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성적 부진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카디프 시티 원정 2-2 무승부에 이어 지난 1일 토트넘 원정에서도 2-2로 비겼다. 두 경기 연속 승점 1점 획득에 그치면서 프리미어리그 8위(6승 4무 3패, 승점 22)를 기록하게 됐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레버쿠젠 원정에서 5-0 대승을 거두며 A조 1위를 사수했음에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최악의 경우 빅4 탈락 가능성도 있지만, 4위권 안으로 시즌을 마무리할지라도 지금까지의 프리미어리그 성적 침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진=웨인 루니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유의 문제점은 그동안 여러 가지가 제기됐다. 그 중에서 공격 옵션은 실전에서 거의 매 경기마다 제 몫을 다하는 선수가 부족하다. 애슐리 영, 카가와 신지, 안토니오 발렌시아, 루이스 나니, 대니 웰백에 이르기까지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 걸쳐 기복이 심했다. 최근에는 로빈 판 페르시까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상 악령을 이겨내고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2연패를 달성했으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부임 이후 다시 부상이 잦아졌다. 모예스 감독의 강도 높은 훈련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예스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약한 문제점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올 시즌 맨유의 경기를 보면 안정적인 경기 패턴에 치우치는 경향이 강했다. 활발한 패스와 빠른 템포를 통해 공격을 몰아붙이기 보다는 전방에 있는 선수들이 수비에서 많이 움직이고 압박하는 형태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빅6 중에서 실점이 가장 많았을 정도로(13경기 17실점) 수비가 안정적이지 않았다. 최근 두 경기에서는 2실점씩 허용했다. 모예스 감독의 전술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이유. 참고로 모예스 감독과 작별한 에버턴의 현재 순위는 5위다.
이렇게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맹활약 펼치는 선수가 웨인 루니다. 토트넘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포함하여 2골 넣으며 적지에서 2실점했던 맨유에 승점 1점을 안겨줬다. 맨유가 2-2로 비겼던 카디프 시티전에서는 1골 1도움 기록하며 팀의 2골을 만들어냈다. 판 페르시의 부상으로 원톱으로 전환하면서 지속적으로 골을 터뜨렸으며 활발한 연계 플레이와 의욕적인 움직임, 빼어난 인터셉트에 이르기까지 만능 기질을 충분히 보여줬다. 프리미어리그 득점 순위에서는 공동 4위(8골)로 진입하여 생애 첫 득점왕에 도전하게 됐다.
루니는 각종 대회를 포함한 최근 8경기 중에 7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총 5골 6도움) 위기에 빠진 맨유 전력을 지탱했다. 특히 토트넘전은 루니의 2골이 없었으면 맨유가 패했을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루니의 물 오른 경기력이 놀랍지 않다. 오래전부터 맨유의 에이스로 군림했기 때문. 하지만 루니는 지난 여름에 맨유를 떠날 뻔했던 선수였다. 맨유의 여름 이적시장 최대의 소득은 마루앙 펠라이니의 영입이 아닌 루니의 잔류였다. 그가 이적하지 않은 것이 맨유에게 다행이었다.
이러한 루니의 진가는 레버쿠젠 원정에서 두드러졌다. 팀의 5골 중에 4골을 루니가 과연했다. 공식상으로는 2도움을 기록했으나 빼어난 연계 플레이를 통해 여러 차례 골 기회를 창출하며 동료 선수의 득점을 도왔다. 홈 경기를 치렀던 레버쿠젠은 경기 내내 루니 봉쇄에 실패한 끝에 잦은 수비 실수로 자멸했다. 이 경기는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A조 1위를 거의 확정지었던 결정타가 되었고 앞으로 남은 6차전에 대한 부담을 줄이게 됐다.
한편으로는 루니의 원맨쇼가 맨유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된다. 앞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유와 겨루는 팀들이 루니 봉쇄를 위한 필사적인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이제는 다른 공격 옵션들이 분발해야 할 때다. 그래야 루니가 이전보다 수월한 경기를 펼치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최강의 팀이라는 자존심을 되찾으려면 루니의 오름세가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