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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버쿠젠 패배, 류승우 필요성 절실했다

 

레버쿠젠이 베르더 브레멘 원정에서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후반 29분 산티아구 가르시아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면서 0-1로 패했다. 베르더 브레멘이 최근 분데스리가 5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동안 무려 20실점을 허용했던 팀이라는 저에서 레버쿠젠 패배는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경기 내용을 봐도 분데스리가 2위팀 답지 않게 14위 팀의 수비를 확실하게 제압하는 면모가 부족했고 골 결정력 불운까지 겹치면서 답답했던 90분을 보냈다. 넉넉하지 못한 스쿼드로 3개 대회를 병행하면서 주력 선수들이 체력 저하에 시달렸다.

 

손흥민의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팀에서 가장 먼저 교체되었을 정도로 평소에 비해 에너지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체력 저하가 쉽게 찾아오는 약점을 드러냈다. 프랑크푸르트전 이후 6일 휴식을 취했으나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지 못했다. 레버쿠젠은 2위를 그대로 지켰고 베르더 브레멘은 14위에서 11위로 뛰어 올랐다.

 

 

[사진=손흥민과 류승우가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메인에 등장한 모습 (C) bayer04.de]

 

손흥민의 폼이 떨어졌던 이유는 체력 뿐만이 아니었다. 레버쿠젠을 상대하는 베르더 브레멘의 전략이 수비 지향적이었다. 최근 홈에서 바이에른 뮌헨에게 0-7로 패했을 정도로 수비 조직력이 급격하게 무너졌더니 레버쿠젠전에서는 수비 라인을 내렸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의 간격을 좁히고 4선이 압박을 강화하면서 '강행군으로 지쳤던' 레버쿠젠 선수들의 공격 전개를 힘들게 했다. 이 과정에서 더블 볼란테로 나왔던 세드리치 마키아디, 필립 바그프레드가 레버쿠젠 공격을 활발히 끊었다. 레버쿠젠이 중원 싸움에서 이들에게 밀렸다.

 

레버쿠젠은 베르더 브레멘의 탄탄한 압박을 극복할 기질이 부족했다. 창의적인 공격 전개를 통해 베르더 브레멘 후방 옵션들을 농락할 필요가 있었으나 선수들의 볼 배급이 전체적으로 상대 팀에게 읽히기 쉬웠다.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과 패스를 받는 선수의 움직임도 매끄럽지 못했다. 이러한 플레이는 베르더 브레멘전에서만 노출된 것이 아니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나타났던 문제점이다. 상대 팀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 '역습을 지향하는' 레버쿠젠의 공격력이 둔화된다.

 

이러한 흐름에서는 손흥민이 자신의 공격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한다.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와 경합하거나 동료 선수에게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연계 플레이를 통해서 상대 팀의 견제를 극복했으나 베르더 브레멘전 패스 성공률은 61%에 불과했다. 볼 터치도 선발로 뛰었던 필드 플레이어 10명 중에서 가장 적었다.(30회) 체력 저하가 찾아오면서 평소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 혼자서 베르더 브레멘의 끈끈한 수비를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레버쿠젠 공격수들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밀어주거나 상대 압박을 분산시킬 창의적인 공격 옵션이 필요했다. 레버쿠젠에는 그런 유형의 선수가 없다. 이 때문에 손흥민과 시드니 샘(부상으로 결장) 같은 윙 포워드들의 빠른 침투를 활용한 역습을 팀 공격의 근간으로 삼는다. 최근에는 곤잘로 카스트로가 손흥민 도우미로 떠올랐으나 점유율을 중시하지 않는 팀 전술 특성상 수비에 적잖은 비중을 둔다. 레버쿠젠의 미드필더 세 명은 중원 공간을 지키는 플레이에 익숙하다.

 

레버쿠젠의 베르더 브레멘전 패배는 최근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임대했던 류승우의 필요성이 부각된 경기였다. 류승우의 창의력이 과연 레버쿠젠 공격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기존 공격수 및 미드필더와 차별성이 뚜렷한 것은 분명하다. 개인 기술력도 U-20 월드컵에서 검증됐다. 기존 동료 선수와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을지 여부가 관건이나 레버쿠젠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단조로우면서 창의성이 결여된 공격 전개를 만회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올 시즌 전반기를 마친 레버쿠젠이 후반기에 달라지려면 류승우가 분데스리가에 성공적으로 정착해야 한다. 그래야 레버쿠젠의 공격력이 업그레이드 된다. 사미 히피아 감독이 류승우를 전폭적으로 신뢰할 필요도 있다. 류승우가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감독의 믿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인 유럽파의 성공과 실패 여부에 있어서 소속팀 감독의 에티튜드는 늘 중요했다. 류승우가 앞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류승우가 손흥민 골을 돕는 장면이 앞으로 여러 차례 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