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라인을 내리지 않겠다는 홍명보 감독의 지난 11일 공식 기자회견 인터뷰를 들으며 이번 브라질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만약 한국이 무실점을 목표로 후방에 많은 인원을 배치하며 밀집 수비를 형성했다면 경기가 재미없었을 것이다. 월드컵 본선이면 몰라도 평가전에서는 브라질과 제대로 된 대결을 해볼 필요가 있다. 며칠전부터 맞대결을 손꼽아 기다렸던 축구팬들도 한국이 브라질을 상대로 위축되지 않고 소신껏 경기하기를 바랄 것이다. 이러한 플레이를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에게 주문했을 것 같다.
브라질전은 결과보다는 월드컵 본선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질때 지더라도 한국이 좋은 경험을 해야 하며 그들의 장점을 배울 필요가 있다. 밀집 수비가 브라질전에서 통할지 몰라도 월드컵 본선에서는 많은 승점을 얻는데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그래서 홍명보 감독이 수비 라인을 내리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이 반갑다.
[사진=홍명보 감독 (C) 나이스블루]
한국의 전술은 평소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비수와 미드필더, 3선과 2선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며 수비 전환시 전방 압박을 펼칠 수도 있다. 지난달 크로아티아전처럼 중원 싸움에서 밀리면 점유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 하지만 브라질전에서는 기성용이 출격할 예정이다. 중원에서 다양하고 정확한 패스를 공급하는 기성용의 존재감은 한국이 공격을 전개하는데 도움 될 것이다. 브라질이 점유율보다 실리에 비중을 두는 특성상 어쩌면 한국이 점유율에서 브라질과 비슷하거나 또는 많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점유율 축구는 현대 축구에서 중요성이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FC 바르셀로나가 바이에른 뮌헨과의 2012/1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에서 많은 점유율을 확보했음에도 결과는 통합 스코어 0-7 패배였다. 바르셀로나의 공격 전개를 쉴틈없이 막아냈던 바이에른 뮌헨의 압박 축구가 더 강했다. 그동안 스페인에 의해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기술 축구도 이제는 압박 축구에 밀리는 추세가 아닌가 싶다. 브라질이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 스페인전에서 3-0으로 이겼던 경기가 대표적이다. 철저한 압박을 통해 상대 공격을 막아내면서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가져갔다.
홍명보호가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달성했던 원동력 중에 하나가 바로 압박이었다. 선수들이 서로 힘을 모으며 볼을 소유한 상대 팀 선수를 괴롭히는데 신경썼다. 그래서 수비 불안이 쉽게 노출되지 않았고 올림픽 본선 6경기에서 5실점으로 선방했다. 비록 4강 브라질전에서 0-3 패배를 당했지만 동메달 결정전 일본전에서는 특유의 압박이 살아나면서 2-0 완승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은 이번 브라질전에서 압박에 많은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네이마르와 오스카 등이 버티는 브라질 공격 옵션들의 면면을 봐도 한국 선수들이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오로지 대인 마크만으로는 이들을 이길 수 없다. 브라질 선수들의 기술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선수들의 협력 수비가 강화되어야 한다. 때로는 전방 압박을 펼칠 수도 있다. 그래야 브라질의 공격 전개 속도를 늦추면서 상대 수비의 약점을 이용한 기습을 노릴 수 있다. 다만, 한국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클 수도 있다.
홍명보호의 압박 축구가 성공하려면 경기 내내 높은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대표팀의 주된 약점으로 거론되었던 것이 바로 집중력 부족이다. 어느 순간에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상대 팀에게 기습적인 실점 위기를 허용한다. 예전부터 고질적으로 드러났던 문제점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이러한 약점을 이기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홍명보호가 브라질전에서 선전하려면 선수들이 집중력을 높이며 브라질 공격을 막는데 신경써야 한다. 그래야 압박이 통할 수 있으며 네이마르를 포함한 상대 공격 옵션을 봉쇄할 수 있다.
브라질전은 한국 축구의 국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과연 한국 축구가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역량과 가능성이 있는지 이번 경기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브라질전이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만 최소한 상대 팀에게 위축 되어서는 안된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브라질처럼 강한 상대와 맞붙을 수도 있다. 이번 평가전에서 지더라도 '한국 축구, 끝까지 선전했다', '이렇게 하면 브라질 월드컵에서 잘할 수 있다'는 여론의 긍정적인 평가가 많이 들리도록 선수들이 분발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