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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분데스리가, 유럽 최고의 리그로 거듭날까?

 

독일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2012/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동반 진출했다. 하지만 두 팀이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고 분데스리가가 유럽 최고의 리그로 등극한 것은 아니다. 독일의 현재 UEFA 리그 랭킹은 3위(73.641점)이며 1위 스페인(82.427점)과의 격차가 크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팀을 배출하지 못했으나 2위 잉글랜드(75.748점)와의 격차를 놓고 볼 때 한동안 1위를 지킬 것이다. 참고로 UEFA 리그 랭킹은 유럽 각 리그의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출전 티켓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분데스리가가 유럽 최고의 리그로 발돋움하려면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 걸쳐 지속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특정 팀 보다는 여러 팀이 유럽 대항전에서 골고루 선전하면서 우승팀을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바이에른 뮌헨은 2012/13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뒤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트레블을 기념하는 사진을 올렸다. (C) 바이에른 뮌헨 공식 홈페이지(fcbayern.telekom.de)]

 

하지만 도르트문트의 공격형 미드필더 마리오 괴체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은 분데스리가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 뮌헨과 더불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선전했지만, 아직은 바이에른 뮌헨보다 재정적으로 풍족하지 않다.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최다 우승(23) 클럽이자 독일 클럽 중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횟수가 가장 많은(4회) 독일의 슈퍼 클럽이다. 도르트문트가 2011/12시즌까지 분데스리가 2연패를 달성하며 바이에른 뮌헨의 아성을 넘는 듯했으나, 괴체 이적은 여전히 바이에른 뮌헨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분데스리가는 그동안 바이에른 뮌헨 이외에는 챔피언스리그 경쟁력이 충분한 클럽이 없었다. 심지어 정규리그에서도 바이에른 뮌헨은 꾸준히 우승했다. 2012/13시즌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달성하며 분데스리가 위상이 개선되었으나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시즌 종료 직전 팀의 주력 선수였던 괴체를 바이에른 뮌헨에 빼앗겼다. 이는 바이에른 뮌헨의 스쿼드가 두꺼워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바이에른 뮌헨의 괴체 영입이 나쁜 것은 아니다. 빅 클럽으로서 야심 찬 전력 보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바이에른 뮌헨처럼 유럽 무대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루면서, 바이에른 뮌헨과 대등한 이적시장 행보를 나타낼 만한 또 다른 슈퍼 클럽이 분데스리가에 마땅치 않다. 도르트문트가 최근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으나 괴체의 이적이 치명타가 됐다. 다만,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헨리크 음키타리안,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와 계약하면서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은 예전의 행보와 다르다.

 

반면 스페인은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챔피언스리그 단골 우승 후보들이 존재하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10년 동안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세 팀을 배출했다.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비록 프리미어리그는 단 한 팀도 2012/13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지 못했으나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를 영입하는 팀들이 꽤 있었다. 분데스리가가 UEFA 리그 랭킹 1위에 등극하려면 제2, 제3의 바이에른 뮌헨이 등장해야 한다.

 

다만, 다수의 분데스리가 클럽들은 인건비 투자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구단의 재정 안정을 위해 선수 영입 및 주급에 거액을 쏟는 것에 인색할 수도 있다.(모든 팀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주력 선수를 떠나 보내면서 이적료를 충당하며 재정 안정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 실제로 바이에른 뮌헨을 제외한 분데스리가의 상위권 팀들은 다른 리그 빅 클럽에 의해 주력 선수를 내주는 경향이 있다. 도르트문트의 경우 누리 사힌(레알 마드리드, 현재 도르트문트 임대)과 카카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작별했었다.

 

분데스리가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챔피언스리그 선전만으로는 분데스리가의 유럽 No.1 등극을 장담하기가 이르다. 올 시즌이 분데스리가의 유럽 경쟁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분데스리가의 오름세를 꺾기 위한 다른 리그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며,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최상의 경기력을 앞으로 계속 유지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분데스리가의 쾌속 순항이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