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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과 상대하는 스위스, 어떤 팀인가?

 

한국 축구 대표팀의 11월 A매치 상대는 스위스와 러시아로 결정됐다. 특히 스위스전은 2006년 독일 월드컵 0-2 완패에 대한 복수전 성격이 짙다. 한국이 그 경기에서 승점을 따냈다면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스위스전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만큼 이번 경기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단순한 평가전으로 인식하지 않을 것 같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이 앞으로 몇 개월 남은 상황에서 한국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다면 스위스는 과연 어떤 팀인가?

 

 

[사진=독일 월드컵 한국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던 필리페 센데로스. 최근 한국 원정 명단에 포함됐다. (C) 스위스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ootball.ch)]

 

'브라질 이겼던' 스위스, 월드컵 본선 진출팀

 

한국은 지난 2년 동안 브라질과 스페인 같은 세계적인 강호들과 평가전을 치렀던 경험이 있다. 반면 스위스는 브라질과 스페인처럼 월드컵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다. 국가 대표팀은 아니지만 지난해 런던 올림픽 본선에서는 한국이 스위스를 2-1로 물리쳤던 경험이 있다. 당시 뛰었던 선수 중에 몇몇이 현재 대표팀에 소집됐다. A매치 한국 원정에 임하는 스위스 전력을 약하게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스위스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8월 15일 A매치 브라질과의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던 팀이다. 후반 3분 다니엘 알베스 자책골에 의해 이겼던 것. 한국이 브라질을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나 0-2로 패했던 반면 스위스는 오히려 이겼다. 네이마르 다 실바, 차베스 프레드, 오스카 같은 정예멤버들을 총출동 시켰던 브라질을 맞이하여 무실점 승리한 것이 놀랍다. 유효 슈팅을 단 1개만 허용했을 정도로 수비 조직력이 탄탄했다. 비록 골은 넣지 못했으나 슈팅 횟수에서 18-10(개)의 우세를 나타내며 상대 팀보다 더 많은 골 기회를 노렸다.

 

스위스는 이미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됐다. 유럽 예선 E조에서 1위(7승 3무, 승점 24)를 기록했던 것. 2위 아이슬란드(5승 2무 3패, 승점 17) 3위 슬로베니아(5승 5패, 승점 15)보다 압도적으로 승점이 많았다. 다른 조 1위 팀에 비해 쉬운 조에 편성되었으나 유럽 예선 10경기에서 6실점 내줬던 탄탄한 수비 조직력은 여전했다. 유럽 예선에서는 특출나게 많은 골을 넣는 선수가 없었으나(3골 이상 넣은 공격수가 없을 정도) 팀 컬러 자체가 개인 기량보다는 조직력을 강조하며 전체적으로 피지컬이 탄탄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무엇보다 유럽 예선을 통해 세대 교체라는 성과를 이루어 냈다. 알렉산더 프라이, 루도비크 마냉, 하칸 야킨, 블레이즈 은쿠포 같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시절의 노장들이 대표팀을 떠났다. 이들의 빈 자리를 '1992년생 트리오' 하리스 세페로비치(레알 소시에다드) 그라니트 샤카(묀헨글라드바흐) 히카르도 로드리게스(볼프스부르크)가 대체했다. 세 선수보다 한 살 더 많은 세르단 샤키리(바이에른 뮌헨)는 스위스와 유럽 축구를 빛낼 영건으로 꼽힌다. 독일 월드컵 한국전 승리 주역이었던 트란퀼로 바르네타(프랑크푸르트) 필리페 센데로스(풀럼)는 20대 후반에 속했으며 스위스 전력을 지탱한다.

 

스위스 대표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오토마르 히츠펠트 감독이다. 독일 출신의 명장으로서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 감독 시절에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었다. 두 팀을 지도하면서 총 7회의 분데스리가 우승을 달성했으며 바이에른 뮌헨 시절에는 2001년 인터컨티넨탈컵(지금의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다. 분데스리가에서 화려한 시절을 보낸 뒤 2008년 7월부터 스위스 대표팀을 지휘중이다. 최근에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마친 뒤 스위스 대표팀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원정 임하는 스위스, 최정예 전력 아니다

 

한국-스위스 평가전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상대 팀에서 일부 주축 선수들이 제외됐다. 샤키리를 비롯하여 스테판 리히슈타이너(유벤투스) 요한 주루(함부르크)가 부상으로 한국전에 소집되지 못했다. 당초 명단에 포함되었던 로드리게스와 발론 베라미(나폴리)도 부상을 이유로 한국 원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에 따른 결장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스위스 선수들이 시즌 도중에 유럽과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서 평가전을 치르기에는 체력적인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전에 나설 스위스는 최정예 전력이 아니다.

 

그렇다고 스위스 전력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한국이 2개월 전 크로아티아와의 홈 경기에서 1-2로 패한 것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마리오 만주키치와 루카 모드리치가 한국 원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중원 장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후반전에는 수비 불안까지 겹쳤다. 주축 선수가 빠진 크로아티아 전력이 한국보다 더 강했던 것이다.(그 이후 한국은 기성용을 불러들였다.) 스위스도 수준급 선수들이 즐비하며 한국 원정에서 의외로 선전할 여지가 있다.

 

오히려 스위스의 백업 혹은 로테이션 멤버들이 한국 원정에서 분발할 수도 있다. 히츠펠트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위스는 조직력이 근간인 팀으로서 이들이 주축 선수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기존 선수와의 호흡이 원활할지 여부가 승부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평가전과는 관련 없지만, 런던 올림픽 한국전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인을 비하했던 미첼 모르가넬라(팔레르모)는 한국 원정 명단에 없다.

 

스위스의 한국전 명단

 

골키퍼 : 디에고 베날리오(볼프스부르크) 얀 좀머(FC 바젤) 마르코 뵐플리(영 보이즈)
수비수 : 필리페 센데로스(풀럼) 미카엘 랑(그라스호퍼) 스티브 폰 베르겐(영 보이즈) 파비안 루스텐베르거(헤르타 베를린) 파비안 샤르(FC 바젤)
미드필더 : 괴칸 인러, 블레림 제마일리(이상 나폴리) 그라니트 샤카(묀헨글라드바흐) 트란퀼로 바르네타(프랑크푸르트) 겔손 페르난데스(프라이부르크) 파이팀 카사미(풀럼) 발렌틴 스토커(FC 바젤)
공격수 : 하리스 세페로비치(레알 소시에다드) 요십 드르미치(뉘른베르크) 아드미르 메흐메디(프라이부르크) 마리오 가프라노비치(취리히)
감독 : 오토마르 히츠펠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