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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의 무리뉴 효과, 아직까지 없었다

 

첼시는 2013/1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을 끌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을 영입하면서 2009/10시즌 이후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되찾을 자신감을 얻었던 것. 무리뉴 감독은 2004/05, 2005/06시즌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그 이후 인터 밀란에서 트레블을 달성했으며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FC 바르셀로나의 독주를 무너뜨리는데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 이러한 승승장구가 첼시 복귀 후에도 계속 될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첼시의 지금까지 성적은 어떨까? 9월까지는 기대 이하였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4위(3승 2무 1패, 승점 11)를 기록중이나 1위 아스널(5승 1패, 승점 15)과의 승점 차이가 4점으로 벌어졌다. 아직 32경기 남은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일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 무대에서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1차전 FC 바젤과의 홈 경기에서 1-2로 역전패 당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UEFA 슈퍼컵에서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했다. 무리뉴 감독 입장에서는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과의 자존심 대결에서 패한 것을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사진=조세 무리뉴 감독 (C) 첼시 공식 홈페이지(chelseafc.com)]

 

첼시가 무리뉴 체제에서 프리미어리그 No.1이 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무리뉴 감독 영입 이전까지 전술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디디에 드록바(현 갈라타사라이) 이후 마땅한 원톱이 없는 것, 아자르-오스카-마타로 짜인 2선 체제가 상대 팀의 강한 압박을 받을 때 맥을 못추는 단점, 오스카의 몸싸움 부족, 중원의 순발력 약화(하미레스-루이스 포지션 전환으로 그나마 나아지긴 했지만)와 기복이 심한 공격 전개, 애슐리 콜의 백업 부재를 거론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무리뉴 감독 영입 이후 나아진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오스카의 경우는 무리뉴 감독보다는 선수 개인의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오스카를 선호하면서 후안 마타의 팀 내 입지를 낮췄다. 지금까지 정황상으로는 무리뉴 감독의 판단미스였다. 마타가 첼시 전력에 필요한 이유를 지난 주말 토트넘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마타가 없었던 전반전과 그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었던 후반전의 첼시 경기 흐름은 매우 대조적이었다. 마타가 존재해야 첼시의 공격이 살아난다. 반면 오스카는 토트넘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팀의 에이스가 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을 보였다.

 

첼시는 무리뉴 체제 이후 단점이 하나 더 늘었다. 새로운 이적생이나 임대 복귀 선수중에서 누구도 제 몫을 다하는 선수가 등장하지 않았다. 사뮈엘 에토, 안드레 쉬를레, 윌리안, 케빈 데 브뤼네, 로멜루 루카쿠(에버턴 임대)를 거론할 수 있다. 마르코 판 힌켈은 얼마전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 가능성이 높아졌다. 에토-쉬를레-윌리안-데 브뤼네는 지난 시즌의 아자르-오스카와 달리 넉넉한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첼시의 원톱과 2선 자원이 포화됐다. 아직 팀에 합류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나 이들이 기존 선수와의 경쟁에서 이기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토트넘전에서는 선발 멤버 11명 전원이 첼시의 기존 전력이었다. 첼시가 이적시장을 통해 수혈했던 선수들이 아직까지 팀 전력에 필요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고 이는 무리뉴 감독의 선수 기용에 영향을 끼치게 됐다. 에토는 페르난도 토레스, 쉬를레-윌리안-데 브뤼네는 아자르-오스카-마타보다 더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야 첼시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래서 첼시 합류 초반부터 임펙트가 필요했다. 이 선수들의 합류를 통해 첼시의 선수층이 두꺼워졌으나 아직까지 최상의 경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지 못한 아쉬움이 있으며 이것이 무리뉴 감독의 과제다.

 

무리뉴 감독이 지금까지 유럽 무대에서 이루었던 성과를 놓고 보면 첼시를 프리미어리그 1인자로 도약시킬 것 같은 기대감이 여전하다. 팀에 통산 두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무리뉴 감독에게는 세 번째)을 안겨줄 수도 있다.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무리뉴 효과가 커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아스널과 리버풀이 예상외의 선전을 거듭 중이다. 2004/05시즌과는 프리미어리그 판도가 달라졌다. 빅6 시대가 견고해진 프리미어리그에서 무리뉴 효과가 과연 경쟁력이 강할지,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할지 앞으로가 주목된다.