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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류승우 레버쿠젠 임대, 분데스리가 평정하라

 

지난 여름 터키에서 진행된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 멤버로 활약했던 류승우(20, 제주)의 레버쿠젠 임대가 성사됐다. 현 소속팀 제주 유나이티드가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류승우의 레버쿠젠 임대를 공식 발표한 것. 레버쿠젠이 류승우와 함께 하기를 원했고 제주가 위탁 임대 차원에서 허락을 했다.

 

류승우의 레버쿠젠 임대는 예상 밖의 일이다. U-20 월드컵 당시에는 중앙대 소속이었으며 당시 프로 입단이 결정되지 않았다. 제주 입단이 발표된 것은 11월 초였으며 자유계약 형식으로 입단했다. 2014시즌 K리그 클래식을 빛낼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새로운 팀에 들어온지 한 달만에 다른 팀으로 떠나게 되었으며 그 팀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빅 클럽으로 꼽히는 레버쿠젠이다. 이러한 사례는 한국 축구에서 보기 드물다.

 

 

[캡쳐=류승우의 레버쿠젠 임대 소식이 알려지자 네이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레버쿠젠이 류승우를 영입한 것은 손흥민이 팀의 새로운 핵심 선수로 성장했던 영향과 밀접하다. 한국 축구의 기대주로 꼽히는 손흥민이 스테판 키슬링, 시드니 샘과 함께 팀 공격의 중심 축으로 활약했고 최근 분데스리가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다. 이제는 류승우라는 또 다른 한국 축구의 기대주가 레버쿠젠 선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이는 레버쿠젠이 한국인 영건의 경기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분데스리가에서는 한국과 일본인 선수들이 맹활약 펼치는 중이다. 손흥민을 비롯해서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전 아우크스부르크, 현 선덜랜드) 하세베 마코토, 기요타케 히로시(이상 뉘른베르크) 카가와 신지(전 도르트문트, 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여러 명의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그 중에 손흥민과 카가와는 각각 함부르크와 도르트문트 에이스로 활약한 뒤 두둑한 이적료를 기록하며 기존보다 더 좋은 클럽으로 이적한 케이스였다. 지금도 한국과 일본 선수의 독일 진출이 잦은 편이다.

 

레버쿠젠이 류승우를 임대한 것은 단순한 유망주 영입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선수마다 개인차가 존재하겠으나 전력이 좋은 팀에서 유망주가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레버쿠젠은 미드필더들이 로테이션 형태로 뛰고 있으며  손흥민-키슬링-샘으로 짜인 스리톱이 굳혀졌다. 류승우가 붙박이 주전으로 뛸 자리가 있을지 알 수 없다. 다만, 류승우 포지션은 고정적이지 않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윙어를 번갈아 맡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레버쿠젠은 공격 전개 과정에서 창의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손흥민과 샘 같은 공간 침투에 강한 옵션들을 앞세워 역습을 전개하면서 골 기회를 노리는 패턴에 익숙하다. 공격 성향이 짙으면서 좌우 풀백들의 오버래핑이 잦은 분데스리가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지금까지 충분히 통했다. 그러나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드러났듯이 지공 상황에서 상대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패스의 날카로움과 강약 조절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역습에 의존하는 공격 전개도 바꿔야 한다. 앞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이러한 불안 요소를 극복해야 하며 류승우 임대를 통해 충분히 해결될지 기대된다.

 

류승우는 한동안 도르트문트 이적설로 관심을 끌었다. 도르트문트의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지속적인 경기 출전을 위해 국내 무대를 택하면서 제주에 입단했다. 레버쿠젠에서도 많은 경기를 뛸 것이라고 쉽게 전망하기는 어렵다. 레버쿠젠도 도르트문트 못지 않게 주전 선수들의 내공이 강하다. 오히려 분데스리가 현재 순위는 레버쿠젠이 도르트문트보다 더 좋다.(각각 2위와 3위) 그럼에도 레버쿠젠에는 손흥민이 있다. 자신의 적응을 도와줄 선배와 함께 한솥밥을 먹으며 분데스리가 성공을 꿈꾸게 될 것이다. 참고로 손흥민이 류승우보다 1살 더 많다.

 

만약 류승우가 레버쿠젠 임대 초기부터 맹활약 펼치면 내년 6월에 펼쳐질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합류 여부를 기대해도 될 듯하다. 2009년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 멤버로 뛰었던 김보경과 이승렬은 이듬해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합류했던 전례가 있다. 류승우가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합류하려면 임대 초반부터 경기에서 좋은 활약 펼쳐야 한다. 과연 류승우가 분데스리가를 평정하며 손흥민과 함께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향상시킬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