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스위스전 2-1 승리를 통해 여러 가지 소득을 얻었다. 김신욱이라는 확실한 원톱 자원이 등장했고, 그런 김신욱이 대표팀 만능 공격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스위스라는 유럽의 강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위 팀을 상대로 승리하여 내년 6월 브라질 월드컵 본선 돌풍을 위한 자신감을 성취했다. 또 하나의 의미있는 소득이 있다면 대표팀의 새로운 주장 이청용이 역전골을 넣은 것이다.
이청용은 남아공 월드컵 16강이었던 2010년 6월 26일 우루과이전 이후 3년 5개월만에 A매치에서 골을 터뜨렸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선보였음에도 득점 창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스위스전에서 후반 41분 헤딩 역전골을 통해 한국 승리의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대표팀 주장에 걸맞는 활약을 펼친 것이다.
[사진=이청용 (C) 볼턴 원더러스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wfc.co.uk)]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언급하면, 이청용의 대표팀 주장 선임은 임시적인 느낌이 없지 않은 것 같다. 기존의 대표팀 주장이었던 구자철이 얼마전 부상을 당하면서 11월 A매치 2경기를 뛸 수 없게 됐다. 구자철 이전에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하대성도 소집되지 않았다. 대표팀은 새로운 주장을 물색한 끝에 이청용을 낙점했다. 하대성 또는 구자철을 대신해서 주장을 맡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청용이 홍명보호 주장으로서 가장 적합한 인물일 수도 있다. 그는 지금까지 오른쪽 윙어로서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며 팀 공격의 믿을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전 대표팀 체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도 자신의 우수한 기교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농락하며 사실상 에이스급 역할을 했다. 개인보다는 팀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것도 '원팀(One Team)'을 강조했던 홍명보 감독 철학에 적합하다. 골 침묵이 단점으로 꼽혔으나 이타적인 윙어에게 득점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좋지 않다.(다만, '소녀슛'으로 불릴 정도로 슈팅의 위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대표팀 주장은 매 경기마다 자신의 몫을 충분히 보여주면서 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아우라가 필요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시절의 홍명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시절의 박지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지금의 홍명보호 출범 이후 주장을 맡았던 하대성과 구자철은 최근 A매치에서 평소 기량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하대성은 패스의 템포 조절과 포백 보호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기성용 경쟁자로서 부족한 모습을 보였고 구자철은 잦은 포지션 전환에 따른 전체적인 경기력 저하가 문제였다.
반면 이청용은 다르다. 대표팀 경기력 편차에 흔들리지 않고 부드러운 발재간과 빠른 순발력을 통해 스스로 공격 기회를 연출하며 팀의 오른쪽 공격을 빛냈다. 지난 9월 10일 크로아티아전에서는 팀의 1-2 패배 속에서도 여러 차례 상대 수비를 흔드는 인상 깊은 모습을 선보였다. 하대성-구자철보다 경기력이 더 나았다. 그동안 득점력이 약점으로 꼽혔으나 주장 선임 이후 첫 경기였던 스위스전에서 역전골을 작렬하며 국민들에게 대표팀 주장의 위엄을 보여줬다.
앞으로의 관건은 '이청용이 대표팀 주장을 굳히느냐? 아니면 다른 선수에게 내주느냐? 여부다. 지금까지의 A매치 경기력과 스위스전 역전골을 놓고 볼 때 후자보다는 전자에 무게감이 실린다. 앞으로 다가오는 2014년에도 대표팀 주장 임무를 맡을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적합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참고로 박지성은 2008년 10월 A매치 2경기에서 기존 주장이었던 김남일의 경고 누적 공백을 대신해서 대표팀 주장을 맡았다. 우수한 활약으로 침체에 빠졌던 대표팀 분위기를 끌어올린 끝에 2011년 아시안컵까지 계속 주장 완장을 찼다. 이러한 전례라면 이청용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