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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라이프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세계 최고는 누구인가?

 

세계에서 축구공 묘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은 과연 누굴까요? 세계적인 프리스타일 축구 대회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을 통해 No.1이 결정됐습니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월드 파이널 2013(Red Bull Street Style World Final 2013)이 9월 18일과 19일에 걸쳐 일본 도쿄의 조조지 사원에서 2천여 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18일 예선과 19일 결선을 통해 1대1 토너먼트 형식으로 승자를 가렸는데 폴란드 출신의 시먼 스칼스키가 우승했습니다.

 

 

시먼은 결승에서 아르헨티나 출신 찰리 라코노와 접전 끝에 세계 최고의 프리스타일 축구 선수로 떠올랐습니다. 4강에서는 지난해 챔피언이었던 일본의 토쿠라(=코타로 토쿠다)를 제쳤습니다. 토쿠라는 3위 결정전에서 영국의 앤드류 헨더슨에게 패하면서 4위를 기록했습니다. 여자부에서는 헝가리 국적의 키티 사즈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승하면서 세계 정상을 지켰습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이탈리아의 유명 축구 선수였던 마르코 마테라치(은퇴)가 심사 위원으로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자부, 키티 사즈의 압도적인 우승

 

이번 대회는 남자부 16강 토너먼트에 앞서서 여자부 4강과 결승전이 진행됐습니다. 키티 사즈(헝가리)-리사 지모우쉐(알제리), 멜로디 돈체-엘리스 푸즈레(이상 프랑스)가 4강에서 맞대결 펼쳤습니다.

 

4강 첫 번째 경기에서는 키티가 먼저 축구공 묘기를 부렸습니다. 지난해 우승했던 경험 때문인지 여유롭게 축구공을 다루면서 때로는 좌우 뒤꿈치로 볼을 터치하는 도중에 두 손을 옆으로 흔들며 관람객들의 함성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종의 기선 제압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리사는 하체를 이용한 기술을 자주 활용했으나 여러 가지의 고난이도 동작을 선보였던 키티가 승리했습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프랑스 선수끼리 맞붙었는데 엘리스가 이겼습니다. 2라운드까지는 멜로디와 치열한 경합을 펼치는 양상이었지만, 3라운드에서 상대 선수가 마지막 기술을 선보이는 도중에 볼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한 것이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던 결정타가 됐습니다.

 

결승에서는 키티의 창의적인 묘기가 돋보였습니다. 2라운드에서 비장의 승부수를 선보였죠. 그녀는 볼을 가슴에 닿은 상태에서 두 무릎을 굽힌 뒤 그대로 누웠습니다. 이때 두 발을 위로 올리면서 볼을 오른 발바닥에 고정시켰고 왼발로 볼을 돌렸습니다. 볼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며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죠. 그 이후 좌우 발바닥으로 볼을 주고받으면서 2라운드 남은 시간을 채웠습니다. 반면 엘리스는 2라운드 도중에 볼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면서 승부의 흐름이 키티의 우세로 굳어졌습니다. 키티는 4강과 결승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하며 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시먼 스칼스키, 세계 챔피언 자격 충분했다

 

시먼은 16강에서 와스(알제리)라는 만만치 않은 실력파와 겨루었습니다. 와스가 고난이도 묘기를 여러 차례 성공시켰기 때문이죠. 이에 시먼은 1~2라운드에서 각각 얼굴과 목, 하체를 활용하며 볼을 바닥으로 떨어뜨리지 않으려 했고 3라운드에서는 누워있는 상태에서 여러 동작을 구사하며 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었습니다. 난이도와 다양성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8강에서는 상대 선수였던 벤콕(벨기에)이 1~3라운드에서 한 번씩의 실수를 범하면서 시먼의 4강 진출 과정이 순조로웠습니다.

 

4강에서는 토쿠라와 맞붙었습니다. 토쿠라가 일본 팬들 앞에서 경기를 펼쳤기 때문인지 현장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이에 토쿠라는 응원에 힘을 얻었는지 1라운드와 2라운드에 걸쳐 물구나무를 서면서 볼을 자신의 뒤쪽 양다리에 고정시키는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시먼은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2라운드에서 머리로 볼을 돌리면서 시간을 소비한 다음에 자신의 목덜미 힘으로 볼을 위로 띄우면서 옆 구르기를 한 상태로 볼을 양발 무릎으로 받아내는 피니시를 구사했습니다. 토쿠라보다 더 어려운 기술을 선보였죠. 토쿠라는 3라운드에서 두 바퀴 연속 백덤블링을 성공하며 반격에 나섰으나 심사위원 5인 판정에 의해 시먼이 4:1로 이겼습니다.

 

결승에서는 찰리와 한판 승부를 펼쳤습니다. 1라운드에서는 긴장했기 때문인지 두 번이나 볼을 놓치는 실수를 범했으나 2라운드에서 침착함을 되찾았습니다. 목을 흔들면서 볼을 돌린 뒤 두 차례의 물구나무서기를 활용한 피니시가 승부의 결정타가 됐습니다. 첫 번째 물구나무서기 때는 볼을 뒤통수와 등 위쪽에 고정시키면서 두 다리를 위로 올렸고, 두 번째 동작에서는 볼을 공중으로 띄운 뒤 몸을 오른쪽으로 비틀면서 양쪽 다리를 올리며 볼을 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물구나무서기 자세가 완성되었죠. 3라운드에서는 하체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며 남은 시간을 투자한 뒤 우승을 확정 짓게 되었죠.

 

시먼은 월드 파이널 토너먼트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동작과 화려하고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여러 차례 활용했습니다. 온몸을 활용하며 볼을 다루는 솜씨도 안정적이었죠. 경기력 완성도를 높이기까지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았습니다. 세계 챔피언이 될 자격이 충분했습니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프리스타일 축구는 보면 볼수록 축구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개인이 뛰어난 묘기를 발휘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완성도를 높이느냐에 따라 경기 내용과 결과가 좌우됩니다. 1대1 배틀 방식이 도입되는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에서는 상대방보다 더 좋은 기술과 동작을 선보이며 무대 분위기를 압도해야 합니다. 반면 축구는 개인기와 드리블을 활용할 수 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료 선수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골을 넣거나 실점을 막아내는 것입니다. 개인 실력도 중요하나 팀이 더 우선 됩니다. 홍명보 감독이 '원 팀(One Team)'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습니다.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은 개인이 프리스타일 축구를 통해 실력을 꾸준히 발전시키면 나중에는 자국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월드 파이널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월드 파이널에서도 선전을 거듭하면 세계 챔피언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축구 강국이 아닌 나라의 선수도 얼마든지 노력하면 월드 파이널을 빛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월드 파이널 남자부에서는 일본의 토쿠라, 올해는 폴란드의 시먼이 우승했습니다. 일본과 폴란드의 남자 축구는 세계적인 축구 강국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있죠. 따라서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은 국적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경기 시간을 빛내야 합니다.

 

언젠가는 한국인 프리스타일 축구 선수가 레드불 스트리트 스타일 월드 파이널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보고 싶습니다. 한국 스포츠가 전통적으로 1대1 배틀 종목에 강했던 특성을 놓고 볼 때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프리스타일 축구가 활성화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죠. 한국 프리스타일 축구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모든 사진의 출처는 레드불 콘텐츠풀 홈페이지 입니다.
*본 포스팅은 레드불 닷컴 기고글입니다 : http://j.mp/1icmpj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