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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토레스, 이대로는 브라질 월드컵 힘들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깜짝 이적에 대하여 메수트 외질의 아스널행을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던 그가 8시즌 연속 무관에 시달렸던 아스널로 떠난 것은 의외였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도 마찬가지다. 대형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쓰는 스타일과 거리가 멀었던 아스널이 외질 영입에 5000만 유로(약 726억 원)를 투자하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외질은 아스널의 프리미어리그 선두 질주를 이끌며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렇다면 외질 이전에 프리미어리그 깜짝 이적으로 주목받던 선수는 누구일까? 2011년 1월 이적시장을 통해 리버풀에서 라이벌 첼시로 떠났던 페르난도 토레스가 아닐까 싶다. 1월 이적시장 마감 당일 5000만 파운드(약 858억 원)라는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를 기록했다.(이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았다.) 첼시 킬러로 유명했던 리버풀의 간판 골잡이가 시즌 도중 스탬포드 브릿지로 둥지를 틀면서 파란색 유니폼을 입게 됐다.

 

 

[사진=페르난도 토레스 (C) 첼시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chelseafc.com)]

 

토레스 부진, 지금도 현재 진행형

 

그러나 토레스는 첼시에서 순조롭지 못한 나날을 거듭했다. 2012/13시즌 첼시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었을 때 지속적으로 골을 넣은 것 외에는 5000만 파운드의 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첼시 이적 후 거의 3년 동안 먹튀 논란에 시달렸다. 올 시즌에도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6경기에 나섰으나 무득점에 그쳤다. 각종 대회를 포함하면 9경기에서 2골 넣었으나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토레스가 2013년 프리미어리그에서 유일하게 골 넣었던 경기는 5월 19일 에버턴전이었다. 그 이전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18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으며(그 중에 2경기가 2012년 연말에 펼쳐졌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6경기에서도 골이 없었다. 지난 주말 카디프 시티전에서는 자신의 포지션 경쟁자 에토가 1골 1도움 기록하며 팀의 4-1 승리를 주도했다. 에토는 인터 밀란 시절이었던 2009/10시즌 무리뉴 감독과 함께하며 트레블을 경험했던 이력이 있다.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성향을 잘 알고 있다. 토레스가 앞으로 넉넉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며 부활에 성공할지 의문이다.

 

만약 토레스가 2011년 1월 이적시장에서 첼시로 떠나지 않고 리버풀에 남았다면 먹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에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부진을 만회하는데 안간힘을 쏟았으며 사령탑이었던 달글리시 감독 대행(2010/11시즌 종료 후 감독 승격)도 그의 부활을 돕겠다는 뉘앙스를 나타냈다. 물론 리버풀에 남았다면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첼시에서는 2011/12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하지만 첼시 이적은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거의 3년 동안 슬럼프에 빠진 끝에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라는 위상이 추락했다. 지난 시즌 도중에는 베니테즈 감독(현 나폴리)과 재회하며 리버풀 시절의 포스를 재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유로파리그에서만 분발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잇따른 골 침묵에 시달렸고 무리뉴 체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에는 삭발을 하며 정신 무장을 했고 지금도 짧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으나 경기력이 달라지지 않았다.

 

과연 토레스를 브라질 월드컵에서 볼 수 있을까?

 

토레스의 위기는 첼시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페인 대표팀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발탁되려면 비야(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네그레도(맨체스터 시티) 솔다도(토트넘)와의 원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임펙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스페인 원톱 경쟁에 빨간불이 멈추지 않고 있다. 흔히 스페인의 대표적인 약점은 원톱으로 꼽히며 결정적 원인이 토레스의 경기력 저하였다. 원톱 자원은 많으나 확실한 킬러가 없는 것이 스페인 대표팀의 현 주소였다.

 

최근에는 코스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스페인 대표팀 합류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다. 코스타는 스페인과 브라질의 이중 국적자. 과거 브라질 대표팀에서 A매치 2경기를 뛰었으나 모두 평가전이며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스페인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다만, 브라질 대표팀의 스콜라리 감독이 코스타를 발탁할 여지가 있어 그의 스페인 대표팀 합류가 성사될지는 더 기다려봐야 한다. 만약 그가 델 보스케 체제의 일원이 되면 토레스의 대표팀 입지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토레스는 8월, 9월, 10월 A매치 데이에서 델 보스케 스페인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10월 A매치 데이의 경우 부상 때문에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 하지만 소속팀 부진이 계속되면 스페인 대표팀 합류 전망마저 불투명하다. 최근에는 스페인 대표팀이 공격수 약점을 거의 이겨낸 분위기다. 네그레도가 8~10월 A매치 5경기 중에 4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팀 내 입지를 끌어 올렸다. 가장 최근이었던 16일 조지아전에서는 풀타임 뛰면서 1골 얻었고 스페인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게 됐다. 이러한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여기에 코스타까지 대표팀에 합류할 수도 있다.

 

지금 분위기라면 토레스를 스페인 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라도 대회에서 얼마나 출전 시간을 부여 받을지 알 수 없다. 이대로는 브라질 월드컵이 힘들다. 첼시에서 반전이 절실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