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성별 논란이 이제는 국제적인 명성도가 높은 해외 언론에 등장하고 말았습니다. 미국의 CNN과 영국의 BBC가 박은선 관련 이슈를 다루게 되었죠. CNN과 BBC가 어떤 언론사인지는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해당 이슈와 관련된 논란이 점점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해외 언론에서 다루어지게 되었죠. 여자 선수가 인권 침해를 당하는 한국 여자 축구의 현실이 해외 언론을 통해 드러난 것이 씁쓸합니다.
[캡쳐=박은선이 지난 6일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오른 모습. 많은 사람들이 박은선 관련 이슈를 주목하고 있음을 이미지를 통해 알 수 있죠. 이렇다보니 외국 언론이 주목하게 되었죠.]
CNN은 현지 시간으로 8일 기사를 통해 "박은선은 한국에서 최고의 축구 실력을 발휘했으며 커리어의 소강 상태를 끝내고 최고의 (자리)를 되찾았다. 그러나 박은선은 가장 개인적인 유형의 '굴욕적인' 조사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문에서는 문장 사이에 "humiliating"(굴욕적인)이라는 단어가 나왔음을 밝힙니다. 성별 논란에 시달렸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여자 육상 선수 캐스터 세메냐가 기사에 노출되었고 박은선 체격(180cm, 74kg)도 언급됐습니다. 그 이후의 기사에서는 그동안의 논란에 대하여 풀이가 되었네요.
BBC도 CNN과 같은 날에 기사를 다루었습니다. "한국 여자 리그의 경쟁팀 감독들이 서울시청 공격수 박은선이 성별 검사에 임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즌을 보이콧하겠다는 위협을 했다. 박은선은 2013시즌 22경기에서 10골 넣으며 득점왕이 되었고 팀은 준우승을 했다"고 언급하면서 박은선이 페이스북에 남겼던 메시지 중에 일부가 거론됐습니다. 아울러 "그녀가 두번째로 고통 받고 있는 인권의 심각한 위반이다. 박은선 성 정체성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서울시청은 우리 선수의 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는 김진수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의 인터뷰가 원문에서 강조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제는 많은 외국인들이 CNN과 BBC 보도를 보며 박은선 이슈를 접했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외국 운동 선수의 성별 논란이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것 처럼 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CNN과 BBC의 박은선 기사에서 거론된 세메냐 입니다. 그녀는 18세였던 2009년 베를린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여자 800m에서 금메달을 따냈으나 근육질 몸매와 목소리 등을 이유로 성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듬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세메냐의 여자 대회 출전을 허용하게 되었죠. 그 이후 세메냐는 2011년 대구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은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모두 800m 종목)을 따냈습니다.
문제는 박은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청이 이번에 문제가 된 간담회 안건 문서를 공개하면서 보이콧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이후 이성균 전 수원 FMC 감독이 자진사퇴하며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사태가 종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시청이 앞으로 강도 높은 대응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일 트위터를 통해 "박은선 선수의 인권과 관련된 억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하나의 논란은 박은선 성별 검사기록의 분실 여부 입니다. 이 부분은 정확한 사실이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박은선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두 번 성별 검사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만약 또 해야하는 상황이 다가오면 이것은 또 다른 인권 침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박은선은 이미 인권 침해를 당했습니다. 서울시청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 성별 의혹을 제기한 것 자체가 그렇죠.
무엇보다 박은선이 지금의 시련을 잘 이겨낼지 축구팬으로서 걱정됩니다. 이미 외국 언론에서도 보도된 상황이니까요. 그럼에도 박은선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그라운드에서 변함없이 좋은 활약 펼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를 비롯해서 많은 분들이 바라겠죠. 박은선에 대한 따뜻한 응원이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