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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일본은 네덜란드를 이길 수도 있었다

 

어쩌면 이변이 벌어질 뻔했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 대표팀이 네덜란드와의 공방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 시간으로 16일 오후 9시 15분 벨기에 겡크에 소재한 크리스탈 아레나에서 네덜란드와 평가전을 치렀으며 2-2로 비겼다. 전반 12분 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 전반 38분 아로연 로번에게 실점을 허용했으나 전반 44분 유야 오사코, 후반 15분 혼다 케이스케가 골을 넣으며 패배를 모면했다. 특히 혼다 동점골 이후에는 경기 흐름이 일본의 우세로 전환됐다. 역전골을 넣는데 실패했으나 골운이 따랐다면 이길 수도 있었다.

 

 

[사진=네덜란드와 벨기에전을 알리는 일본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일본 축구협회 홈페이지(jfa.or.jp)]

 

사실, 일본과 상대했던 네덜란드는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다.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 최다골(11골)의 주인공이었던 로빈 판 페르시가 부상으로 결장했다. 디르크 카위트도 빠지면서 공격진의 무게감이 약했다. 이들의 공백을 메웠던 선수가 심 데 용, 저메인 렌스였다. 그럼에도 전반 12분 판 데르 파르트가 선제골을 넣으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우치다 아쓰토의 헤딩 클리어링 실수를 틈타 일본 수비 뒷 공간으로 침투한 뒤 문전쪽으로 굴절되었던 볼을 밀어 넣었다. 전반 38분에는 로번이 왼발 감아차기 골로 2-0을 만들어 놓았다. 이때까지는 네덜란드 승리가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6분 뒤 오사코의 추격골이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페널티 박스 중앙 안쪽에서 하세베 마코토의 대각선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받아내며 네덜란드 골망을 흔들어 놓았다. 이 과정에서는 하세베의 넓은 시야와 오사코의 위치선정이 절묘했다. 오사코는 상대 수비수 2명 사이를 파고들 공간을 확보했었다. 자신을 견제했던 스테판 데 브리의 어정쩡한 마크를 틈타 득점을 올렸던 것. 이날 일본의 수비력이 좋지 않았으나 네덜란드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15분 혼다 동점골 상황에서는 제트로 윌렘스가 일찌감치 혼다를 놓쳤다.

 

무엇보다 일본이 네덜란드보다 슈팅이 2배 더 많았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슈팅 숫자에서 15-7(유효 슈팅 4-4, 개)로 앞섰다. 점유율에서 45-55(%)로 밀렸으나 오히려 골 기회는 일본에게 더 많이 찾아왔다. 전력의 무게감을 놓고 볼 때 일본이 네덜란드 공격을 막아내는데 많은 시간을 소모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오히려 정반대였다. 점유율도 중요하지 않았다. 일본에게 공격 기회가 많이 주어지면서 경기 흐름까지 주도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카가와 신지, 엔도 야스히토 같은 핵심 선수들을 교체 투입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일본이 단순히 많은 슈팅을 날렸던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 선수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를 많이 시도했으며 공격 옵션들은 경기 종료까지 전방 압박에 충실했다. 상대 팀 진영에서 부지런히 뛰면서, 과감한 패스를 줄기차게 시도하면서, 상대 팀의 빌드업을 방해한 끝에 2골을 얻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패싱력과 기술이 뒷받침하면서 '수비가 허약했던' 네덜란드의 약점을 집요하게 노렸던 것이 경기 막판까지 여러 차례 골 기회가 주어졌던 배경이 됐다.

 

혼다 동점골 이후에는 네덜란드가 수비쪽에 많은 인원을 배치하면서 안전하게 경기를 펼쳤다. 일본에게 이변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네덜란드가 앞섰으나 실속에서는 네덜란드가 스스로 일본에게 밀리는 꼴이 됐다. 후반 34분에는 일본의 카키타니 요이치로가 상대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연출하며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볼이 엉뚱하게도 골대 바깥으로 향했다. 운이 따랐으면 역전골로 이어졌을 것이다. 일본이 네덜란드를 3-2로 이기는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자케로니 감독의 교체 투입 작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커로 투입했던 5명 중에 3명이 측면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카가와, 사카이 고토쿠, 사카이 히로키가 후반 시작 또는 승부처에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측면의 기동력을 높이면서 경기 분위기를 끌어 올리겠다는 심산이자 오는 20일 A매치 벨기에 원정을 대비한 체력 안배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야마구치 호타루의 풀타임 출전도 엔도와 하세베의 체력을 아끼는 의도가 짙다. 내년이면 34세가 되는 엔도의 노쇠화 우려가 일본의 잠재적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마구치의 출전 시간이 늘어났다.

 

자케로니 재팬의 다음 A매치 상대는 벨기에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를 기록중이며 8위에 속한 네덜란드보다 더 높다. 일본과 벨기에가 맞붙는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전 5시다. 이 경기에 관심을 가지는 한국 축구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