도 손흥민의 성공 과정이 인상깊은 것은 함부르크 유학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내공 향상에 주력하면서 끊임없이 좋은 결실을 맺었다.

 

이제는 손흥민보다 더 어린 나이에 또는 비슷한 시기에 유럽으로 떠나며 축구 선수로서 화려한 성공을 꿈꾸는 한국인 유망주들이 그것도 여러 명이나 등장했다. 2013년에 화제를 모았던 주요 선수를 나열하면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이상 FC 바르셀로나 유스) 김우홍, 김영규(이상 알메이라 유스) 이강인(발렌시아 유스) 박정빈(카를스루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말고도 유럽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10대 유망주들이 많다. 최근 레버쿠젠 임대를 확정지은 20세 유망주 류승우는 자신의 프로 첫 시즌을 유럽에서 보내게 됐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가 배출한 유럽파 중에는 K리그 또는 일본 J리그에서 검증받은 뒤 유럽팀에 입단했던 케이스가 많았다. 손흥민이나 남태희(레퀴야, 전 발랑시엔) 석현준(알 아흘리, 전 아약스-흐로닝언-마리티무)처럼 국내와 일본 클럽에 입단하지 않고 유럽에서 성장하며 1군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있으나 후자보다는 전자에 속하는 선수들이 더 많았다. 이제는 이승우 같은 10대 중반의 선수들이 유럽의 유스 시스템에서 이름값을 떨치며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특히 이승우는 FC 바르셀로나와 5년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FC 바르셀로나는 외부 선수 수혈보다는 유소년 시스템을 통한 선수 육성에 많은 비중을 두는 것으로 유명하며 대표적인 성공작이 리오넬 메시다. 네이마르 같은 걸출한 이적생을 영입할 때도 있으나 유소년 출신 선수들이 많다. 이승우가 끊임없이 성장하면 언젠가 FC 바르셀로나의 주축 선수로 활동할지 모를 일이다. 또는 다른 유럽 팀에서 빛을 발할 수도 있다. FC 바르셀로나 출신 선수가 다른 유럽 팀에서 성공했던 사례가 흔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승우의 잠재력이 풍부한 것은 분명하다.

 

손흥민이 유학파 출신으로서 분데스리가 성공을 이루었다면 이승우는 FC 바르셀로나 유스 시스템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기존의 한국인 유럽파 성공 공식과는 차별성이 있다.(아직 이승우는 1군에 데뷔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들이 한국 축구 변화의 주역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들 외에도 유럽에서 밝은 미래를 꿈꾸는 유망주들이 꽤 많다. 한국 축구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