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은 홍명보호 출범 이후 지금까지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했다. 이전 대표팀 체제에서는 주전 공격수로 많이 기용되었으나 사령탑이 새롭게 바뀐 이후에는 그렇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홍명보 감독의 외면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초기 "이동국은 검증된 선수"라고 평가했다. 당시에는 대표팀에 자주 활용되지 않았거나 분발이 필요했던 공격수들이 A매치에서 기회를 얻었던 시점이었다. 굳이 대표팀 경험이 많은 이동국이 로테이션 형태로 투입 될 필요성은 크지 않았다.
그 이후 이동국은 무릎 인대를 다치면서 한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다. 대표팀 발탁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난 23일 인천전에서 골을 넣으며 전북의 2-0 승리를 공헌했다. 부상 복귀 후 득점을 올리면서 미디어의 주목을 끌게 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이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이동국의 대표팀 복귀 여부가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될 것이다. 과연 월드컵 출전의 마지막 기회는 찾아올 것인가?
[사진=이동국 (C) 나이스블루]
이동국은 2014년이면 만 35세가 된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이 현역 선수로서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월드컵 불운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제는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느냐, 그리고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골을 넣느냐 여부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는 23명이다. 그 중에 골키퍼가 3명, 필드 플레이어가 20명이다. 홍명보호가 4-2-3-1 포메이션을 계속 유지한다는 전제에서는 원톱이 2명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원톱이 1명 또는 3명이 될 수도 있으나 필드 플레이어의 어느 포지션이든 2명이 기본적으로 배치된다. 현 시점에서는 내년 5월말이나 6월초 브라질행 비행기에 탑승할 원톱 2명 중에 1명이 결정된 분위기 같다. 김신욱이 대표팀의 확실한 원톱으로 떠올랐다. 스위스전과 러시아전 활약상을 놓고 볼 때 월드컵 본선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다. 부상과 경기력 저하만 조심하면 된다.
이제 앞으로의 관심은 브라질행을 확정지을 남은 한 명의 원톱이 과연 누구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근호가 유력하다. 지난달 말리전에서 원톱으로 나서면서 특유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빠른 순발력으로 끊임없이 공간을 창출하며 2선 미드필더들의 침투를 도왔다. 그 이전인 크로아티아전에서는 골을 터뜨렸으며 최근 A매치에서 전체적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전형적인 원톱은 아니지만 최전방에서 제 몫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근호는 김신욱과 공존했을 때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검증되었던 것처럼 이근호-김신욱 콤비는 '1+1=3' 효과를 냈다. 이 조합이 대표팀에서 통하려면 이근호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와야 한다.
박주영과 지동원은 실전 감각 회복이 관건이다. 하지만 소속팀을 옮겨도 평소 기량을 되찾아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풀어야 한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 발표 이전까지 유럽파가 A매치에 뛸 기회는 매우 한정적이다. 국내파와 달리 내년 초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는 소속팀 거취 문제가 더 중요하다. 유럽파들이 참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 데이에서도 얼마나 출전 시간을 부여 받을지 알 수 없다. 현 시점에서 실전 감각에서는 박주영-지동원보다는 김신욱-이근호가 더 유리하다. 심지어 후자에 속하는 두 선수는 국내파로서 내년 초 대표팀의 전지훈련 참가가 예상된다.
'이 글의 주인공' 이동국도 김신욱-이근호와 같은 국내파다. 내년 초 대표팀 전지훈련에 합류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브라질 월드컵 출전 여부가 판가름 될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호 출범 초기였던 지난 7월 동아시안컵과 8월 페루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때는 대표팀이 새로운 원톱을 발굴하는 단계였으나 지금은 확실한 원톱 자원이 두 명(김신욱, 이근호)이나 있다. 잠재적으로는 손흥민까지 추가된다. 홍명보 감독에게 검증된 선수로 꼽혔던 이동국이 브라질행을 보장 받으려면 대표팀 전지훈련을 통해 김신욱-이근호와 경쟁해야 한다. 그보다는 전지훈련 엔트리에 포함될지 앞으로를 지켜봐야 한다.
만약 이동국이 전지훈련에 참가하면 틀림없이 A매치에서 출전 기회를 얻을 것이다. 부상이나 컨디션 저하가 없다면 말이다. 공교롭게도 그 경기는 이동국의 A매치 100번째 경기가 될 것이다. 현재 A매치 99경기에 출전했다. 센추리클럽 가입 경기에서 월드컵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를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물론 그가 브라질 월드컵 무대에 나설지, 골을 넣을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국 스스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