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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김신욱, 홍명보가 원했던 '만능 공격수'

 

'진격의 거인' 김신욱(25, 울산)은 지금까지 독일 공격수 스테판 키슬링(레버쿠젠)과 많이 비견됐다. 두 선수 모두 키가 190cm 이상의 장신 공격수이며 소속팀에서 많은 골을 넣었다. 김신욱은 울산의 간판 공격수이며 키슬링은 2012/13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이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으며 때로는 명단 포함 실패까지 감수했다. 김신욱은 지난달까지 A매치 20경기 1골, 키슬링은 6경기 무득점에 그쳐 대표팀에서 이렇다할 두각을 떨치지 못했다.

 

 

[사진=김신욱 (C) 대한축구협회(K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kfa.or.kr)]

 

하지만 김신욱과 키슬링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다른 점이 부각되어야 한다. 김신욱은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의 외면을 받는 키슬링과 달리 홍명보호 주전 공격수로 활약할 잠재력이 있었다. 한국 대표팀은 독일 대표팀과 달리 공격수 자원이 취약하다. 현재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를 기록중이면서 그라운드를 거침없이 질주하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김신욱의 존재감은 홍명보호에 반드시 필요했다. 그보다는 김신욱이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한 것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김신욱은 지난 15일 A매치 스위스전에서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다. 스위스 선수들을 압도하는 공중볼 장악과 정확한 패싱력에 의한 활발한 연계 플레이를 선보이며 대표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예전처럼 최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2선으로 내려와서 볼을 받고 다음 공격을 전개하거나 측면에서 감각적인 크로스를 올리며 동료 선수의 득점 기회를 연출했다. 김보경과 원투패스를 주고 받는 장면까지 있었을 정도. 사람들은 김신욱하면 뻥축구(고급적으로 표현하면 롱볼 축구)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겠으나 스위스전 만큼은 아니었다. 김신욱이 한국의 패스 축구를 주도했다.

 

'정말 김신욱이 달라졌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신욱의 스위스전 플레이는 울산에서 보여줬던 경기력과 유사하다. 이전 대표팀 체제가 김신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 결과 대표팀은 롱볼 축구에 익숙하면서 단조로운 공격을 거듭했고 김신욱은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골 부진에 시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선수들은 김신욱이 그라운드에 있을 때마다 롱볼을 남발했으며 이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홍명보호 출범 초창기였던 지난 7월 중국전에서는 김신욱이 교체 투입되었으나 선수들은 롱볼을 날리기 일쑤였다.

 

이 대목에서 '홍명보 감독도 김신욱 활용을 못했던 것 아니냐?'고 반론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이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중국전은 새로운 대표팀이 출범한지 약 1개월 밖에 되지 않았던 시점이자 A매치 두 경기째를 치렀다. 그동안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의 안지 마하치칼라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던 홍명보 감독에게는 선수 파악과 더불어 침체에 빠졌던 대표팀 경기력을 안정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기존의 롱볼 축구로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이 없었다. 오히려 아시아 무대조차 통하지 않았다. 지난 3개월 동안 김신욱을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그것이 김신욱에게는 좋은 자극이 됐다. 자신이 롱볼 축구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울산에서 절치부심했다. 지속적으로 골을 넣은 끝에 리그 득점 선두로 뛰어올랐으며 울산의 1위 진입까지 주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계 플레이에 많은 신경을 쏟으며 동료 선수들의 공격을 도와주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쏟았다. 홍명보호 출범 이전에도 이러한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보여줬으나 대표팀 탈락 이후에는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을 받겠다는 절실함이 경기력에서 묻어 나왔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다시 대표팀에 포함되었고 스위스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충분히 보여줬다.

 

김신욱의 스위스전 활약상을 놓고 보면 내년 6월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의 주전 공격수로 뛸지 모른다.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만능 공격수'가 바로 김신욱이었던 것이다. 이미 그는 울산에서 만능 공격수 역할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전 대표팀 체제가 '김신욱 사용 설명서'를 제대로 다루어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동안 홍명보호에 어울리는 공격수로서 박주영이 여론의 많은 주목을 끌었으나 이제는 김신욱이 확실한 정답으로 굳어지는 추세다. 소속팀 출전에 어려움을 겪는 박주영보다는 그동안 많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 보여줬던 김신욱이 더욱 강력한 존재였다.

 

또한 홍명보호가 주전 원톱을 발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과정도 결과적으로 김신욱에게는 이득이 됐다. 자신의 필요성이 홍명보호에 부각된 것이다. 이제 대표팀에서 남은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대표팀에서 지속적으로 골을 넣는 것이며 또 하나는 스위스전 기세를 앞으로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 스위스전 한 경기만 잘했다고 브라질 월드컵 본선 출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대표팀 경쟁력을 끌어 올리며 붙박이 주전을 굳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