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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독일 분데스리가, 잘나가는 이유가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유럽 3대 리그에 포함되지 못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3위 도약에 이어 이제는 2위를 넘보게 됐다. 현재 UEFA 리그 랭킹 3위(73.641점)를 기록중이며 2위 잉글랜드(75.748점)를 2.107점 차이로 따라 붙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지난 두 시즌 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고전했던 이유도 있으나 분데스리가가 유럽 대항전에서 오름세를 나타냈던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2012/13시즌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맞붙었을 정도다. 그것도 결승전 장소는 잉글랜드 축구의 심장으로 꼽히는 런던 웸블리였다. 한때 유럽 빅 리그에서 밀렸던 분데스리가가 이탈리아 세리에A를 UEFA 리그 랭킹 4위로 밀어내고 프리미어리그를 추격하며 잘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독일 분데스리가의 레버쿠젠에서 활약중인 손흥민이 시드니 샘과 함께 환호하는 모습 (C)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메인(bayer04.de)]

 

분데스리가, 내실 강화에 주력하다

 

팀 전력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선수 영입이다. 우수한 선수 영입을 위해 거액을 투자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인건비에 많은 돈을 투자할수록 적자 부담이 심해진다. 구단 운영에 악영향을 끼친다. 분데스리가는 불과 몇 년 전까지 UEFA 리그 랭킹 4위였다. 만약 1위 등극에 절박함을 느꼈다면 유럽 대항전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대형 선수 보강에 열을 올리며 엄청난 이적료를 지출했을 것이다. 마치 프리미어리그처럼 말이다. 문제는 분데스리가 몇몇 팀들이 만성적인 적자로 신음했다. 도르트문트가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에게 돈을 빌렸던 시절도 있었다. 분데스리가가 현재를 중시했다면 다수의 팀이 재정적인 압박에 시달리며 파산을 걱정했을 것이다.

 

분데스리가는 현재의 성적보다 미래의 앞날을 위해 투자했다. 유소년 육성을 강화하며 앞으로 분데스리가와 유럽 무대를 빛낼 새싹들을 발굴하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1~2부리그 모든 팀에 유소년 클럽을 운영하는 방침을 세운 뒤 영건 육성에 막대한 돈을 투자했던 것. 특히 젊은 선수들은 기술 습득이 빠른 장점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기본기 및 개인 기술을 연마한 것과 동시에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익히며 국제 대회 선전을 위한 내실을 다졌다.

 

선 굵은 축구를 펼치기로 유명했던 분데스리가 그리고 독일 대표팀의 축구가 기술과 파워를 접목한 만능형 축구로 변신에 성공한 것은 이 때문이다. 토마스 뮐러, 메수트 외질, 마리오 괴체, 일카이 귄도간 같은 테크니션들을 다수 배출했던 원동력이다. 특히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영건 위주의 스쿼드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3위로 대회를 마쳤으나 예전의 색깔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독일 축구의 밝은 앞날을 예고했다. 그 이전까지의 독일 축구는 단조로운 전술로 재미없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남아공 월드컵에서 공격적이고, 역동적이며, 창의적인 축구로 변화하면서 재미있는 축구에 눈을 뜨게 됐다.

 

또 다른 변화는 다문화였다.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23명 중의 11명이 다문화 세대였다. 순혈주의를 버리고 다문화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다른 나라 출신이거나 혼혈인 선수가 독일의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한 끝에 독일 대표팀 선수가 됐다. 폴란드 태생이었던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루카스 포돌스키가 2000년대 독일 대표팀에서 두각을 떨친 것을 계기로 또 다른 귀화 및 혼혈 선수들이 요아힘 뢰브 감독과 같은 배에 탑승했다. 이 선수들은 분데스리가 유소년 시스템에서 육성됐다. 순수한 독일인 선수만 키운 것이 아닌 다른 나라 출신 및 혼혈 선수를 발굴하며 독일 대표팀 경쟁력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안겨줬다.

 

최근 분데스리가는 동양인 선수 영입이 활발해졌다. 박진감 넘치는 공격 축구가 유지되려면 기술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꾸준히 분데스리가에 유입되어야 한다. 하지만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를 영입하기에는 프리미어리그 같은 다른 리그와 몸값 경쟁을 펼쳐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브라질은 경제 호황으로 선수들의 몸값이 뛰어 오른 상황. 그래서 분데스리가는 동양인 선수 스카우트로 눈을 돌렸다. 하세베 마코토, 카가와 신지, 우치다 아쓰토 같은 일본인 선수들이 독일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또 다른 일본인 선수들이 분데스리가 팀에 스카우트됐다. 한국에서는 손흥민과 구자철, 지동원 같은 영건들이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떨친 경험이 있다.

 

분데스리가는 재정적으로 안정된 리그로 정평을 받고 있다. 많은 클럽들이 흑자를 달성하게 된 것. 프리미어리그와 달리 인건비에 많은 비중을 두지 않으며 프리메라리가의 일부 중소 클럽처럼 임금 체불이 벌어지지 않는다. 재정 위기에 시달렸던 도르트문트도 구단의 살림이 많이 호전되면서 지난해에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 걸쳐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쏟았다. UEFA는 최근 FFP(재정적 페어 플레이)룰을 도입하며 일부 적자 클럽에게 유럽 대항전 출전 금지 조치를 취했다. 유럽의 웬만한 부자 클럽들이 FFP 룰을 걱정하게 된 것과 달리 분데스리가는 재정이 개선되면서 내실이 튼튼한 리그로 발돋움하게 됐다.

 

또한 분데스리가는 유럽에서 관중들이 많이 운집하는 리그로 잘 알려져 있다. 분데스리가를 사랑하는 자국 축구팬들이 많은 것. 프리미어리그보다 입장료가 비싸지 않은 특징이 누구나 경기장에서 분데스리가를 즐기는 데 부담이 없도록 한다. 스폰서 및 TV 중계권을 바탕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면서 구단을 운영했다. 여러 방면에 걸친 분데스리가의 비약적인 도약은 한국 축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